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하고 살자

  • 입력 2019.07.18 10:54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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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장기(臟器) 기증운동을 말할 때 이를 상징하는 고유명사로 쓰이는 말에 ‘니콜라스 효과’(The Nicholas Effect)란 말이 있다. 어원을 알아보니25년 전 한 소년의 죽음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냥 죽음이 아니라 7살 소년 니콜라스 그린(Nicholas Green)이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중에 괴한이 쏜 총에 맞아 뇌사상태에 빠졌을 때 그의 아버지의 결심에 따라 그의 장기를 기증함으로써 7명의 사람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난 것이다. 지금 중년 이상의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자라오면서 웃어른들로부터 ‘밥값이나 제대로 하고 사느냐?’는 책망 섞인 말을 자주 들으며 살았을 것이다. 사람에게 ‘밥값’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의 할 도리를 다하며 그 이름에 걸맞은 값을 한다는 말이다. 니콜라스 그린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였으나 그 이름의 값을 제대로 하고 떠난 것이다. 비록 자신의 의지가 아닌 아버지의뜻이기는 하였으되 그 이름이 장기 이식이 아니면 절망할 수밖에 없는 다수의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음은 물론, 그로 인하여 세계적으로 장기 기증운동이 활발해지는 놀라운 효과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고귀한 이름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근자에 한국 교회는 이름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성도’들이 생각 외로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한다. 낯 뜨거운 성범죄의 허물을 지은 자들을 비롯하여 물질에 대한 과욕이 빚은 오명은 물론, 성경에서 말하는 이생의 자랑과 육신의 정욕에 따른 갖가지 범죄가 사람의 이름값에 먹칠을 해도 단단히 하고 있는 모습들을 자주 보게 된다. 성도가 성도의 이름값을 못하는 것은 곧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이름을 포기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보여준 교회 안에서의 「그루밍(Grooming)성범죄」 파문에서는 이를 스스로 정화(淨化)할 능력을 상실한, 이름값 못하는 ‘교회’의 현주소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말았다는 것이 더욱 가슴 아프다.거기에 더하여 비판해야 할 일을 놓고도 비판하지 못하는 한국 교회 현실은 더 가슴을 아프게 한다. 권하노니 ‘이름값’ 좀 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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