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장애인 생존 달린 헬렌켈러법, 7개월째 국회 표류 중

  • 입력 2019.09.18 15:59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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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켈러는 시각과 청각을 잃었음에도 작가로, 사회활동가로 활동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한 위대한 인물 중 하나다. 그러나 헬렌켈러가 그러한 삶을 살기까지는 일평생 그녀의 눈과 귀와 입이 되어준 설리반이 있었다. 한국에도 1만여 명의 헬렌켈러가 있다. 한국의 시청각장애인들은 그들에게 설리반이 되어 줄 일명 ‘헬렌켈러법’ 통과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이 16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시청각장애인지원법(이하 헬렌켈러법) 제정’ 촉구선언을 발표하고 1만8천여 명의 시민서명을 국회에 전달했다.

이날 시청각장애인당사자와 장애계 인사 등 10여명은 지난 2월 이명수 의원(전 보건복지위원장)이 대표발의한 ‘헬렌켈러법’의 연내 제정 촉구를 주장했다.

’헬렌켈러법’은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중복으로 겪는 시청각장애인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통합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안이다. 단일장애(시각, 청각)보다 일상에서 더 많은 제약을 겪기 때문에 별도의 법 제정이 필요하지만 국내에는 관련 제도나 지원이 전무한 상태다.

2017년 한국장애인개발원 연구자료에 따르면 시청각장애인 3명 중 1명이 정규교육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근 2년 내 건강검진을 받지 못한 이들도 절반이 넘었다. 10명 중 7명은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국내 첫 시청각장애인지원센터인 ‘헬렌켈러센터’를 설립하고 시청각장애인 권리 옹호 활동을 펼쳐온 밀알복지재단은 장애인의 날이 있는 지난 4월부터 헬렌켈러법 제정 촉구 시민서명 운동을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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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복지재단 정형석 상임대표는 “시청각장애인은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과는 다른 생활실태와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일반 장애인에 비해 일상생활에서 도움의 필요 정도가 매우 높다”며 “무엇보다도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위한 제도 마련과 지원은 시청각장애인의 권리보장 차원에서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손창환(49)씨는 “시청각장애는 단순히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문제를 떠나 세상과의 소통 자체가 단절돼 버리는 장애”라며 “적절한 지원제도가 마련된다면 우리도 충분히 사회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며 살 수 있다. 홀로 어둠 속을 헤매고 있을 전국의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속히 관련 법을 제정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날 시민서명을 전달받은 김세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시청각장애인의 장애특성을 고려하면 현행 장애인복지법만으로는 제대로 된 지원이 어렵다는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며 “당사자분들에겐 생존이 달린 문제인만큼 헬렌켈러법이 조속히 입법될 수 있도록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밀알복지재단은 헬렌켈러법이 통과될 때까지 온라인(helen.miral.org)과 오프라인을 통해 제정촉구 서명운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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