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한기총…키는 어디에 있나

  • 입력 2018.05.22 18:57
  • 기자명 임경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형님으로서 연합기관 통합을 목표로 끊임없이 노력해왔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기호 목사)가 돌연 ‘통합’이냐 ‘영입’이냐 갈피를 못잡고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상황을 이권을 지키기 위한 세력들이 의도적으로 초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한기총은 과거 연합기관 분열을 통해 한국교회 중대형 교단들이 거의 모두 떠난 상황에 일부 중형교단과 군소교단들이 군집해 있다. ‘한기총’이라는 이름이 가진 상징성이 아니었다면 이미 오래 전에 다른 연합기관에 대표성을 빼앗겼을 터.

현재 한기총 대표회장은 기하성 여의도 소속 엄기호 목사다. 엄 대표회장은 취임 이후 회원교단들의 실사 의지를 밝히며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한기총 정관에 따르면 200교회 이하 교단은 회원 자격이 없다. 하지만 제대로 된 실사가 이뤄지지 않았을뿐더러 회원교단 분열시 양측 모두 회원권을 인정해 주는 등 비상식적인 일들이 자행돼왔다.

이로 인해 회원교단의 숫자는 늘어났으나, 재정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고, 군소교단들 일부가 세력화하면서 대표회장을 상대로 압박을 가하는 등 낯부끄러운 모습들도 표출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한기총 소속 교단장협의회라는 생소한 조직이 등장해 ‘한기총 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발표하고 기하성여의도총회와 엄기호 대표회장을 비난하며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한교총과의 통합을 선언하지 않으면 한기총을 탈퇴하겠다는 여의도총회(총호장 이영훈 목사)를 비난하면서 회원권 중지를 요청했고, 최근 3개 연합단체 통합 추진 논의에 있어 엄 대표회장이 정관을 위반하고 독자적으로 추진했다며 법률적 책임을 질 것, 즉 사실상의 사퇴를 요구했다.

문제는 이 교단장협의회라는 조직을 김창수 목사가 대표하고 있고, 군소교단들이 세력화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한기총은 교단들의 연합기관이기에 큰교단이나 작은교단이 모두 공동회장과 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 교단 안배를 위해 각 교단 총회장들을 자리에 앉히지만 이들이 세력화하면 대표회장의 발목을 잡아 한기총의 사업을 전면봉쇄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일각에서는 일부 군소교단들이 이 기회에 통합을 묵살시키고 여의도총회를 배제하며, 엄 대표회장을 퇴진시킨 후 자기들만의 한기총을 만들려고 일을 꾸미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일을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이 한기총의 회원교단 실사에서 자유롭지도, 당당하지도 못할 수 있는 군소교단이라는 점은 묘한 교차점을 이룬다.

물론 이들 가운데는 나름 중형교단도 있다. 이들은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여의도총회를 밀어내고 자신들이 한기총에서 상왕 노릇을 하려는 속셈이라는 관측이 일견 설득력 있게 보여진다. 이러한 시나리오의 끝에 놓인 한기총은 한국교회를 대표하지도, 보수기독교를 대변하지도 못하는 힘없는 존재로 몰락할 것은 목불인견인 셈이다.

또 하나의 다른 시각은 한기총이 한기연과 한교총 등 다른 연합기관들과 통합하게 되면 그동안 한기총을 시쳇말로 주름잡아왔던 군소교단들이 찬밥신세가 될 것이기에 전략적으로 통합 추진을 훼방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기총 정관에 의해 함께할 수 없다고 못박아 놓은 WCC 참여교단을 제외하더라도 예장합동을 비롯한 규모있는 장로교단들과 기하성 교단들, 성결교, 침례교 등이 통합 이후 함께하게 되면 자신들이 설 자리를 잃기 때문이라는 것.

그동안 한기총은 연합기관 통합에 있어 내부적으로는 ‘영입’과 ‘복귀’를 원칙으로 정하고 통합 추진에 언제나 만장일치 찬성으로 답해왔다. 하지만 최근 임원회에서는 이례적으로 통합추진 결의가 보류되고, 한기총 소속 교단장협의회의 성명서까지 터져나오면서 한기총 주변에서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군소교단들의 반대로 한기총이 통합추진을 결의하지 못한다면 다른 연합기관들은 통합 실패의 불명예를 한기총에 씌우려 할 것이고, 비난의 화살은 군소교단들을 피해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기총 회원교단들은 자리다툼과 이권을 지키려 하기에 앞서 진정 한국교회를 위한다면 한마음 한뜻으로 결집해야 한다. 이미 한기총을 떠난 대형교단들은 한기총을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으로 인정하지 않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에 불만을 품고 외톨이를 택하기보다는 형님의 넓은 포용력으로 품어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들이 원하는 ‘영입’과 ‘복귀’도 가능성이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