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왕시루봉 보존 사업, 애터미 협력으로 날개 달아

  • 입력 2019.10.19 11:55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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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유적 보존, 그들의 행적 확증하고 계승하는 사업 공동 추진

한글문법 발전, 건축학적 의미, 신앙유산 스토리텔링에 협력

세계 각국의 건축양식에 한국의 고유 전통양식이 결합된 독특한 건축으로 그 역사적 의의를 인정받고 있는 지리산 선교유적지. 서양식 가옥에 아궁이와 툇마루가 결합된 세계 유일의 가옥 형태는 지리산 왕시루봉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복음을 들고 조선을 찾았던 서양 선교사들. 그들이 향토병에 맞서 어떻게 사명을 감당했는지 오롯이 기억하고 있는 지리산 왕시루봉 12채의 선교유적지에 대한 스토리텔링 및 관광자원화 사업이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지리산기독교선교유적지보존연합(이사장 소강석 목사)은 지난 18일 신촌 세브란스병원 종합관에서 주식회사 애터미(회장 박한길)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측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기독교 역사에 있어 중요한 가치가 깃든 지리산 선교사 유적 보존과 선교사들의 헌신과 희생의 행적을 확증하고 계승하는 사업을 공동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지리산 선교 유적지가 구약성경을 한글로 번역하고 한글 문법을 발전시키고 호남과 영남 지역을 넘어 전국에 학교와 병원을 세워 생명살리기에 앞장섰던 선교사들의 전초기지였음을 연구하고 알리는데 협력한다.

또한 가옥 12채와 교회 1채, 창고 1채 등 총 12채가 남아있는 지리산 왕시루봉 일대 선교사 유적을 관리하고 보존하면서 건축학적 의미와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확립하고 후손들에게 자원화하는데 협력한다.

나아가 한국 선교 초창기 지리산 유적지에 기거한 미국 남장로교회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신앙 유산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스토리텔링화하는 등 공익사업을 다양한 방편으로 실행하여 성지 순례지로 활성화하여 후손들에게 자원화하는데 협력한다.

이날 협약식에는 보존연합 이사장 소강석 목사와 공동이사장 인요한 박사, 애터미 박한길 회장이 함께해 협약서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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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사를 전한 인요한 박사는 “100여년 전 조선에 들어온 선교사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피에 대한 복음을 전하러 왔다가 풍토병으로 인해 자녀들과 가족의 목숨을 빼앗겼다. 그러면서도 이 땅을 떠나지 못한 선교사들의 마지막 피난처가 바로 왕시루봉 선교유적지”라며 “노고단 수양관에 이어 1960년대 무렵에 지어진 왕시루봉 수양관의 채플실과 목조주택들, 창고와 토담집 등에서 이 땅을 우리보다 더 사랑한 선교사들의 손길과 정신이 아직도 깃들어 있다”고 의미를 밝혔다.

이어 “나는 어려서부터 왕시루봉에서 예배를 드리며 자라났다. 어릴 때 하루 종일 미국에 보내는 선교보고 편지를 작성하는 아버지의 타자 소리를 듣고 자랐다”며 “나는 이곳에서 어린 자녀를 잃은 선교사들이 아픔을 극복하고, 조선을 더욱 사랑하며 영성을 키워가던 것을 하나하나 기억한다. 그저 하나님의 명령의 순종함이었고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뿐이었다. 진정한 믿음을 발견할 수 있는 이곳 왕시루봉 선교유적지는 이제 우리에게 회복을 주는 기회의 땅이라고 감히 확언한다”고 말했다.

소강석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왕시루봉 선교유적지는 풍토병을 피해 1200미터가 넘는 고지에 집을 짓고 여름철이면 건강을 돌보고 영적인 재충전을 가졌던 곳이다. 영호남의 선교사들이 함께 만나서 영호남 화합을 이룬 곳이기도 하다”며 “한국교회도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지리산 선교유적지는 한국교회의 선교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고 보존되어 있다. 지리산 선교유적지가 잘 보존되고 한국 교회사에 기록되어서 한국교회 100년의 초석을 놓고 미래를 설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런가 하면 애터미 박한길 회장은 “왕시루봉 현장에 찾아갔을 때 건축학적으로 매우 귀중한 자산을 보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아쉬웠다. 과거의 발자취는 우리가 나아갈 이정표가 된다. 선교사들의 흔적을 보존하는 일을 해 놓아야 후대가 따라올 수 있는 이정표가 된다고 믿는다”며 “지리산 왕시루봉 선교 유적지를 보존하는 이 일에 주님께서 지혜를 주시고, 우리가 합력하여 선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저에게 맡기신 물질이 복음을 지키고 전하는 일에 쓰임받는다는 것은 크나큰 은혜다. 지리산 유적지를 통해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가능성과 도전, 꿈을 심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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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이날 업무협약식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KBO 총재)와 김순호 구례군수, 한국대학생선교회 대표 박성민 목사가 함께해 축사했으며, 박성호 목사(하동군기독교연합회장)와 김기철 목사(곡성 섬진강권 기독교연합회 수석부회장), 서종수 목사(구례기독교연합회 회장) 등 지역 교계 지도자들이 합심기도를 인도했다.

특히 김순호 구례군수는 “구례의 자산이기도 한 유적지를 잘 보전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지리산 선교유적지 보존을 위한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소강석 이사장님과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지리산 선교유적지는 이 땅에 오신 선교사님들의 믿음과 자취가 남겨진 곳이다. 특히 왕시루봉 문화유적지는 나의 민선 7기 구례군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등록문화재를 추진하고 구례군 관광의 한 축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CCC 박성민 대표는 “선교사들은 한글문법사전을 펴냈으며, 노고단 선교사 수양관은 예레미야서를 제외한 구약 성경 38권을 번역했던 장소이기에 한국 교회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곳이다. 성경이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한국교회는 없었을 것”이라며 “한국교회의 역사적, 장소적 가치가 있는 지리산 선교유적이 잘 보존되어 한국교회의 다음세대들에게까지 한국교회 초기 선교사들의 헌신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계승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일에 한국CCC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보존연합은 선교사들의 행적을 스토리텔링하고 국제화된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해 지난 7월31일 키아츠(한국고등신학연구원)와 용역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19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며, 이러한 방대한 작업에 애터미가 힘을 더해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해 나가게 되어 관심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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