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임원회 ‘희년 차원’ 징계자 해제 결의

  • 입력 2019.02.26 10:31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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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전광훈 목사) 제30-1차 임원회가 2월25일 개최된 가운데 대대적인 징계자 해제가 이뤄졌다. ‘희년의 차원’에서 이뤄진 이번 해제는 3.1운동 100주년과 시기가 맞물려 한기총의 특별사면이라는 평가와 함께 정치적 아군을 확보하기 위한 전 대표회장의 계산된 행보라는 분석까지 갖가지 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징계자 해제는 그동안 한기총 이름으로 결의된 자격정지 등 모든 징계가 포함되며, 현재 법원에 고소고발된 사안들도 모두 취하키로 한다는 결의가 이뤄졌다. 다만 검찰로 넘어간 사건은 한기총의 손을 떠났기에 대상이 아니며, 유독 글로벌선교회(김희선 장로) 하나만은 해제에서 보류됐다.

전광훈 대표회장은 “징계 해제를 원하는 당사자들에 대해 전화와 문자로 다 신고를 받았다”면서 “한기총 이름으로 결의된 모든 징계는 희년의 차원에서 전체 해제하되, 상대방측에서 법원에 고소고발을 한 것도 다 취하하는 것으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기총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가진 교단들과 인선과 사업추진에 대해 협의를 많이 했다. 그 결과 글로벌선교회는 뒤로 미뤄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주로 사업적인 부분에서 많은 무리가 있었다는 제보를 받았다”면서 “글로벌선교회는 이번 해제에서 보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징계 해제가 결의되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조사위의 활동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지난 제30회 총회에서는 한기총의 공금과 모금이 유용되거나 사라졌다는 보고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조사위는 이 결과를 토대로 사법고소와 환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 대표회장은 “한기총 조사위 발표와 관련해서는 한기총 돈도 일부 있지만 사실 이게 속칭 배달사고다. 모금이 중간에 없어지거나, 누가 언제 왜 이 돈을 썼는지 불분명한 것이다. 보고를 받아보니 90% 조사가 끝났고, 홍재철 목사에 대한 10% 정도만 남았다고 한다”면서 “조사위원회는 그대로 존속하되 김정환 위원장을 전격 해임하고 이병순 목사를 위원장에 임명했다”고 말했다.

조사위는 한 달 안에 남은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위원장이 교체되고, 조사위 보고서에 등장하는 인물이 임원으로 임명되는 등 흘러가는 상황에 의하면 대대적인 개혁의 칼을 빼들었던 조사위의 활동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날 임원회에서 한기총은 3.1운동 100주년 기념대회를 결국 한국교회 연합이 아닌 ‘3.1절 국민대회’로 별도로 진행하는 것으로 공식 결의했다.

직전 대표회장인 엄기호 목사가 한국교회가 함께 참여하는 ‘3.1운동 100년 한국교회기념대회’에 참여하기로 뜻을 밝힌 바 있으나 한기총 제30회 정기총회에서 전광훈 목사가 대표회장에 당선됐고, 노선을 달리할 것이란 예상이 확인된 것이다.

그런가하면 전 목사는 이날 3.1절 국민대회 준비의 건에 있어 또다시 확인되지 않은 정치적 발언을 쏟아냈다.

전 목사는 “3.1절 예배는 문재인 정부가 1919년 3.1독립운동때 건국이 이뤄졌다고 우리나라 멀쩡한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했다. 북한 인민공화국으로 가려는 술책 중에 대한민국의 건국을 부정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 3.1절 역사왜곡을 하면서 범죄행위를 하고 있다. 한국교계 일부 목사들이 이를 찬성하는 집회를 하겠다고 한다. 나는 아마 정부로부터 압력을 당했으리라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에 엄기호 목사와 이영훈 목사가 하는 3.1절 행사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국가의 범죄행위를 찬성하고 참여하면 되겠는가”라며 정부가 한기총을 비롯한 시민단체가 집회 못하게 하려고 막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따라서 한기총은 별도로 3.1절 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3월1일 광화문 사거리에서 새문안로 방향으로 장소를 잡았다. 대회장에는 길자연 목사가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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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이날 임원회에서는 임원 임명의 건과 통합추진특별위원회 구성의 건, 기타안건 등이 처리됐다.

임원은 기존 증경대표회장 및 명예회장에 △명예회장 오재조 목사, 강영선 목사, 김운복 목사가 추가로 임명됐고, △공동회장에 김창수 목사, 박중선 목사, 이태근 목사, 정상업 목사, 박홍자 장로, 김원남 목사, 김홍기 목사, 김성남 목사, 강기원 목사, 정동균 목사, 신현옥 목사, 조경삼 목사, 도용호 목사 △공동부회장에 이재희 목사, 한은수 감독, 신조광 목사, 이지영 목사, 윤광모 목사, 김명식 목사, 조성대 목사, 이명구 감독, 정일량 목사, 강인선 목사 △총무에 노곤채 목사 △회계에 남순희 전도사 △감사에 고영일 변호사, 박경표 장로, 장두익 목사가 각각 임명됐다.

통합추진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엄신형 목사가 임명됐으며, 통합을 위한 실행위원회 및 임시총회를 3월21일 열기로 했다.

기타안건에서는 서울고백대회 특별위원장에 이강평 목사,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에 유동근 목사, 윤리위원장에 이은재 목사, 대내외협력위원장에 박중선 목사가 추가로 임명됐다.

한편 이날 한기총 임원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임원회 비공개는 참석자들의 자유로운 발언과 토론, 민감한 사안에 대한 필터링을 위해 예전부터 종종 이뤄져 왔다. 문제는 전 대표회장이 언론들을 향해 ‘범죄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비공개를 선언했다는 점이다.

이날 전광훈 목사는 “오늘 회의는 비공개로 하겠다. 한기총에 이뤄지는 회의에 대해 언론들이 보도하는 것을 보면 이거는 그야말로 범죄적 행위다”면서 “그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오늘 회의는 비공개로 하겠다. 언론기관과 해당되지 않는 분들은 자리를 비켜주길 바란다”고 선언했다.

전 목사가 지목한 ‘범죄적 행위’는 자신의 소속교단 문제와 정치적 발언, 취임식 논란 등에 대한 언론의 비판 보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날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본인이 말조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이를 비판하고 보도한 언론 탓만 하고 있는 것이냐”며 고개를 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도 전 목사는 한기총 임원회 예배 설교에서 “예루살렘 첫 공회를 야고보가 주도했다. 예수님도 족벌정신을 이었다. 베드로에게 주지 않고 동생 야고보에게 줬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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