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립해서 교회 떠나는 전주온누리교회 정용비 목사

  • 입력 2018.09.03 19:49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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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규모의 분립 위해 직접 떠나기로 결심

후임 청빙투표 완료…2019년 11월까지 분립 완성 목표

“설교대로 살려고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주님이 기뻐하실 것 같아”

‘맨 땅에 헤딩하기’로 비견되는 교회 개척. 이제는 교회가 교회를 개척하거나 분립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된 지 오래다. 이에 따라 선도적인 몇몇 교회들은 양적 성장의 해결책의 하나로 교회 건물의 새로운 건축과 증축보다는 교회 분립을 선택해 왔다. 함께 동역하던 부교역자 중 검증된 이들 가운데 자원자를 선정해 분립하는 교회의 담임목회자로 파송하는 식이다. 여기에는 일부 성도들이 자원하여 이동하도록 하고, 또 다른 지역에서 건강한 교회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최근 전주온누리교회 정용비 목사가 분립을 결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교인들의 폭발적인 양적 증가로 도저히 수용할 방법을 찾지 못해 교회 분립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부교역자가 아닌 담임목사 본인이 분립 교회로 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주온누리교회 후임 청빙 절차까지 모두 마친 상태다. 어떻게 해서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정용비 목사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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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비 목사는 좁아진 교회 공간을 해결하기 위해 교회를 대규모로 분립하여 본인이 떠나기로 결심했다.

최근에 전주온누리교회를 분립하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게다가 담임목사이신 정용비 목사님이 새로운 교회로 나가신다고요. 한국교회에서 매우 생소한 상황입니다.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셨는지요.

-하나님의 은혜로 교회에 성도들과 아이들이 증가하게 되었고, 자연히 예배당과 교육관이 부족한 상황이 됐습니다. 수 년 전에 아예 본당까지 제대로 된 현대식 예배당을 건축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냥 좀 불편하게 살자는 생각들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쑥 들어갔었는데, 늘어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교육공간을 지어야 한다고 계획하고 추진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짓고 또 짓다가 계속 대형화가 되어 가겠다는 생각에 건축 대신 분립을 결정하게 된 거지요. 수도권에서는 담임목사가 나가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는 일이지만 지방은 좀 생경함이 없지 않습니다. 굳이 제가 나가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그래야 제법 큰 규모의 분립이 이루어지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교회에서 반대가 상당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당회와 성도들을 설득하셨습니까?

-그게 감사한 일입니다. 오히려 당회가 만장일치로 찬성을 했어요. 일부 반대하는 성도들은 혼란스럽기도 하고 충격이기도 했겠지만 대부분 찬성했습니다. 성경이 말씀하신 ‘흩어지라’, 즉 하나님이 사람을 만드신 후 처음 주신 말씀에도 ‘땅에 충만하고 번성하라’, 노아 홍수 후에도 그리고 바벨탑 후에도 ‘흩어지라’, 예루살렘 교회에 핍박을 허락하시고 흩으신 말씀을 근거로 함께 마음을 모아왔습니다. 사실 그 설교를 매년 첫 주일에 하곤 했었으니까요. 성도들이 의외로 순종을 잘 해 주었습니다.

교회 건축도 해야 하고, 이름도 정해야 하고, 성도들도 이동해야 합니다. 교회 분립은 어떤 형태로 이뤄지게 되나요?

-일단 성도들의 분립은 내년 3~4월경에 분립교회로 나갈 사람들에 대해 신청을 받아 철저히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현재 교회에서 차량으로 15분 거리인 새로운 개발지역에 종교부지를 매입하여 새로운 예배당을 건축할 예정인데, 이제 시작 단계라 이름은 아직 짓지 못했습니다. 가까운데 있어야 성도들이 옮길 수 있으니까요. 최종 분립은 내년 11월 초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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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온누리교회는 교회 분립을 이미 실행단계에 올려놓았다. 정용비 목사를 이을 후임 목회자 청빙 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사진.

후임목회자는 어떤 분이시고 앞으로 어떤 관계로 나아갈 것인지, 전주온누리교회와 새로 분립하시는 교회는 전혀 별개의 교회인지 형제교회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후임 목사님은 저희 교회에서 협력사역을 하며 함께 섬겼던 성서유니온 전북지부를 담당하신 목사님입니다. 7~8년 같이 사역하면서 인품과 교회를 향하여 갖는 생각들, 그리고 말씀을 전하는 것들에 대해 이미 검증이 끝난 분이어서 91% 찬성으로 청빙을 완료했습니다. 앞으로 두 개교회의 연합 문제도 당회와 성도들이 합의해야 할 일이지만 교회공동체를 두 교회가 어떻게 이루어 가느냐를 연구하고 고민하는 중입니다. 그럴 역량이 될지 모르겠지만 분립을 생각하는 교회의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지요. 사실 1차 분립한 적이 있었는데 그 교회는 80여 성도와 부목사님이 나갔었습니다. 3년 동안 교회가 자립할 때까지 돌보자는 차원에서 협력했었는데 일단 그런 정도의 정신을 갖고 출발하고, 더 이상적인 교회공동체의 모델을 만들어 갈까 합니다.

