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에 문재인 탄핵집회 연 전광훈 목사

  • 입력 2019.03.05 12:04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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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일 서울 종로와 광화문 일대에서는 여러 단체들이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하며 저마다의 의미를 담아냈다. 특히 기독교 연합기관과 단체들도 자리를 다투어 기념예배와 기도회, 국민대회로 성경적인 가치들을 담아냈다.

공통적으로는 100년 전 3·1운동에 기독교의 지대한 기여를 기억하고, 하나님께 감사하며, 다시금 기독교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는 격려가 포함됐다.

한국교회총연합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함께 ‘3·1운동 100주년 범국민대회’를 개최했고, 일부 교단들과 세계한국인기독교총연합회는 ‘3·1운동 100년 한국교회 기념대회’를 열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이라 자처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어디에 있었을까. 그 어디에서도 한기총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광훈 목사는 이날 서울 세종대로 새문안교회 앞에서 ‘문재인정권 퇴진 3·1절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날 범국민대회 주체가 청교도영성훈련원인지 한기총인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개회사를 하고, 증경대표회장인 길자연, 엄신형, 지덕 목사가 설교와 축사와 축도를 했지만 그뿐. 회원교단과 목회자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자리를 채우고 있는 사람들은 파란조끼를 착용한 청교도영성훈련원이 다수를 차지했다.

2부 범국민대회는 송영선 전 국회의원과 이애란 원장(자유통일문화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연설, 오사무엘(전 유니언대 총장)의 만세삼창 등 노골적인 정치성향의 집회로 진행됐다.

전광훈 목사는 이날 3·1운동의 계기를 130여년 전 기독교에서 찾으며, 선교사들이 이승만을 키워냈기에 결국 이승만이 3·1독립운동의 기틀을 놓았다고 주장했다. “기독교인이 된 이승만이 미국 대통령이었던 우드로 윌슨의 민족 자결주의 원칙을 조선에 적용한 것이 3·1독립운동의 기틀이 됐다”는 주장이다.

전 목사는 “이것이 3·1운동의 본질임에도 이승만 대통령과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며 “한기총과 모든 기독교인들은 이를 결단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전 목사가 ‘한기총과 모든 기독교인’이라고 언급하며 마치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자로서 발언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이에 동의하는 이가 얼마나 되느냐는 의문이다. 정작 이날 행사만 해도 참석자가 적었을뿐더러 청교도영성훈련원과 몇몇 순서자 및 한기총 관계자들 외에는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숫자였다는 평가다.

심지어 보수를 자처하는 주변 목회자들의 평가도 혹독했다. 한기총 관련 한 목회자는 “문재인정권 퇴진 집회라니 이게 뭐하는 거냐. 한기총이 결국 망하는 길로 들어섰다”며 “대중의 공감은커녕 기독교인들의 지지조차 얻지 못하면 극우 변방세력 취급을 당할 것이고, 한기총의 자리는 다른 연합기관이 메꾸게 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다른 목회자는 “또 이승만이다. 아니면 말고식의 전광훈 목사 발언에 주목하는 언론이 아직도 있는가”라며 “이젠 관심을 끄려고 한다. 작금의 한기총엔 희망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전광훈 목사가 개최한 이날 행사는 ‘문재인정권 퇴진 3·1절 범국민대회’이다. 3·1운동 100주년은 임시정부 100주년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건국을 임시정부가 아닌 이승만으로 보는 전광훈 목사는 행사에서 100주년마저 없애버렸다. 아울러 임시정부를 대한민국의 시작으로 보는 문재인정부에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정치적인 입장과 신념이 어떻든 간에 민족의 큰 의미를 담은 3·1운동 100주년에 ‘문재인 정권 퇴진’을 외치는 것이 적절했느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한기총의 지나친 정치세력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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