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앞에서도 분열시킬 생각 할 수 있는가”

  • 입력 2018.10.12 08:49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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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의 당위성만 논하며 분열해 있을 시간이 없다”

한반도에 복음이 전래된 이래 한국교회는 세계 선교 역사에 보기 드문 놀라운 부흥의 역사를 이루어 왔으나, 장로교만 해도 200개가 넘는 교단 분열의 역사는 부끄러움으로 지속되고 있다. 나아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양립에 이어 보수 연합기관의 계속되는 분열, 새로운 연합기관의 탄생은 교회 스스로 손발을 묶고 세상의 귀를 닫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종종 교단 통합과 연합기관 합동의 시도들이 이어져왔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둘이 셋이 되는 또 다른 분열을 초래해 부작용이 팽배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대사회를 향한 한국교회의 영향력은 땅에 떨어졌고, 안티 기독교의 범람에 세상은 교회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지 오래다.

이러한 현실의 근본적인 원인을 한국교회 분열이라 지목하고, 이제는 한국교회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데에 뜻을 같이한 이들이 그 방법론을 논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쪼개진 한국교회, 영향력은 바닥

지난 11일 서울시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는 한국사회발전연구원(원장 조일래 목사) 주최로 ‘한국교회의 바람직한 하나됨을 위한 방법론 대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세미나 발제에 이어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무 김진호 목사와 예장통합 사무총장 변창배 목사, 한국기독교장로회 총무 이재천 목사, 예장합동 최우식 목사 등 대표적인 교단 실무자들이 패널로 참석해 자유토론도 진행됐다.

인사말과 함께 토론회 취지를 전한 조일래 목사는 “한국교회의 대표 연합기관들은 이름과 주체가 자주 바뀌어왔고, 진보와 보수로 혹은 교단별로 나뉘어 대응을 하다보니 그 노력에 비하여 교회의 영향력은 미미했다”면서 “이제라도 한국교회는 하나가 되어 한국사회의 많은 문제들에 대해 하나님의 시각과 관점으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당위성을 피력했다.

이어 “한국교회 전체를 아우를 연합기관의 요청을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한국교회는 하나가 되어 알릴 것은 알리고 막을 것은 막고 고칠 것은 스스로 고쳐 나가는 새 역사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이제 함께 모여 하나 됨을 위해 기도하며 숙의하여 언더우드 선교사님이 간절히 염원했던 ‘그리스도만이 모든 것의 모든 것일 뿐인 하나의 교회가 이루어져’ ‘한국의 복음화’, 나아가 아시아와 세계를 품을 연합된 한국교회의 시작의 발걸음을 내딛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주요 이슈마다 한 목소리 내는 것부터

세미나는 한국교회언론회 공동대표 이억주 목사의 ‘한국교회 분열, 이제는 하나로 만들어 가자’ 제하의 발제로 시작됐다.

이 목사는 해방 이전 교회의 분열 양상에서부터 해방 후 신사참배로 인한 분열, 신학사상 차이로 인한 분열, WCC로 인한 분열을 비롯해 장로교들의 분열과 교계 연합기관의 출현과 분열까지 나열하며 아픈 역사를 되새겼다.

이 목사는 연합의 필요성에 있어 “하나 됨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분열은 사회와 선교현장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한국교회를 대변할 창구를 상실하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현 사회 현상은 교회가 하나 되도록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이슬람관련법 등 교회를 향한 많은 도전은 하나가 되어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합기관의 통합에 주목한 이 목사는 “4개의 단체로 분열된 한국교회 연합기관들이 갑자기 하나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사안별로 공조하며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부터 실천하면 어떤가. 정부의 기독교와 관련된 정책이나 제도, 연합단체의 역할들에 대하여 한 목소리를 내므로 한국교회가 복음을 전하는데 좋은 토양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면서 “교단의 지도자들이 서로 만나 성경적 가르침에 따라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나아가 “연합단체 대표자들이 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한국교회 대다수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를 살피고, 한국교회를 겸손으로 섬기며, 연합단체들이 하나 됨의 진정한 연합을 통해 공교회적인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고언했다.

편협과 독선 버리고 큰 지붕 아래 모이자

기장 증경총회장 김동원 목사는 ‘한국교회가 하나 되는 길’ 제하의 발제에서 주로 교단에 주목해 하나 되는 방법론을 소개했다.

김 목사는 “교단마다 예배, 말씀, 성령, 율법, 찬양, 예언, 악기 등의 강조점이 다르고 타이밍이 다르다. 각 교단의 다름을 이해하고 다양성을 수용해야 한다”면서 “‘그리스도교단’이란 이름의 공용을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목사의 시야가 너무 좁고 편협과 독선이 많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자기와 다른 여러 신학조류에 접촉할 기회가 적다”며 “신학교 커리큘럼의 저변 확대로 신학생들에게 다양한 신학에 접촉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또한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고 총괄하는 큰 지붕을 만들어 모든 문제를 이 공의회에서 대처하고, 안티 기독교에 대한 대책과 언론 및 내적인 성찰과 개혁 등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윤리교육을 강화하는 동시에 교인 1만명 이상의 기업적인 목회를 지양하고 목회다운 목회를 위해 교회를 분할하고 목회 체인점같은 지성전을 독립시키는 것이 좋다”는 개혁방안도 밝혔다.

엄청난 도전 앞에 긴급하고 절실한 ‘하나 됨’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이성구 목사는 ‘한국교회연합, 그 필연성과 긴급성 및 구체적 방안’을 주제로 목회자와 교회, 연합기관이 개선해야 할 점들을 지목했다.

