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목양 칼럼] 진심과 중심

  • 입력 2018.12.23 08:53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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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몇 주 전 한국교회 주요 목사님들과 함께 민주평통 김덕룡 수석부의장님과 조명균 통일부장관님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평화의 꽃길을 열어 가시는데 수고가 많으신데요, 저는 조금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아무리 우리 대한민국과 북한이 좋은 관계를 이루고 남북의 정상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들 한미관계가 돈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정부가 북한측을 향하여 주는 애정을 미국에도 좀 전달을 하면 좋겠습니다. 말로만 미국과의 관계를 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진심어린 마음과 진정성을 가지고 해야 합니다. 과연 트럼프 정부가 우리 정부를 얼마나 믿고 신뢰하는가 생각해 보셨는지요. 현실적으로 미국의 도움 없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이루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작년 구구절에 북한을 방문하려고 하는데 트럼프가 못 마땅하게 여기니까 못 간 것이 아닙니까? 중국도 트럼프의 눈치를 보는데 우리는 어떻겠습니까? 물론 지나치게 눈치를 보자는 말은 아닙니다. 무조건 친미주의로 가자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우리 민족끼리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룬다 하더라도 대북제재가 풀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김정은 위원장도 CVID를 단 한 번에 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단계적으로 핵을 포기할 때마다 단계적으로 제재를 풀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북한도 설득하고 미국과 공조를 잘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남북문제나 한미관계에 있어서 한국교회만큼 요긴하게 쓰임 받을 도구는 없다고 봅니다. 아무리 정부가 노력을 해도 정부와 정부끼리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한국교회를 소통의 수단과 도구로 잘 사용했으면 합니다. 또 하나, 현 정부는 NAP(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를 속도를 내서 통과시켰는데 우려가 큽니다. 물론 NAP 자체는 우리 대한민국에 필요합니다. 그러나 거기에 성평등을 비롯하여 독소 조항으로 발전할 요소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대로 간다면 언젠가 남북이 평화공존 상태에서 더 깊은 교류를 하게 될 텐데 과연 북한 주민들이 NAP를 금방 수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진정한 남북평화와 교류를 생각한다면 이런 부분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제가 봐도 논리적이고도 일목요연하게 발언을 한 것 같았습니다. 같이 동석했던 목사님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소목사님, 속이 시원했어요. 역시 소목사님이예요.”

그런데 며칠 후 통일부장관을 만나고 온 목사들을 좌파목사라며 문재인 정권의 하수인들인 것처럼 온라인상에서 공개적으로 비난을 한 것입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민주평통 수석부의장님과 통일부장관을 만나고 왔다고 그렇게 평가를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지금까지 성경적인 진리와 기독교적인 가치를 지키려는 측면에서는 보수주의 목사입니다. 예컨대, 동성애, 이슬람, 종교인 과세 등 건강한 목회생태계를 지키는 일에는 누구보다 앞장섰습니다. 그래서 저는 광장에서 싸우는 검투사처럼 전면에 나서서 일을 했습니다. 사실 대형교회 목사가 그런 광장 집회에 가면 얼마나 체면이 구겨지고 위신이 상합니까? 그러니까 그럴 땐 진보진영으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남북대화와 한반도 평화문제에 있어서는 상당히 열려 있어서 온전한 진보적 성향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평양을 예닐곱 번을 다녀왔지요. 그런데 이럴 땐 보수진영으로부터 변질된 목사라고 공격을 받은 것입니다. 물론 저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지키고 국방이나 안보문제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전 참전용사 초청행사를 12년째나 해오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그것도 북과 전쟁을 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다시는 한반도에 동족상잔의 비극이 없고 이 땅에 자유와 평화를 지켜내자는 취지로 해 온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극우와 극좌가 심하게 충돌하고 있습니다. 서로간에 진심과 진정성을 알려고 하지 않고 무조건 공격부터 하고 갈등을 부추깁니다. 이런 때 일수록 교계가 어느 한 정파에 치우쳐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여든 야든 항상 진심으로 대해왔고 진정성을 가지고 소통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 진심과 진정성 위에서 중심의 균형을 지켜온 것입니다. 이런 중심이 있기 때문에 저는 정권이 바뀌어도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것이지요. 그리고 중심을 가지고 있으니 그 안에서 깊은 진심과 진정성이 아름답게 발휘되는 것이죠.

지금 이 시대에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양극단이 아닌, 진심 그리고 중심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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