시인 정호승, 새에덴교회서 인문학 강좌 열어

  • 입력 2018.05.19 23:26
  • 기자명 임경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00.jpg
 

지역 주민들을 초청해 소통하고 교회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새에덴교회가 마련한 ‘정호승 시인 초청 인문학 강좌’가 지난 19일 열렸다. 이 날 강의는 새에덴교회 교인들은 물론이고 지역주민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환영사를 전한 소강석 목사는 “평소에 가장 흠모하는 시인이 정호승 시인이다. 설교나 칼럼에도 정호승의 시를 가장 많이 인용하기도 한다”며 그의 시 ‘고래를 위하여’를 인용하면서 “정호승 시인이야 말로 이 시대를 푸른 바다로 만드는 한 마리 고래와 같은 시인”이라고 극찬했다.

정호승 시인은 ‘시인 목사님 교회’에 와서 반갑다고 인사하며, “백두산 천지에 올라서 아래 절경을 내려다보니 하나님은 시인이시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예수님 또한 성경을 보니 은유의 천재이시며 시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시를 쓰다보면 삶의 소중한 가치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고 서두를 열었다.

이 날 정호승은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주제 아래 “그것은 결국 사랑”이라고 말했다.

정호승 시인은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작은 별에서 인생이라는 여행하는 여행자인데, 결국은 사람의 마음속을 여행하게 된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슬픔, 미움, 증오, 분노, 상처, 절망도 있지만 다행히 희망, 연민과 사랑도 있다”고 말하며 자신의 ‘여행’이라는 시를 소개했다.

정 시인은 “이 시는 사랑의 가치를 가지고 쓴 시로 사랑을 오지와 설산에 빗대어 표현하며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을 찾아가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를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의 사랑에서는 인간의 사랑의 본질, 희생과 책임을 다 찾을 수 있다”며 “이는 아무 조건 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 볼 수 있다. 하나님의 사랑 또한 무조건적이다”고 역설했다. “신의 사랑 가운데도 모성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되며 그 사랑에도 당연히 희생이 들어있다”고 강조했다.

0.jpg
 

정호승 시인은 희생과 책임과 무한성과 무조건성 속에서 사랑 이해하고 있는데 ‘왜 우리의 삶은 고통스러울까?’라고 의문을 던지며 사랑을 완성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용서’를 꼽았다. 우리가 인생이라는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용서’라는 징검다리가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자신의 시 ‘설해목’을 소개하며 인간의 고통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설해목은 폭설에게 해를 입었다고 인간이 붙여준 이름이다. 하지만 정 시인은 “정작 나무는 상처를 받은 적이 없다. 인간이 그렇게 볼 뿐이다. 시에서 이야기하는 ‘나’는 나무를 말하는데, 폭설을 너무 사랑해서 폭설이 내릴 때마다 힘껏 껴안다가 팔이 부러졌을 뿐”이라는 것. 그는 결국 사랑의 관점에서 관계를 성찰해야 한다고 강하게 피력했다.

아울러 “사람들은 고통이 없기를 바라지만 고통은 생명. 고통 없으면 사랑 존재치 않는다. 고통이 없기를 바라는 게 중요한게 아니고 고통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나름대로 고통의 의미 발견하고 보니 지금까지 인생의 고통을 원망하고 부정해 왔는데 이제 조금 감사한 마음 생겼다”고 고백했다.

‘십자가’ 이야기를 예화로 든 정 시인은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십자가 지고 살아간다. 사람마다 십자가 크기는 다르지만 그 무게는 같다”며, “삶의 형태는 다 달라도 삶의 고통의 무게는 다 같기에 남과 나를 비교하거나 다른 사람의 삶 부러워하거나 비교하지 말라”고 말했다.

또한 “십자가의 본질은 무거움에 있다. 십자가를 등에 지고 가지 말고 품에 안고 가자”고 권면하며 “바닥은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다. 만약 바닥이 없다면 한 없이 깊은 어둠 속으로 추락했을 것이다. 바닥이 존재함으로 인해 그 바닥이 나를 받쳐준다. 바닥은 감사한 존재다. 바닥을 딛고 일어서라”고 희망을 잃지 말라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정호승 시인은 자신의 시 ‘수선화에게’를 소개하며 “인생이라는 빵을 만들어서 그걸 먹으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다. 또 남은 인생을 위해 빵을 만들어 그걸 먹어가며 살아가게 될 것”이라며 “인생이라는 빵을 만드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재료 두 가지는 바로 사랑과 고통이다. 그렇기에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사랑이고, 그래서 내 인생에 고통이 존재한다”고 강의를 마무리 했다.

시인 정호승은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한 이후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별들은 따뜻하다」 「새벽편지」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밥값」 「여행」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를 발매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이 외에도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 「수선화에게」 「흔들리지 않는 갈대」, 산문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등이 있으며,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동서문학상, 편운문학상, 가톨릭문학상, 상화시인상,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하는 등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80519_232341.jpg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