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유적지 등록문화재, 불교가 제동

  • 입력 2014.04.28 17:46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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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리산기독교선교유적지보존연합(이하 보존연합)이 지리산 선교사 유적지를 ‘등록문화재’로 추진하는 과정에 불교계가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리산에는 1921년부터 조성된 노고단 선교 유적지와 1962년부터 조성된 왕시루봉 선교사 유적지 2곳이 있다. 이곳에 선교사 유적지가 세워지게 된 것은 한국에 와서 복음을 전하던 외국 선교사들이 당시 우리나라 풍토병을 극복하고 호남 및 남부지역에서 의료, 교육, 문화 선교를 계속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단순히 선교사적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성경을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한글 문법을 최초로 체계화시킨 공헌을 인정받았고, 온 국민의 문화유산이 되도록 한 곳이다.
 
또 노르웨이, 영국, 미국, 호주, 일본식 등 선교사들이 지은 세계 각국의 건축 양식으로 되어 있어 역사적, 문화적, 건축학적, 종교적 가치를 충분히 지닌 곳으로 이미 평가된 바 있으며, 이를 평가한 전문가들은 신속히 보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힌바 있다.
 
3․1절 만세시위 선언문을 배후 지도하고 일제 식민시대의 부당함을 국제 사회에 알리는 등 우리나라 국권 회복에 앞장섰던 윌리암 린튼 선교사(2011년 건국훈장 애족장 추서) 역시 여름철이면 풍토병을 피해 미국식 오두막집을 짓고 머물렀던 문화 인류학적인 자료의 현장이기도 하다.
 
지리산 수양관에 머물렀던 선교사들은 대구 동산 병원을 시작으로 광주 기독 병원, 전주 예수병원 그리고 수많은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설립하는 등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맹을 깨우치는데 공헌한 본상과 같은 곳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귀중한 자료를 간직한 역사 현장인 것이다.
 
이러한 공로와 업적을 가리기 위해 2012년 10월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이하 내셔널트러스트)에서 모든 검증 과정을 거쳐 「반드시 지켜야 할 자연 환경 및 문화유산」으로 인정하여, 2013년 1월 <소중한 문화유산상>을 (사)지리산기독교선교유적지보존연합(이하 보존연합)에 수여했다.
 
이를 계기로 올 해 3월 19일에는 보존연합과 내셔널트러스트에서는 “지리산 선교사 유적 보전과 운영을 위한 신탁협약서”를 맺어 모든 문화적 자산을 기독교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품으로 돌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4월2일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 화엄사에서는 정부 요로에 공문을 보내 이를 차단하려 하고 있다고 한국교회언론회가 고발했다.
 
그 이유는 지리산 선교사 유적지가 불법건축물이고, 자격이 없는 유산을 등록하려 한다며 등록문화재 절차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회는 자격이 없는 유산을 등록문화재로 지정요청하고 있다는 불교계의 주장에 억지라고 반박했다.
 
“문화유산에 대해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역사, 문화, 건축 등 각 분야의 전문가의 판단이 우선”이라며 “불교가 역사가 오래됐다는 이유로 문화재 판단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지리산 왕시루봉 선교사 유적지는 한국에 기독교 복음이 들어온 지 130년을 맞이하는 올해를 기점으로, 한국의 개화기를 거쳐 근현대사에 엄청난 기여를 한 매우 중요한 역사적, 문화적, 선교학적 가치를 지닌 곳이며, 아울러 현장을 보존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면서 “불교 역사가 중요하다면 타 종교 역사도 존중할 줄 아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편협된 시각으로 논쟁보다는 그 시대의 역사적인 배경을 이해할 줄 아는 진지함도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지리산 선교사 유적지를 폄훼하는 것을 지속한다면 근대 문화의 유산을 부정하고, 결과적으로 역사를 외면하며, 기독교의 사회적 기여를 묵살하려는 편협되고 옹졸한 종교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라며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준 개화기 역사발전의 삶의 현장을 억지 논리로 막아서려는 시도는 결코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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