원래 더 큰 예배당을 건축하자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교회의 대형화를 포기하자는 ‘한 가치’를 붙잡았다고 하셨습니다. ‘한 가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대형교회에 대하여 옳고 그름의 차원에서 생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형교회 나름대로 역할이 분명히 있지요. 그러나 요즘은 교회가 교회를 개척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예루살렘 교회가 폭발적으로 부흥했지만 주님이 주신 마지막 땅 끝 사명을 잃고 있었을 때 교회를 엎으셨거든요. 그래서 나타난 결과들로 이방인 선교가 이루어졌고 그로 인해 우리가 복음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이는 성경의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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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선택을 하기까지 목사님의 교회관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어떤 교회관을 가지고 계십니까?

-우리가 ‘교회의 주인은 주님이시다’라고 고백은 잘 합니다. 그런데 사실 개척자가 주인이고 담임목사가 주인인 경우가 많잖아요. 주님의 몸 된 교회가 맞다면 무엇보다 주님의 기쁨이 되는 교회가 되어야 하고, 주님이 주신 사명에 투철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전통과 사람의 생각을 뒤집고 주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면 주저함 없이 감당하는 교회, 모든 선교단체나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건물을 아낌없이 내어주고, 우리의 힘이 필요한 교회나 사역자들에게 손을 내 밀어주는 교회, 더 이상 세상의 걱정거리가 되는 교회가 아니라 세상을 선도하고 영향력을 끼치는 교회가 되어야겠지요. 그리고 성도들에게 있어서는 교회가 골치 덩어리요 근심거리가 아니라 자랑이 되고 긍지가 되는 행복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예배 장소가 비좁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성도들이 늘어났다는 건데요. 전주온누리교회의 어떤 점이 양적인 성장의 동력이 됐다고 생각하십니까?

-은혜 아니면 설명이 불가합니다. 외적으로 비쳐지는 것은 이렇습니다. 전주온누리교회는 다르다는 거였지요. 작은 도시라 소문이 빨라요. 즉 교회 정관을 갖고 있어서 목사장로 정년이 65세입니다. 6년 마다 목사장로가 모두 신임투표를 하는데 경계심이란 찾아볼 수 없고 축제처럼 투표를 하면 모두 90%이상 신임을 얻으니까요. 공산당 아니냐고 말하는 분들도 계세요. 원로 제도도 없앴고 모든 인간과 세상의 권위를 없애고 하나님의 권위만을 인정하는 교회로 소문이 난 것 같아요. 또 저희 교회 핵심가치가 ‘예수님처럼’인데요, 예수님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자는 구호가 조금씩 삶으로 파고 들어가 성도들이 행복해 하는 게 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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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온누리교회의 드넓은 주차장은 여름이면 온 동네 가족들을 위한 워터파크로 변신한다.

목사님의 결정에 많은 분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람은 안정적인 것을 원하고 더 큰 것을 원하지, 불편하거나 귀찮아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목사님의 선택이 한국교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길 원하시나요?

-사실 이 인터뷰에 응한 목적이기도 합니다. 저를 비롯한 지도자들이 설교 시간에 말씀을 선포한 대로 살려고 바둥바둥 노력하면 다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가만히 세속적인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나에게 이익은 무엇이고 손해는 무엇인가? 아무래도 교회 규모가 작아지니 사례비를 자발적으로 깎아야 할 것 같고, 성도들도 줄어들고, 새로 시작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주님이 기뻐하실 것 같다는 겁니다. 이미 담임목사가 나가는 분립개척이 수도권에서 이루어진 사례가 있고, 수도권만이 아니라 우리 같은 지방에서도 이런 일들이 확대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목사님에게는 어떻게 보면 새로운 시작이자 도전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여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어떠신가요? 바라는 소망과 비전이 있으시다면?

-건축 문제와 분립 문제, 그리고 후임 담임목사 청빙 문제에 임할 때 주님께 맡기는 훈련을 했지요. ‘일을 이루어 가시는 분이 주님이시라면 95% 진행되다가도 주님이 막으시면 바로 두 손 들고 항복할 것이다. 철저히 주님께 맡기자’고요. 역시 그런 차원에서 앞으로 분립할 교회의 일도 온전히 맡겨야지요. 주님께 맡기고 주님이 일하시도록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바라기는 한국교회가 이제 더 이상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지 않고 ‘저런 교회라면 예수 믿겠다’고 찾아 나오는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간단합니다. 예수님이 원하시는 일을 찾아 주님의 기쁨 되는 교회가 되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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