먼저 연합의 필연성을 강조한 이 목사는 반 성경적 흐름을 따르는 현 세태에 고도의 전략과 전술로 대처하기 위해서 함께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소위 진보정권이 들어서면서 한국교회는 엄청난 도전에 직면했다. 동성애, 동성결혼의 합법화 시도, 동성애 조기 학교교육 시도, 동성애에 관한 군형법 개정 시도 등 소위 천부적 성을 사회적 성으로 바꾸고 양성평등이 아니라 성평등을 주창하며 창조질서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극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목하고 “한국교회는 더 이상 창세기 1장의 창조질서를 부정하는 일을 몇몇 개인들에게 맡겨놓는 무책임한 태도에서 벗어나 모든 교회가 연합하여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해가야 한다. 분열해 있을 시간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동성애가 턱밑으로 들어와 버렸다. 지난 20여년간 소수의 친동성애자들이 유엔, 유럽, 미국의 동성애자들을 동원해 소수자 인권이라는 말로 윤리적 이슈를 선점하고 법적 제도적 영역에 침투하여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하나의 커다란 흐름을 만들어버렸다”며 “이제는 이전처럼 연합의 당위성을 논하면서 세월을 보내고만 있을 수가 없다. 상황이 긴급하고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 목사는 “한국교회가 연합하여 국제적 흐름을 직시하고 다양한 전문가들과 단체들을 엮어내어 교회가 다루어야 할 모든 영역에서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았다면 얼마든지 사전에 막을 수 있을 것도 모두 놓치는 우를 범했다”며 “이제라도 속히 하나 되어 교회와 성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모든 영역에 대하여 한국교회가 갖고 있는 인재풀을 가동하여 성경적 대안과 방향을 마련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인간의 생각으로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우리가 문자 그대로 진정으로 하나님 앞에 선다고 하면 못할 일이 무엇인가”라고 강하게 도전했다.

교단과 개인의 창의성과 전문성 살린 넓은 조직으로

구체적 방안으로 이 목사는 먼저 목회자들이 신전의식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코람데오 정신을 확립해야 한다. 하나님을 두려워해야 하는데 두려움이 없다. 이게 한국교회의 핵심 과제”라며 “지도자들이 하나님 앞에서 그렇게 교회를 분열시킬 생각, 자리에 대한 탐심을 품을 수 있는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는 지도자들은 빨리 직분을 그만 두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단체에 주목한 이 목사는 “한국교회 연합단체는 대표 뽑는 일 때문에 오늘 이 지경에 이르렀다. 명예욕 때문인지 사명감 때문인지 판단하기 어려우나 더 이상 이런 소모전은 없어져야 한다”면서 “연합단체 대표를 의장이라 부르고 의장의 직을 최소한 2년 이상 맡게 하며 실제적 사역은 사무총장이 맡는 체제로 한다”는 방법을 제시했다.

나아가 “의장을 뽑는 해에 현직에서 은퇴하는 목회자 가운데 건강과 재정후원 등이 가능한 분을 각 교단이 한 분씩 추대하여 대의원들이 투표하여 선출하는 방법을 택하면 교회가 어려움을 받을 염려도 사라지고, 현역이 아니므로 시간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며 “현직에서 끝까지 모범을 보인 목회자가 대표가 되는 셈이어서 훨씬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을 덧붙였다.

또한 “한국교회 하나의 연합체가 되었다고 하여 모든 종류의 조직을 갖추고 구동해 가려 해서는 안 된다. 각 교단과 각 개인의 창의성이 충분히 발휘되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통일, 기도, 전도, 선교, 환경, 교육, 문화, 예술 등 각종 전문성을 가진 기독단체들의 개별성을 존중해야 한다. 연합운동은 연합체의 조직 중심이 아니라 한국교회가 갖고 있는 모든 자원을 집결할 수 있는 넓은 조직과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실제적 걸림돌 다루지 못해 아쉬움

이날 세미나에서 소개된 한국교회의 적나라한 분열상은 참석자들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아울러 창조질서를 파괴하고 교회가 위기에 처한 이 시대에 연합의 시급성과 필연성에 공감하며 ‘한국교회 하나 됨’을 향한 열망은 공통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이러한 당위성은 앞서 여러 차례의 세미나와 포럼 등을 통해 피력된 바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여전히 한국교회는 하나 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문제다. 교단과 연합기관 통합이 거론될 때마다 실무자들은 앞에서는 명분을 말하면서도 뒤에서는 거래를 일삼았다. 조건이 맞지 않으면 미련없이 합의를 파기했고, 자신의 명예를 위해 무리하게 통합을 강행해 또 다른 분열을 낳기도 했다.

‘한국교회 하나 됨’에 또 하나 가장 큰 걸림돌이 있다면 ‘이단논쟁’이다. 기장 증경총회장 김동원 목사가 발제에서 “각 교단의 다름을 이해하고 다양성을 수용해야 한다”고 했지만 한국교회는 다양성을 배격해 왔다. 하나의 성경 안에서 같은 신앙을 고백하고 있다면 형제가 되어야 하지만 지엽적인 측면에서 또는 율법적인 면에서 조금 다르다고 하여 이단으로 정죄해온 것을 교회사가 기록하고 있다. 그간 거의 모든 통합논의에서는 이단문제가 대두되어 왔고, 앞으로 진행될지 모를 논의들에서도 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국교회가 하나 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논의됐지만 이처럼 통합논의에 있어 실제적인 걸림돌이 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는 분명 한국교회의 치부이자 고백하기 힘든 부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반드시 선결되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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