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감동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다. 우리에게 너무나 친근하고 익숙한 두 명장(名將) 축구 감독 거스 히딩크와 박항서 감독의 얘기다. 벌써 17년 전의 일이기는 하나, 2002년 한여름 밤 우리를 즐겁게 했던 두 사람이 지난 8일 중국 우한에서 만났다. 2002년 당시 한 사람은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의 감독으로, 또 한 사람 박항서 씨는 수석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던 스승과 제자 사이인 것이다. 이날 벌어진 중국과 베트남의 22세이하(U-22) 대표팀의 친선경기는 제자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팀이2:0으로 완승을 거두었다. 감동은 경기종료 휘슬이 울린 바로 그 다음이다.승장(勝將) 박항서 감독은 웃지 않았다. 특유의 세레머니도 없었다. 곧바로 그날의 적장이자 스승인 히딩크 감독에게로 다가가 머리를 숙였다. 감동이었다. 승장과 패장(敗將)이기 이전에 옛 스승과 제자는 그렇게 우리 앞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와 있었다. 이 장면은 또 한 번 베트남 국민들을 감동케 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아직도 살아있는 사나이들의 ‘의리’를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아름다운 정신문화유산을 보여준 박항서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