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대표회장 취임식, 정치색으로 물들어

  • 입력 2019.02.19 13:43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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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제25대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 취임식이 지난 1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취임식은 ‘하나님과 트럼프’와 ‘이승만의 분노’ 출판기념회, 유튜브천만조직 결단식이 함께 진행돼 교계 행사인지 정치 행사인지 정체성이 모호한 집회가 되어버렸다.

취임식에 앞서 드려진 예배는 이용규 목사(증경대표회장)의 사회로 이애경 대표(애니선교회)가 대표기도하고, 길자연 목사(증경대표회장)가 창세기 19장24~29절을 본문으로 설교말씀을 전했다.

길 목사는 “아브라함은 허물과 실수가 많은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불완전한 아브라함을 선택하사 그로 하나님의 사람을 만들었다”며 “출애굽기 말씀에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한 언약을 생각하사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내보내 주셨다. 오늘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하시는 영광의 하나님께서 이 나라를 건져내실 것을 확신한다. 믿음의 사람은 말씀을 따라 산다. 우리의 살 길은 말씀 안에 있다”고 했다.

이어 “하나님의 생각과 우리의 생각은 다르다. 나라와 교회를 건지기 위해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기도, 말씀의 사람인 전 목사님을 세우셨다”며 “한기총과 한국의 교회가 다시 일어나 이 나라 이 민족의 백성이 다시 깨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엄신형 목사(증경대표회장)의 축사와 지덕 목사(증경대표회장)의 축도로 1부 예배를 마치고, 고영일 변호사의 사회로 2부 출판기념회가 이어졌다. 출판기념회에서는 이춘근 박사(前 연세대 교수)가 하나님과 트럼프에 대한 서평을, 김무성 前 대표(자유한국당)가 이승만의 분노에 대한 서평을 맡았다.

3부 취임식에서는 오재조 前 유니언대학총장, 이강평 서울기독대학교 총장, 장경동 목사(대전중문교회), 김문수 前 경기지사가 각각 신학자로서, 성경학자로서, 부흥사로서, 애국운동가로서의 전광훈 목사를 조명했고, 권태진 목사(한교연 대표회장)가 축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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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사를 전한 전광훈 대표회장은 “이 시대가 한국교회를 비난하고 있다.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 교회가 이 나라에 끼친 영향력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 미국의 선교사들이 이 땅에 들어와서 교회, 학교, 병원을 지었다”며 “그보다 위대한 사건은 이승만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한미동맹, 특히 기독교 입국론이란 기둥으로 국가를 운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기총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국가가 해체되는 것을 막고,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모든 악의 세력에게 이겨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포로에서 풀려나 부른 노래, 시편 126편을 부르자”고 했다.

끝으로 참석자들은 유튜브천만조직 결단식에서 △열두시 정오를 기해 국가와 민족을 위해 기도에 참여한다 △하루에 한 장씩 성경을 읽는다 △십계명을 지키기 위하여 힘쓴다 △하루에 한 명씩 꼭 복음을 전한다 △예수한국 복음통일을 이루기 위하여 일천만 유튜브 시청자 조직을 한 달 안에 서명 완료한다고 함께 선서했다.

한편 전광훈 대표회장은 이날 자극적이고 정치적인 발언으로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전 대표회장은 “좌파 정부가 한국교회를 탄압하고 있다”, “북한에서 온 주사파라는 찌꺼기가 붙어서 청와대 점령하고 대한민국을 해체하려 하고 있고, 이승만의 건국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 보수 기독교를 대표하는 한기총의 대표회장이라면 보수성향을 띠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공적인 자리, 취임식에서 원색적인 단어로 일방적인 비난을 쏟아낸다면 문제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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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김무성 의원 등 보수 정치인들까지 순서자로 등장해 지지발언을 쏟아내자 일각에서는 전광훈 대표회장 체제의 한기총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한 참석자는 “여기가 한기총 대표회장 취임식 자리인지 무슨 정당 전진대회인지 헷갈릴 정도”라며 “전 목사가 한기총을 정치적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더욱이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앉은 자리에서 팩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목격되거나, 집회를 마친 뒤 행사에 동원된 노인들이 속칭 ‘알바비’를 받아가는 장면이 노출되면서 돈을 주고 인원을 동원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물의를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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