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도 못 들은 척 하는 사람(1)

  • 입력 2019.04.18 13:22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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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민 목사.jpg

하성민 목사 (소망전원교회)

사막 한 가운데 동굴에서 수행하는 성자의 말을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성자는 수행을 위해 하루 중 정해진 시간에만 사람을 만납니다. 그런 성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한참을 기다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기다리던 한 여인이 차례가 되어서 성자 앞으로 나갔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조심스럽게 성자 앞으로 나간 여인이 막 자리를 잡고 앉으려는 순간, 참고 있던 방귀가 터졌습니다.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실소를 터뜨렸습니다. 사람들의 히죽거리는 모습이 여인의 눈에도 들어왔습니다. 성자에게 고민을 이야기하고 답을 듣기 위해 한참을 기다렸기에 다시 자리로 돌아갈 수도 없었습니다. 뜻하지 않은 실수로 여인은 얼굴을 들지도 못하고 땅만 바라보고 있는데 성자가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잘 안 들립니다! 크게 말해 주세요!”성자의 말을 들은 여인은 마음이 놓였습니다.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했지만 자신이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은성자이기 때문입니다. 여인은 성자가 자신의 방귀소리를 듣지 못한 것으로 알고, 고개를 들어 자신의 하소연을 이야기한 후 답을 얻고 돌아갔습니다. 사실 성자는 여인의 방귀소리를 들었습니다. 다만 창피해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여인을 위해 못 들은 척 한 것입니다. 그 후로 성자는 여인을 위해 계속 귀 어두운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다른 소리는 다 들으면서 여인의 방귀소리만 못 들었다고 하면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성자가 갑자기 귀머거리가 되었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사람들은 성자 앞에서 작은 소리로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성자는 그렇게 귀머거리 행세를 하며 17년을 살았습니다. 그렇게 17년이 지나고 여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성자는 제자들에게 갑자기 잘 들린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성자에게 기적이 일어났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성자는 다시 잘 듣는 사람으로 남은 일생을 살았습니다. 성자가 17년간이나 귀머거리로 산 이유는 한 여인을 위한배려였습니다. 그녀를 위한 한 순간의 재치가 임기응변으로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꾼 것입니다. 여인의 방귀소리를 들은 성자가 정말 듣고 싶었던 것은 여인의 고백이었습니다. 성자는 여인이 방귀소리에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재치를 발휘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한 순간의 재치를 진실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17년간 못 듣는 척 살았습니다. 성자가 여인의 방귀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면 여인의 진실한 고백은 듣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방귀소리를 들을 것인가? 고백을 들을 것인가?”

네가 많은 것을 볼지라도 유의하지 아니하며 귀가 열려있을지라도 듣지 아니 하는 도다 【이사야 42:20】

사람은 자신이 듣고 싶은 소리를 듣고 보고 싶은 것을 봅니다. 성도는 세상의 많은 소리 중에 진심을 듣고, 의미 있는 것을 듣고, 영적인 것을 듣는 사람입니다. 쓸데없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쓸 만한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됩니다. 가치 없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면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나쁜 말에 귀를 기울이면 좋은 말을 듣지 못하게 되고, 의미 없는 것에 매달리면 인생의 의미를 상실하게 됩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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