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 ‘거짓 공약’ 논란, 연합기관 실무자들 “합의 없다”

  • 입력 2019.01.28 21:56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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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후보 전광훈 목사가 선거 하루 전날인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진실이 거짓을 이기는 승부’를 언급했으나, 자신을 향해 제기된 의혹과 문제 제기에는 해명하지 못한 채 궁색한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에 직면했다.

전 목사는 이날 “세상정치를 하려고 대표회장에 나선 것이 아니라”라고 선을 긋는 한편 ‘한기총을 기독당 밑에 두려고 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음해’라고 주장했다. 선교은행과 관련해서도 사기가 아니라며 ‘한국교회선교은행(주)’ 사업자등록증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명히 전 목사는 정견발표회에서부터 ‘나는 정치를 안 하려고 한다’는 말을 수차례 되풀이했다. 하지만 “정치 인프라를 만들겠다”, “돌아오는 총선에서 우파당이 200석 못 얻으면 국가 해체된다고 본다”, “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에서 애국운동을 계속 할 것이다”, “좌파에 책 잡히지 않도록 하겠다” 등 어느 발언 하나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세상 정치를 하지 않겠다면 우파당 의석수와 국가 해체 등의 호도는 언급했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

또한 “기독자유당만 성공하면 한기총과 종로5가의 모든 문제를 총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발언했던 것과 “기독자유당을 통해 천문학적인 재정을 일으킬 수 있고, 한기총을 포함한 종로5가의 모든 대표기관을 충분히 지원하고도 남는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는 한기총의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기독당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지목함으로써 한기총 대표회장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하려는 것인지, 기독당을 선전하고자 함인지 의문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교회선교은행(주)’ 사업자등록증을 제시했다는 소식에 대해 한 총대는 “선교은행 이야기가 나온지가 언제인가. 사업자등록증 말고 보여줄 수 있는게 뭐 하나라도 있는가. 아직까지도 내놓을 것이 등록증밖에 없는데 앞으로도 내놓을 것이 있으리라 믿어줘야만 하는가”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한편 전광훈 목사는 얼마 전 ‘실제적인 정책을 내놓겠다’면서 “한기총을 중심으로 모든 연합기관을 통합하겠다”고 공약을 제시했다.

“단체 가입과 교회 숫자가 적은 교단들의 완전한 동의가 있어야 한다. 7.7정관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전 목사는 “이미 다른 연합기관의 실무자들과 실제적 합의를 끝낸 상태다. 대표회장이 되면 한두 달 안에 통합을 마무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재미있는 것은 바로 3일 전 1월25일 열린 ‘3.1운동 100년 한국교회 기념대회 기자회견’에서 연합기관 대표들이 보인 반응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이날 분위기는 ‘물리적인 연합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전 목사가 언급한 대로 ‘연합기관 실무자’들에게 확인하자 “그런 적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교연 실무자는 “통합과 관련해 얘기를 나눴을 뿐 합의를 하거나 그런 것은 없다”고 답했다. 그 대화를 실제적 합의로 볼 수도 있느냐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는 “그걸 실제적 합의라고 말하면 안된다”고 일축했다.

한교총 실무자는 “전 목사와 통합에 대해 어떠한 얘기도 한 적이 없다. 다른 인사와 관련된 얘기나 합의를 했을 수는 있겠으나, 실무자인 나와는 통합에 대해 실제적 합의를 진행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로써 또다시 전 목사가 총대들을 향한 메시지에서 밝힌 공약이 ‘거짓’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더욱이 한국교회는 ‘전광훈 목사’와 ‘통합’이라는 키워드의 조합에 대해 그다지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전광훈 목사가 연합기관 통합을 언급함으로써 과거 백석과 대신의 교단통합 과정을 연상시켜 자충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기총 제25대 대표회장 선거는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기호1번 김한식 목사와 기호2번 전광훈 목사가 맞붙는 이번 선거에서 총대들은 어떤 선택을 내놓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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