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 사실상 허용 ‘교회 사유화의 길 열려’

  • 입력 2019.09.27 12:00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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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로교 장자교단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예장 통합총회(이하 통합총회)가 수년째 이어진 명성교회 세습 사태를 ‘세습 허용’으로 일단락 지어 교계 안팎으로 비판의 중심에 놓였다.

통합총회는 지난 9월23~26일까지 포항 기쁨의교회에서 ‘말씀으로 새로워지는 교회’를 주제로 제104회 총회를 개최했다. 104회기 총회장으로 지난 회기 부총회장 김태영 목사가 자동 승계된 가운데, 목사부총회장 신정호 목사와 장로부총회장 김순미 장로가 단독후보로 당선됐다.

명성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수습전권원회는 총회 이튿날 보고 시간을 통해 “총회장이 자벽해 임명한 명성교회 수습전권위원 7인이 제104회 총회 폐회 이전에 수습방안을 보고하고, 이 수습방안을 총회가 토론없이 결정하여 명성교회를 둘러싼 논란을 종결해달라”고 청원했다.

이 보고 시간에는 통합총회 기관지인 한국기독공보 외에 언론사 취재도 불허됐다. 이런 가운데 명성교회 원로 김삼환 목사가 자리해 총회장에게 발언권을 얻어 일련의 사태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며 명성교회의 입장을 헤아려달라고 읍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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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동안 저희 교회로 인해 많은 기도와 어려움과 아픔 가지고 사랑해주고 기다려주신 모든 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면서도 “총회가 저와 교회에 대해 하신 일(담임목사 청빙 무효 판결)이 좋은 일이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고 인정을 하면서, 이로 인해 일반 언론과 방송, 이단까지 달려들어서 저희 교회가 피투성이가 되도록 많이 맞았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회 총대님들과 총회가 형님같이, 부모님같이, 동생들같이 품어주셨으면 한다. 그동안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을 잘 반성하고 섬기겠다. 집에 돌아와서 총회와 여러 어른들 잘 섬길 수 있는 일에 긍휼을 베풀어주시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교단 탈퇴설이나 새로운 교단 창립 등의 추측에 대해서는 “갈 데가 없다”며 일축시켰다.

이 청원에 대해 “재심 수용의 결과인 노회 임시당회장 파송이 된 후 수습전권위가 청원할 수 있는 것”, “총회에서 확정된 재판결과를 받아들여 이행한 후에 사과를 해야 그 사과가 진정성이 있는 것인데 이 사과는 진정성이 없다”는 등의 반대의견이 제기됐다.

찬성 측은 “원점으로 돌아가서 총회에서 시키는대로 하겠다는 다짐을 하신 것이다. 수습전권위원회 청원에 찬성한다”, “법 위에 하나님 말씀이 우선이고 교회가 우선이다. 교회와 하나님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 이해하고 하나되자”는 의견을 내놨다.

격론 끝에 재석 1142표 중 찬성 1011표를 얻어 수습전권위원회의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김태영 총회장 역시 “일정한 징계까지 포함한 수습안을 내어 총대들에게 인정을 받고, 더이상 명성교회로 인해 부정적인 언론 보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충분히 숙고하고 세운 위원들로 하여금 양자를 만나 총대 여러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꾸려진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은 광주동노회 채영남 목사, 경안노회 권헌서 장로(헌법위원), 서울서북노회 김성철 목사(규칙부장), 강원동노회 김홍천 목사, 평북노회 이순창 목사, 충북노회 최현성 목사, 광주노회 이현범 장로 등 7인이다.

위원들은 총회 폐회 이전 수습방안 모색을 목표로 명성교회와 서울동남노회 비대위 김수원 목사 양측과 논의 과정을 거쳐 수습안을 내놨다.

이로써 명성교회와 서울동남노회는 총회 재판국의 재심 판결을 받아들이고, 9월20일에 재기된 재재심을 취하하며, 오는 11월3일경 명성교회에 임시당회장을 파송하게 됐다. 명성교회의 위임목사 청빙은 2021년 1월1일 이후에 할 수 있도록 하되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할 경우 2017년 11월12일 행한 위임식으로 절차를 갈음하게 된다.

명성교회는 2019년 가을노회시부터 2020년 가을노회시까지 1년간 장로총대를 파송할 수 없게 됐으며, 서울동남노회는 2019년 가을 정기노회시 김수원 목사를 노회장으로 추대해야 한다. 특히 김수원 목사는 노회장 재직 시 명성교회에 어떤 불이익도 가하지 않아야 하며, 누구든지 총회헌법 등 교회법과 국가법에 의거해 고소 고발 소제기 기소제기 등 일정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

이 수습안은 재석 총대 1204명 중 920명의 찬성을 얻어 통과됐다. 명성교회 세습 반대의 중심에 서 있던 김수원 목사는 “수습전권위원회에 우리의 원하는 바를 이야기했을 뿐 합의를 하고 서명을 한 게 아니”라며 “수습안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총회가 결의했기 때문에 순종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교단 신학교인 장로교신학대학교 학생들과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등 명성교회 세습 사태를 반대해왔던 이들뿐만 아니라 사회 언론들 역시 104회 총대들의 결의에 “교회 사유화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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