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지는 은혜

  • 입력 2014.10.02 10:36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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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목사 (아름다운교회)
[프로필]
▣ 순복음 신학교 교수
▣ 일산기독교연합회 회장
▣ 사랑이 있는 마을 담임
▣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

사랑이 있는 마을의 사역을 하다보면 많은 환우들을 만나는데 최근 세 분을 만났습니다. 한 분은 39세로 연초에 회사에 제출하려고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폐암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동안 항암 치료를 세 번 받았습니다. 낙심한 상태에서 주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또 한 분은 52세로 폐암 말기입니다. 그동안 아내를 따라 교회에 다니는 정도로 신앙생활을 했었는데 지금은 정말 간절히 주님을 앙망하고 있습니다.

 

암이 발견되면 사람들은 대부분 낙심하고 절망합니다. 힘차게 인생을 살며 큰 소리 치던 사람도 한없이 약해집니다. 그런데 신앙적으로 보면 이것은 기회입니다. 사람은 위기 때가 아니면 하나님을 바라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난은 유익입니다. 어차피 한 번 죽는 것이 인생인데 갑작스럽게 떠나지 않고 준비하고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은혜입니다.

 

또 한 분은 80세 노인이신데 역시 폐암 때문에 와 있습니다. 군대에 가서 잠시 교회를 다니다가 내 마음대로 인생을 살던 분이 암으로 인해 노년에 교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그 분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하나님 앞에 섰을 때 ‘너 80년을 살려 주었는데 세상에서 무엇을 하다가 왔느냐?’라고 물으시면 할 말이 없을 것 같다고 하면서 전도사님에게 할 일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교회 화장실 청소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주의 일로 알고 열심히 했습니다. 몇 달 뒤 그 분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교회에서 예배 중 스크린에 영상을 띄우면 그 옆에 예수님의 형상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한 번이 아니고 계속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교회 영상 담당자에게 확인해 보니 영상에 그런 그림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겸손하게 작아지고 낮아져서 교회 화장실 청소를 하니 주님께서 그에게 은혜를 베푸신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사업에 성공하고, 출세하고, 자식들이 공부 잘하고, 건강하고 등등 온갖 은혜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된 은혜는 작아지고 낮아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하나님의 은혜는 높은 곳이 아니라 낮은 곳으로 임합니다. 하나님은 낮은 곳에 찾아오십니다. 작아지고 낮아지면 은혜를 달라고 부르짖지 않아도 저절로 은혜가 임하는 것입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살아계실 때 가톨릭 대학교에서 공연된 열린 음악회>에 참석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사회자가 김수환 추기경에게 애창곡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애모>와 <칠갑산>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사회자가 한 곡 불러달라고 요청을 하자 김수환 추기경은 나와서 <애모(愛慕)>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 때 사람들은 환호하고 감격했습니다.

 

만약 그 분이 성가를 불렀다면 사람들은 속인과는 다른 거룩한 분으로 그를 기억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애모를 부름으로써 그 분은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높은 자리에 있는 분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성정을 가진 분으로, 손을 내밀면 따뜻하게 잡아줄 수 있는 분으로, 인자한 이웃 할아버지와 같은 분으로 사람들에게 각인이 되었습니다. 프랑스의 루이 14세 황제는 키가 162cm 였는데 11cm높이의 굽 높은 구두를 신고 15cm 높이의 가발을 써 자신의 키보다 26cm를 높여 보이게 했습니다.

 

그는 절대군주로서 왕조 전성기를 구가했고 사치, 낭비, 방탕으로 나라를 멍들게 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루이 14세는 높아지려고 했습니다. 키도 26cm나 크게 했고, 허세로 나라를 키우려 했지만 결국은 무너졌습니다. 자신을 높이는 것이 교만이라면 낮추는 것은 겸손입니다.

 

우리 주님은 세상을 사랑하사 모든 사람을 구원하시고자 하늘의 높은 보좌를 버리시고 인간의 모습으로, 종의모습으로, 죄인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소외되고, 버림받고, 병들고, 연약한 사람들과 함께하셨습니다. 작아지고 낮아지는 것이 은혜입니다.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을 받고 싶습니까? 더욱 더 나를 굽히고 내려가며 또 내려가기를 힘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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