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협 ‘은퇴자’ 논란 속 이성희 회장 추대돼

  • 입력 2018.11.19 10:19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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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67회 정기총회가 지난 15일 연동교회에서 열려 신임회장에 이성희 목사를 추대했다.

애초에 이번 회장 순번은 기독교한국루터회였으나 루터회가 내부적인 문제로 회장을 배출하지 못한다고 통보함에 따라 시급히 다음 차순인 예장통합으로 지도력이 이양됐다.

통합은 회장 후보로 이성희 목사를 추천했으나 이날 총회에서는 은퇴하는 사람을 회장으로 세우는 전례는 없다는 반대 의견이 제기돼 논란을 겪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신복현 목사는 “이성희 목사는 지난 노회에서 은퇴하신 분이고, 연동교회에서도 올해 말에 은퇴하는 것으로 안다. 은퇴하면 단체의 장을 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면서 “총회원으로서 회원의 권리로 이 일을 가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결정에 반대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통합 총회장 림형석 목사는 “교회협에는 회장의 임기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안다. 이성희 목사는 연동교회를 담임하면서 그동안 교회협을 적극 지원하신 분이고, 에큐메니칼 정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신 분이며, 한국교회 연합을 위해 많이 노력하신 분이다. 교회협의 위상을 높이는데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된다”면서 “여러분들의 양해를 구하면서 허락하시면 좋은 회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지했다.

하지만 신 목사는 “헌장에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기 때문이다. 이홍정 목사님이 총무가 될 때도 나이가 걸림돌이 될까봐 협의를 거쳐서 총무 정년을 70으로 바꿨다. 교회협은 그런 기관이다”라며 “이성희 목사님의 자질은 너무 훌륭하지만 노회에서 은퇴하고 교회에서 정년이신 분을 회장으로 모시는 것은 반대다. 여기서 가부를 물어야 한다”고 동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협의점을 찾지 못하자 심지어 얼마간 대행체제를 유지하면서 헌장을 개정한 뒤에 회장을 선임하자는 의견까지 제시됐다.

하지만 이홍정 총무는 “정년이 지난 사람을 합법화하는 안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과연 좋은 일인지 잘 판단하셔야 한다. 특별한 상황에서 이번 안을 받아들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헌장에 명기하여 다음 총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이견이 대립되자 결국 거수투표까지 진행됐고, 이성희 목사를 회장으로 추대하는 공천위원회의 안을 받아들이자는 의견이 71표로 월등히 높게 집계됐으나 이석 인원이 많아 과반수를 넘지 못한다는 문제에 봉착했다.

이에 감리교측에서 “이렇게 되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다”며 “그냥 박수로 받기로 동의”했고,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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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속에서 힘겹게 회장에 추대된 이성희 목사는 “교회협이 한국교회의 중심적인 연합기구로서 역할을 잘 감당해온 것에 감사드린다. 논란 끝에 회장이 되었으나 산고 끝에 태어나는 아이가 훨씬 건강하다고 자위하면서 마음에 새기겠다”며 “갑자기 중책을 제안받고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나왔지만 한국교회가 가진 많은 좋은 점들 가운데 교회협이 가진 정체성과 가치를 극대화시키는데 노력하겠다”고 취임사를 전했다.

이어 “하나님이 우리 교회를 통해 역사하시는 것이 무엇인가 밝혀서 한국교회와 사회와 국가와 민족을 위해 공헌할 수 있도록 애쓰겠다”며 “임기 동안 총무가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모든 교단이 화합하고 일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들을 잘 감당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임사를 전한 유영희 목사는 “국가적으로 새로운 정치의 시작과 새로운 발걸음의 현장에서 첫 여성회장이라는 과분한 타이틀이었다. 뒤돌아보니 너무 부족했고 아쉽다”며 “교회협 회장은 나에게 도전이었고 성숙이었다. 함께 격려하며 달려와준 교회협 모든 식구들에게 감사드린다. 신임회장님은 더 잘 이끌어나가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후 회무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제67회기 주요 일정의 건 △‘문화영성위원회’와 ‘생명윤리위원회’를 통합하여 ‘생명문화위원회’로 수정하고 교회와 사회 파트에 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헌장개정(안) 심의의 건 △제67회기 사업계획(안) 심의의 건 △제67회기 예산(안) 심의의 건 △실행위원회 조직의 건 △제67회기 총회선언문 채택의 건 등 모든 안건이 빠르게 통과됐다.

한편 이날 총회 기타 안건 토의에서는 한국기독교장로회측이 사전 논의 없이 임보라 목사를 이단 정죄한 통합측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한 안건이 있었으면 총회 전에 반드시 서로 대화가 있었어야 한다는 불만의 공식적인 표출이었다.

이에 이홍정 목사와 통합 사무총장 변창배 목사는 유감의 뜻을 비쳤고, 해당 부서에 재고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히며, 이후의 과정들을 언론을 통해 공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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