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많이 하는 한국 교회

  • 입력 2018.10.04 11:59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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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한국 사회에 회자되던 말 중에는 ‘회의하다가 나라 망하겠다.’는 말이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사회와 나라의 발전을 고민하며 민중의 뜻을 모으고 지혜를 모으자는 취지와 의욕에 의해 회의를 자주 가졌을 터이나 때로는 그것이 되레 일에 발목을 잡는 경우도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회의가 꼭 필요한 것이기는 하나, 더러 그 본래의 취지와는 사뭇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 또한 더러 있었던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민주주의 사회체제가 갖고 있는 강점이자 약점이 바로 그것이다. 곧 대중 앞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이기는 하나 각자의 의견이 다양해도 너무 다양한 것 아닌가 한다. 물론 다양한 목소리를 함께 듣고 최선의 결론에 이르는 것이 민주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이기는 하다. 다만 그 과정에 있어 본시 회의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의 독특한 기질이 발동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문제인 것이다.

‘내 뜻이 관철 되지 않으면 나는 빠질 테니 당신들끼리 잘 해봐라.’는 식의 냉소와 비아냥은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우리 민족의 고질적 병폐가 아닌가 한다. 거기에 더하여 더욱 경계할 것은 그 뒤에 오는 반목과 분열이다. 결국 여럿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성격의 단체나 기관이 홍수를 이루는 것이 보기에도 매우 안타까워 보인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더욱 큰 문제는 교회 내부의 문제이다. 세상의 잘못된 것을 깨우쳐주고 바르게 이끌어야 할 교회가 과연 이러한 점에 있어서도 잘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가을이 되면 연말연시가 되기까지 교회 단체나 기관들의 모임과 회의가 줄줄이 이어진다. 교단별로 한 해를 결산하는 총회로부터 시작해서 기관별, 단체별 모임이 그야말로 러시를 이룬다. 문제는 그 가운데는 더러 꼭 이런 모임까지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의 회의답지도, 모임 같지도 않은 것들까지도 눈에 띈다. 회의 많이 하는 한국 교회, 이제 조금은 회의를 줄여도 좋지 않을까 싶다. 꼭 필요한 회의라면 회의답게 하기를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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