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사무총장 “가슴은 뜨겁되 머리는 냉철하게”

  • 입력 2018.06.22 17:47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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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목회자포럼(대표회장 소강석 목사)이 주최한 ‘한반도 평화와 교회의 역할’ 포럼이 지난 22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에는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대한민국의 미래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기조연설 했으며,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의 사회로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박종화 목사(국민문화재단 이사장)가 함께 패널로 참여해 토론을 이어갔다.

인사말을 전한 소강석 목사는 “봄이 되어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한 송이 꽃이 봄을 오게 한다는 표현이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시점에 한반도의 평화와 교회의 역할에 대해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오신 분들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날 반기문 전 총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판문점선언은 이전의 어떤 선언보다도 민족사에서 훨씬 의미있는 선언”이라고 평가하고 “북미정상회담을 보면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라고 느꼈다”며 소감을 전했다.

반 총장은 “미국은 정상회담 하루 전까지만 해도 CVID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했는데 결국 판문점 합의와 마찬가지로 비핵화만 들어갔다”면서도 “국제 정치사적인 면에서 크게 보면 세기의 사건이고 대단한 일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냉전체제가 존재하는 이 땅에서 불씨를 당겼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사건으로 남을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중단키로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비용’ 문제를 지적하거나 ‘도발’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한미동맹은 가치를 기반으로 한 동맹이다. 미국이 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건 단지 돈이 많고 군사력이 강해서만은 아니다”라며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 즉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 인류애, 인권 같은 것들 때문이다. 이것을 돈과 맞물려 계산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중계적 입장에서 벗어나 더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북한이 만약 핵을 폐기하지 않을 경우 결국 우리는 핵을 지고 살아야 한다”며 “어차피 한 민족인 북한과 같이 살아야 한다면 더 주인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자꾸 미국한테 맡긴다는 자세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에 철도와 가스관 같은 인프라를 놓는 사업은 어마어마한 세금이 투입된다. 또 우리 정부만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국제 사회와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며 “아직 북한의 비핵화가 시작되지 않았는데 왜 미리 북한과 전 세계에 선전부터 하는가. 일에도 순서가 있다”고 꼬집었다.

반 전 총장은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전쟁의 위협이 없고 남북한 모두가 평화롭게 인권을 향유하며 잘 사는 것이다. 그래서 국제사회에 모범이 되는 나라가 되는 것”이라며 “이제 절호의 기회가 왔다. 하지만 가슴은 뜨겁되 머리는 냉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조연설 후에는 소강석 목사의 사회로 반기문 전 총장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 박종화 목사가 패널로 함께 참여해 토론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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