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제6대 총장 김윤희 박사 대담

  • 입력 2019.09.06 14:08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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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뜻을 물으면 능력 주시고 인도해 주실 것”

“복음주의 큰 틀 안에서 신학을 배우고, 세계적인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

“3년이면 신학을 배우면서 영어에 통달…이 기회를 반드시 잡으라”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제6대 총장에 김윤희 박사가 취임했다. 8월29일 취임한 김 총장은 2023년 8월31일까지 4년간 총장의 직임을 맡아 섬기게 됐다. 김 총장은 1982년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미국 웨스턴신학교(Western Seminary)에서 문학석사(M.A.)와 목회학석사(M.Div.)를 취득했으며, 1995년 미국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대학원(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에서 구약학으로 철학박사(Ph.D.)를 취득했다. 1998년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의 창립멤버이자 구약학 교수로 부임하여 2013년까지 15년 동안 재직한 바 있다. 2015년부터는 FWIA(Faith & Work Institute Asia)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빌리그래함 전도협회(BGEA)와 함께하는 ‘2020서울페스티벌’의 일과영성 위원회 위원장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김 총장은 구약학자이면서 동시에 여성사역, 일터사역, 가정사역 등 다방면에서 폭넓게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유튜브(YouTube)를 통해 진행하는 ‘성경에센스’는 1만명 이상의 구독자와 2~3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성경을 통독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신선한 도전을 주고 있다.<편집자주>

1. 횃불트리니티 제6대 총장에 취임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소감과 각오를 밝혀주십시오.

 

-하나님께서 불러 세우신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순종하는 마음으로 감사드린다. 기독교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뜻인가라는 점이다. 하나님의 뜻이 아닌데 내 의지로 하려고 하면 하나님과 맞서야 한다. 그렇게 되면 사울처럼 왕이 되고 다 누린다고 한들 결국은 100% 실패일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누구의 이목도 아니고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느냐이다. 하나님이 부르셨다고 해서 고난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의미있는 고난이 된다. 학교의 요청을 받고 고민했으나 하나님의 뜻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받아들였다. 하나님의 뜻이라면 힘도 주시고 지혜도 주시고 사람도 붙여주실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부르셨는가라는 질문이다. 하나님은 너무 좋은 것이 사람의 강점을 보고 쓰신다는 점이다. 이 시점에 횃불트리니티에 나의 강점으로 공헌할 수 있기 때문에 부르신 것이라 생각한다. 과거 15년 동안 이곳에서 구약을 가르쳤지만 계속 교수로 있다가 총장이 됐으면 시야가 좁아지고 자칫 나태해질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학교를 떠나 사역을 하다보니 훨씬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나는 그때의 나보다 ‘Better Person’이 됐다. 이 모든 경험과 지식이 헛되지 않는 하나님의 계획이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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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임 총장님에 이어 횃불트리니티의 두 번째 여성 총장이 되셨습니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시겠습니까?

-남자냐 여자냐보다는 어떤 사람이 어떤 역량으로 일하느냐가 중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더가 여성이냐 남성이냐에 초점을 두는 것도 이미 구시대적인 생각이 되어버렸다고 본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너무나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에 여성 총장이라는 것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갈수록 인구가 감소하는 시대에는 여성은 물론 은퇴한 분들도 사회로 복귀해 기여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떤 비전을 가지고 일을 해내느냐에 주안점을 두고, 어떤 사람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 취임사에서 솔로몬이 간구했던 지식과 지혜, 듣는 마음을 간구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해 나가시겠습니까?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일하는 것과 내가 하는 것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내가 얼마나 위대한 총장인지 보여줘야지’라는 자세를 가진다면 하나님은 ‘니 알아서 해라’고 하실 것이다. 내가 총장으로서 일하기 전에 하나님 앞에서 먼저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그럴듯한 말로 사람을 속일 수 있을지라도 하나님께는 무의미하다. 너무나 좋은 학생들을 보내주셨는데 어떻게 키우길 원하시느냐고 기도하고 물으면서 추구해가는 마음이 있다면 하나님이 분별할 수 있는 능력도 주시고 인도해주신다. 이것은 체험으로 인한 확신이다.

4. 김준곤 목사님의 딸이라는 수식어가 늘 총장님을 따라다녔습니다. 이제는 누구의 딸이 아니라 ‘총장 김윤희’로 서게 됐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어떠십니까?

