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국교회 부활절 선언문’에 딴지 건 NCCK의 선택적 포용

  • 입력 2019.04.23 12:43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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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70여개 주요 교단들이 함께 부활의 기쁨을 나누고 선포한 ‘2019 한국교회 부활절 선언문’(이하 선언문)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가 딴지를 걸고 나섰다.

선언문에 담긴 반인권적 요소를 철회하라는 요구인데, 도리어 이 요구로 인해 교회협이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판단된다. 세상이 말하는 정의와 가치를 따라 하나님의 말씀을 공식적으로 왜곡하고 부정하기 시작했다는 비판부터, 이웃종교는 존중해야 한다고 강요하면서 같은 종교 내의 다른 의견은 용납하지 않는 위선과 가식을 이제는 걷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교회협은 지난 23일 ‘만민의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는 차별과 배제가 없습니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서 교회협은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발표한 ‘2019 한국교회 부활절 선언문’의 반인권적 내용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사실상 부활절 선언문의 철회를 촉구했다.

교회협은 “부활하신 주님은 사람을 차별하거나 배제하지 않으시며, 우리가 사는 세상의 낡은 질서를 정화시키시는 분이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모든 이들의 존엄과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것이 바로 교회의 첫 번째 소명”이라며 “2019 선언문은 우리 사회의 평등이 아닌 차별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시정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교회는 소외된 이들을 조건 없이 수용하고, 이웃종교의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선언문에 명시된 ‘무분별한 이슬람 우대정책 반대’는 종교간 반목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이에 매우 깊은 유감을 표하며, 교회가 먼저 종교간 화합을 위해 더욱 힘써 일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또한 “낙태죄 폐지는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여성의 관점에서 먼저 바라보고,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며 “여성의 자기결정권, 생명권 그리고 건강권 등을 먼저 살피며, 서로 배려하는 일부터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문제는 교회협이 발표한 성명서가 모순으로 가득차 있다는 점이다. 교회협은 예수 그리스도가 머리 되신 교회들의 협의체일 것이고, 성경말씀을 존립 근거로 삼는 공동체일 것이다. 하지만 성명서 곳곳마다 오히려 성경을 왜곡하고 부정하는 표현들과 주장들을 담아내고 있어 읽는 신앙인으로 하여금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다.

먼저 교회협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모든 이들의 존엄과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것이 바로 교회의 첫 번째 소명’이라고 자기 마음대로 오도하고 있다. 생각없이 읽다보면 정말 교회가 첫 번째 소명으로 이러한 것을 받은 줄로 착각하며 무의식 속에 받아들일 수 있는 위험한 문장이다.

교회가 받은 지상 최고의 소명은 ‘땅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파하라’는 주님의 말씀이다. 이 복음은 ‘그리스도의 나심과 십자가에서 죽으심, 부활’을 말하며 이를 믿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는 생명의 말씀이다.

더욱이 대다수의 한국교회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하나님이 그분의 뜻대로 창조하신 ‘남성’과 ‘여성’ 외에 다른 성을 이 사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함으로써 타락과 죄악의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막기 위함이다. 그런데 교회협은 평등과 차별을 이야기하면서 하나님과 성경을 구석으로 치워버리고 있다.

두 번째로 교회협은 선언문이 ‘무분별한 이슬람 우대정책을 반대했다’며 종교간 반목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우려했다. 교회협은 유독 종교간 화해와 화합을 중요시해온 기관이다. 이 사회에서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종교간 화합은 당연히 중요하다. 국교가 없는 한국은 그래서 모든 종교에 평등한 기회와 조건이 주어져야 하고, 자유롭게 포교하며 국가와 개인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위협이 될 수 있다면 마땅히 제재되어야만 한다.

특정 종교에 ‘무분별한 우대정책’이 주어진다면 이는 교회협이 말해온 ‘평등’과 ‘정의’에 크게 어긋나는 것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무분별한 우대정책에 반대한다’는 선언문에 유감을 표한다는 것은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평등’과 ‘정의’라는 가치가 훼손되어도 된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회협은 ‘낙태죄 폐지는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표현으로 모순의 정점을 찍었다. 낙태라는 것은 자라나는 태아의 생명을 중도에 말살해버리는 명확한 살인이다. 모든 생명의 창조주는 하나님이시고, 태아의 생명도 하나님이 발생시키셨다는 것을 고백하는 정상적인 교회공동체라면, 여성을 위한다면서 하나님의 생명주권에 도전하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배도행위를 용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신사참배보다 못할 게 무엇인가.

낙태는 생명을 다루는 일이다. 따라서 생명의 주권자이신 하나님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함에도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교회협의 주장은 ‘페미니즘’이 종교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강력한 우려를 낳게 한다. 이 문제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생명권은 서로 배치되는 권리로써 동시에 살필 수 없다. 교회협은 스스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

교회협은 세상의 가치와 세상이 말하는 정의에 함몰되기 이전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라는 스스로의 정체성과, 스스로 무엇을 섬기고 믿고 있는지 철저하게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그 복음은 거짓 복음이 될 것이고, ‘세상을 위한 교회’라는 허울 좋은 가면 속에 알맹이 없는 씨앗이 되고 말 것이다.

아무리 악조건 속에 놓인 씨앗이라도 알맹이가 있다면 언젠가 싹을 틔울 수 있지만, 아무리 옥토에 심겨진 씨앗이라도 속이 비었다면 먼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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