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분별할 줄 알자

  • 입력 2018.08.02 14:41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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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4일 저녁 7시, 인천국제공항입국장에는 경기남부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소속의 사복형사 10여 명이 해외에서 귀국하는 한 여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여인에게 발부된 긴급체포영장에 적힌 혐의는 특수상해와 감금, 사기 등 무려 11가지, 누구에게 물어봐도 퍽 놀랄만한 중한 범죄이다. 수갑을 채우는 형사들 앞에 순순히 손목을 내민 여인은 놀랍게도 현직 목사라는 사실이 참으로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목사’라는 이름표를 달고 저지르는 사회적 물의와 소동을 보면서 이를 묻는 세상 사람들 앞에 무엇이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그저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교회가 세상 앞에 어떤 모습을 보여야하며, 어떠한 자리에 서야 하는가를 알지 못하거나 배우지 못하여 저지르는 실수는 결코 아닐 것이다. 이번에 체포된 아무개 목사는 이미 몇몇 교단에서 이단으로 규정하였거나 교류금지 등의 조치가 내려진 바 있어 주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터이다.

경찰에서 그동안 수사를 해온 바에 의하면 사건의 시작은 이미 4년 전부터라고 한다. 경기도의 모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그녀는 설교를 통해 ‘성경에 기록된 심판이 다가오고 있으니 심판의 때를 대비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누릴 주인공들은 빨리 한국을 떠나 아버지의 약속한 땅으로 가야 한다.’고 성도들을 미혹했다고 한다. 성경 어디에 나오는 얘기인지 참으로 황당하다. 더욱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이 말을 듣고 고국을 떠나 그 목사가지목한 땅, 즉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피지(Republic of Fiji)로 이주한사람이 무려 400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막상 현지에서의 그들의 삶이 말 그대로 낙원에서의 은혜로운 삶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마는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하니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앞으로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을듯하다. 여권을 뺏기고 감금되다 시피한 채로 하루 열네 시간이 넘는 긴 노동에 서로를 감시하는 삶을 살았다 하니 듣는 것만으로도 기가 막힐 지경이다.

물론 이와 같은 일들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수사당국에서 앞으로 밝혀내야 할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미 각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진 바대로라면 이곳이 바로 인권의 사각지대라 아니할 수 없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그 목사가 이전에 서울의 어느 교단 신학교에서 후진들을 가르치는 일도 했다 하니 나름대로는 성경해석에 있어 그리 무지한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함에도 그가 성경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해석했는지는 알 수 없으되 몸에 붙은 귀신을 내쫓는다며 –일종의 축사(逐邪)의식인 듯- ‘타작마당’이라는 이름으로 폭행까지 자행했다고 탈출한 신도들이 증언하고 있다 하니 대명천지 21세기에 무슨 일인가 싶다. 다른 증언도 많고 또 계속 수사 중이니 상세한 전말은 차차 밝혀지겠지만, 차제에 한국 교회가 좀 각성해야할 점이 있어 보인다. 목회자들이 성도들을 바르게 가르치는 것이야 말로 두말할 필요가 없겠으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목회자들 스스로가 먼저 바로 서는 것일 성 싶다. 허황되고,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성도들을 미혹하는 엉터리 목회자들이 먼저 회개하고 하나님 앞에서 자복해야 할 일이며, 말세가 되면 적그리스도가 여기저기서 나타날 것이라 하였으니 미혹 당하지 않도록 항상 근신하며 깨어 있어야 할 것을 철저히 가르쳐야 할 것이다. 모쪼록 목회자들이 시대를 잘 분별할 줄 알아야 함은 물론, 그것을 성도들에게 바르게 가르쳐야 할 때이다. “모든 지켜야 할 것들 중에 네 마음을 지키라(잠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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