-하나님께서 어느 날 깨달음을 주셨고, 그 부분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를 했다. 내가 어느 모임에 가서 아버님 이야기를 하기가 부담스러웠던 시절, 굳이 밝히지 않았더니 나중에 알게 된 분들이 왜 그런 걸 숨기느냐고 굉장히 화를 내셨다. 그때, 어떤 분에게는 나의 모습이 겸손도 아니고 단지 속이는 것으로 비춰지고 만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의 아버지가 김준곤 목사님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굉장한 이점이 됐다. 김상복 목사님께서 나를 구약 교수로 강단에 자주 세워주셨던 시절, 내가 강단에 서면 수백여 명이 나를 의심과 불신의 눈으로 봤다. 여성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런 편견을 극복하는 데만 5~10분이 걸린다. 이것은 나에게 큰 손해다. 하지만 내가 김준곤 목사님의 딸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 나에 대한 신뢰감은 담보되고 메시지의 집중도도 높아진다. 이 부분이 굉장히 편하다. 

내가 누구의 딸이라는 인식의 틀을 극복한 것은 오래됐다. 다만 나로 인해 아버님께 누가 될까 걱정하는 마음은 아직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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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국교회에는 교단을 배경으로 하는 신학대학교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횃불트리니티만의 강점과 차별성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저희 아버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조직신학은 인간이 만든 것이고, 성경은 하나님이 주신 거다. 조직신학이 사람을 가르지, 성경은 사람을 가르지 않는다’고 하셨다. 교단을 배경으로 하는 신학대학교들이 역사도 깊고 훌륭한 학교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 신학체계 안에서만 가르침을 받는 것이 꼭 행복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횃불트리니티는 성경을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을 공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칼빈주의와 알미니안주의가 충돌하면 학생들은 양쪽을 모두 듣고 판단하게 되고, 이것이 싸워야 할 문제가 아니라 칼빈주의는 왜 칼빈주의가 됐고 알미니안주의는 왜 알미니안주의가 됐는지 이해하게 된다. 21세기는 포스트모던을 넘어섰다. 한 신학 체계에만 갇혀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복음주의라는 큰 틀 안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전 세계에서 모인 학생들과 함께 문화적 다양성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이점이다. 이것은 미국에 유학을 간들 경험할 수 없는 다양성의 축복이다.

6. 신학생들 대다수는 출석하는 교회 담임목사 등의 추천에 의해 자연스럽게 신학교를 선택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신학도를 꿈꾸는 학생들이 횃불트리니티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우리는 글로벌하고 미션지향적인 환경에서 배우고 경험한다. 케냐 학생이 사회를 보고 한국어로 찬양했다가 영어로 설교와 강의를 듣는 식이다. 이처럼 다양성이 어우러진 환경에서 신학을 공부하니 자연스럽게 연합을 체득하게 되고 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영어를 못하는 한국 학생들도 횃불트리니티에 3년만 있으면 영어에 통달하게 된다. 영어 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다. 이 악물고 3년만 열심히 하면 신학과 영어가 체득되어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사역할 수 있다. 이것은 하나님이 나를 사용하실 가능성의 폭이 넓어진다는 의미이고, 나의 그릇을 키우는 노력이다. 이런 기회를 반드시 잡기를 바란다. 덧붙이자면, 우리 횃불트리니티는 실력있는 학교로 소문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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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총장 임기동안 추구해나갈 비전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횃불트리니티는 이제 막 20주년을 지난 성숙한 청년같은 학교로서 또 다른 새로운 도전 앞에 새로운 도약을 하기를 원한다. 한때 유행했던 단어인 융합은 앞으로도 꾸준히 필요한 개념이다. 학문과 학문이 각각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융화되고 연결되고 통합되는 것이 중요하다. 복음과 신학과 성경과 사역과 선교와 삶이 다 융합되고 통합되어야 한다.

횃불트리니티는 창립정신인 학교의 미션과 비전을 기초로 하여 그 위에 21세기가 요구하는 새로운 지향점을 더하여 글로벌하고 선교지향적이고 복음중심적이고 믿음과 삶과 성경과 영성의 통합적인 교육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다. 신학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 신학과 신앙이 융합되는 예수 그리스도가 자랑스러워 할 제자들과 리더들을 키우는데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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