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 결론, 법 조항 개정 불가피

  • 입력 2019.04.11 22:21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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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태아의 생명보호가 절대 우위, 여성의 자기결정권 제한” 판단

낙태 허용 기준 ‘임신 22주’ 제시, 2020년 12월31일까지 개정 주문

기독교계, “낙태죄 폐지는 생명 존엄성 경시 조장하는 결정”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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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제기한 낙태죄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라는 결론을 내렸다.

‘자기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이다. 270조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이다.

헌재는 이번 심판에서 “‘낙태죄’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하고 있다”며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또한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의 이 같은 결정에 낙태죄 폐지를 반대해온 시민단체들과 기독교계의 우려의 성명이 쏟아졌다. ‘낙태법유지를바라는 시민연대’는 “의학기술의 발달로 임신 6주부터 태아의 심장박동을 들을 수 있는 지금, 2012년의 선고를 뒤집는 헌법 불합치 결정은 시대착오적이며 비과학적인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연대는 헌재의 선고에 깊은 아쉬움을 표하면서 “헌재의 결정과 관계없이 여전히 태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중지하지 않을 것이며, 낙태하지 않고 태아의 생명을 지킴으로써 여성의 신체, 정신적 건강을 지키고 출산을 원하는 여성이나 남성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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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 언론회)는 ‘헌재가 생명경시 심화의 길로 우리 사회를 끌어들였다’ 제하의 성명서를 통해 “시대가 변하고,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공감하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다지만, 우리는 생명경시를 조장하는 낙태죄 폐지는 절대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언론회는 “헌재의 낙태죄 폐지 결정은 생명 존엄성을 경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만들어 갈 것이 뻔하다. 이는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라며 “모든 생명은 하나님께서 주셨다는 성경적 가르침을 받고 있는 종교계가 더 큰 짐을 떠안은 것 같다. 앞으로도 종교계는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주력해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전광훈 목사, 한기총) 역시 “생명은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것이기에 존엄하며 그 자체로 귀하다.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것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 더구나 태아를 죽이는 낙태 허용은 절대 불가하며, 이는 오히려 살인이라 불러야 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한기총은 “헌재의 판단에 강력히 규탄할 뿐 아니라 절대 반대하며, 헌재의 결정이 끝이 아니라 이제는 태아와 생명에 대해 전 국민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이승희 박종철 김성복 목사, 한교총)은 “헌재의 이번 판단은 인권의 이름으로 인권을 주장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인권을 합법적으로 침탈하게 하는 문을 열었다”고 개탄했다.

한교총은 “모든 생명은 저항할 수 없어도 존귀하다. 특히 사람의 생명은 잉태되는 순간부터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모태의 생명과 연관된 상태가 아닌 이상 인위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태아를 자기 소유로 생각하는 무지이자 권력의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권태진 목사, 한교연)은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낙태를 전면 허용한 것이 아니라 임신 초기의 낙태를 허용한 것이라고 해서 인간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말살행위가 조금이라도 미화되고 덮어질 순 없다”고 비판했다.

한교연은 또한 “헌재의 이번 결정이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자유분방한 성적 쾌락지상주의의 확산으로 여성이 성도구화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음을 조금이라도 살폈다면 오늘과 같은 판결은 없었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미래목회포럼(대표 김봉준 목사)도 “헌재의 이번 결정은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요, 교회와 세속의 싸움이며, 창조주에 대한 피조물의 도전”이라며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하더라도 창조질서는 거스를 수 없다. 모든 생명은 하나님께로부터 온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헌재는 임신기간 전체에 행해지는 모든 낙태를 허용하는 것이 아닌, 태아가 모체(임산부)를 떠나 생존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임신 22주’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또한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해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것이 아닌 2020년 12월31일까지 낙태죄 관련 법조항을 개정할 것을 주문했다.

이로써 1953년 제정된 낙태죄 규정이 66년 만에 전면 개편하게 된 가운데, 태아의 고귀한 생명과 여성 인권을 모두 존중할 수 있는 개정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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