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목양 칼럼] 고민의 수렁 속에서 내린 결단

  • 입력 2018.10.28 09:24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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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근 몇 주 동안 ‘신사참배 80년 회개기도회’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처음에 윤보환 감독님께서 저를 찾아와서 회개기도회를 하자고 했을 때 100% 동의를 하고 지원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전제를 했습니다. 주최 기관이 한국기독교부흥협의회로만은 안 되고 한국교회 전체가 합의하고 연합하는 기도회가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왜냐면 이런 회개기도회는 사람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미 1954년을 비롯하여 여러 번 회개를 했는데 왜 또 하느냐고 말입니다. 그러나 1952년에 대한예수교 장로회는 고신과 기장으로 갈라졌기 때문에 1954년의 부분적인 회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표성 있는 회개기도회가 되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정말 눈물로 통곡하는 부분은 미약 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도 언젠가 한 번은 한국교회 전체가 합의하고 하나 되어 회개기도회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저 자신도 우리 교회에서 이러한 내용으로 설교도 하고 국민일보에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회개기도회를 하는 명분과 타이밍이 중요한 것이죠. 그리고 그 명분과 타이밍으로 한국교회의 전체적인 동의를 얻어내고 정서적으로도 하나로 만들어서 기도회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일 먼저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이신 이영훈 목사님과 만나서 윤보환 감독님께 소개하고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저희 교단 총회장이신 이승희 목사님께도 설명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주최측에 한국교회를 하나로 엮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회개기도회에 대한 이견이 생기고 한국교회가 찬반으로 나눠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집회의 순수한 의도와는 관계가 없는 분들까지 참석한다는 소문이 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방향을 선회하자고 했습니다. 올해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준비성회를 하고 좀 더 준비를 하고 한국교회의 전체적 동의를 얻어서 내년 3.1절 행사 전에 하자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 기도회를 추진하던 실무자들은 이제 와서 중단할 수는 없다고 계속해서 밀어붙였습니다. 저는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아무리 의미있는 기도회를 한다 하더라도 이 기도회 때문에 한국교회가 정서적으로 나뉘어진다면 결코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발을 완전히 뺄 수도 없구요. 주최측에서는 이미 저를 대회장으로 올려놓고 광고까지 나갔기 때문에 설교도 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교인들도 동원하고 맨 앞자리에 앉아서 기도회에 동참을 하겠지만 설교만은 하지 않겠다고 고사했습니다. 왜냐면 제가 누구보다 한국교회를 연합하고 하나 되게 하려고 하는 사람인데, 제가 설교자로 서면 한 쪽으로 치우치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어느 한 기독교단체에서는 이 기도회를 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성명서까지 냈습니다. 나름대로 신학적, 성경적 이유까지 거론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거기에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타종교는 처음부터 아예 신사참배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끝까지 저항하고 또 저항하고 저항하다가 어쩔 수 없이 한국교회를 지키기 위해 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가 민족을 대표하여 하나님 앞에 회개기도회를 하자고 하는 것은 기독교가 그만큼 성숙한 종교고 민족의 역사를 의식하고 책임지는 종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 한국교회 수치를 드러내자는 것은 결코 아니죠. 그래서 글을 쓴 분과 통화를 하며 의견교환을 했습니다. “저는 명분과 타이밍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신학적이고 성경적인 의견에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중에도 실무자들과 설교 문제로 밀고 당기는 신경전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 목요일자(10월 25일)에 “이제라도 기도회를 취소를 해야 한다”는 광고가 실린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니죠. 이제 와서 어떻게 취소가 되겠습니까? “이런 아쉬움과 미흡한 부분이 있으니 이제라도 이런 부분을 보완해서 잘하기 바랍니다” 이렇게 제언하는 것은 모르지만, 어떻게 지금에 와서 취소를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날 오후에 실무자들로부터 계속 전화가 왔습니다. “설교는 안 하더라도 기도회 마지막 부분에 한국교회의 미래를 향한 제언의 말씀이라도 해 달라”고 말입니다. 몇 번의 전화를 한 끝에 해질녘이 다 되어서야 허락을 해 주었습니다. 너무 늦어서 저는 준비책자에 원고도 실지 못하였습니다. 마지못해서 대답은 해 주었지만 지금도 마음이 너무 무겁기만 합니다.

부디 이 기도회가 민족을 대표한 진정한 참회가 되기를 바라고 민족의 역사를 선도해 가는 기도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국교회를 하나로 만드는 영적 발전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성도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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