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 통합적 지원 위한 기독교위드유센터 설립

  • 입력 2018.06.21 09:19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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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의 성폭력을 예방하고 함께 대응하기 위한 기독교위드유센터(대표 이진혜 집사)가 지난 19일 서울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설립예배를 갖고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이날 설립과 함께 위드유센터는 대한여한의사회(회장 최정원 한의사), 한국교회법학회(사무국장 정재곤 법학박사), 한국정신분석협회(부회장 김순종 정신분석전문가), 한국여신학자협의회 기독교여성상담소(소장 채수지 목사)와 함께 MOU를 체결하고 ‘피해자 지원 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또한 법무법인 이강 문진성 변호사를 자문 변호사로 위촉했다.

이를 통해 위드유센터는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들을 의학적, 법률적, 정신적으로 돕고 지원할 계획이다.

위드유센터가 말하는 교회 성폭력이란 “교회나 기독교기관, 선교단체, 신학대학 등 기독교 공동체의 구성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으로써, 교회의 지도자가 종교적인 특수성이나 자신의 권위를 남용하여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성폭력이나 간음 또는 그와 유사한 성적 행위를 행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목회적 돌봄 하에 있는 사람들에게 신앙 행위를 빙자하여 행하는 성적 행위는 가해자의 물리적 힘의 행사나 피해자의 동의 유무와 관계없이 성폭력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이진혜 대표는 “고통 가운데 가장 힘이 되는 말은 ‘내가 너와 함께하겠다. 도와주겠다’는 주님의 음성”이라며 “미투는 단순히 가해자를 고발하는 게 아니라 살고자 하는 외침이다. 1차 2차 피해를 당한 이들을 살려내는 생명 사역이 되어야 한다”고 다짐을 전했다.

이어 “가해자를 선도 치유하고 ‘성 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을 통해 교회 내 성범죄를 예방하는 정화 운동이 되어야 한다”며 “연대와 동역 없이는 열매를 거둘 수 없다. 선한 개인을 돕고자 하는 기관들과 통합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실제적인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여한의사회 최정원 한의사는 “위드유센터 설립에 노력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가해자에 주목되는 미투운동에 피해자를 위한 위드유운동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며 “피해자들에게 통합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전문적인 지원을 통해 피해자의 전인격적인 회복을 돕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교회법학회 정재곤 사무국장은 “기독교위드유센터는 우리 학회가 추구하고 있는 여러 업무활동 방향과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성폭력 뿐 아니라 교회 내 여러 사건들에 관심을 가지고 더 확대되어 학회가 연구하고 지원하는 관계로 발전되길 원한다”며 “전폭적으로 지원함으로 어떻게 하면 한국교회가 국민들로부터 평화롭고 선한 대상으로 여겨질 수 있을까 함께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정신분석협회 김순종 부회장은 “다른 협력기관들과 MOU를 맺게 되어 기쁘다. 굉장히 많이 울컥하고 떨리는 감동을 받았다”고 소감을 전하고 “성폭력 경험은 지우기 힘든 아픈 상처로 남아서 피해자의 정상적인 삶을 통째로 빼앗아간다. 혼자의 힘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깊은 무의식을 탐색하여 억압되어 있는 장애들을 알아내는 정신분석을 통해 피해자와 가족들의 치료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기독교여성상담소 채수지 목사는 “기독교여성상담소는 20년 전부터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온 개신교 최초의 위드유 기관이다. 피해자를 위한 보호막이 전혀 없던 척박한 상황에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냈던 것이 오늘의 토대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하나님의 은혜로 피해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분담할 센터가 설립됨에 기쁘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함께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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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란 목사(기독교위드유센터 피해자자활지원위원장)의 인도로 드려진 설립예배는 이은주 목사(한국여신학자협의회 사무총장)가 기도하고, 양권석 교수(성공회대학교 신학대학원장)가 설교말씀을 전했다.

양 교수는 “교회 밖에서는 미투운동과 위드유 운동이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는데 교회는 너무 침묵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때로 했었다. 고통에 찬 증언과 고발들을 외면하면서 때만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닌가 했다. 그런데 여러분을 보니 그런 염려가 싹 가신다”고 위드유센터 설립을 반겼다.

양 교수는 “교회는 말을 빼앗긴 사람들의 입이 되어야 하며,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외면당한 외침을 듣는 곳이라고 배웠다. 예수님이 바로 그런 분이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소리를 빼앗긴 말이며, 외면당한 외침이었다. 교회는 소리를 빼앗긴 이들의 소리가 되어주고, 외면당한 이들의 외침을 들어주기 때문에 교회일 수 있다고 본다”며 “이 위드유센터는 교회 자체가 되려는 운동이요, 교회의 참다운 본성을 회복하려는 용감한 시도라고 본다”고 호평했다.

이어 “진실을 듣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십자가의 진실이 외면당하고 냉소당했듯이 진실을 외면하기는 쉬워도 진실을 온 마음을 다해 듣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미투운동이 폭로하는 운동을 온 마음으로 듣는 것은 솔직히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지금까지 교회는 거룩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진실을 덮어왔고, 진실을 듣지 않고 외면하는 것이 예의바른 태도라고 가르쳐왔다고 생각한다. 위드유센터를 통해 과감히 진실과 직면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게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스스로 변혁하고 갱신하는 교회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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