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시대, 교회는 혐오 표현으로부터 안전한가?

  • 입력 2019.10.29 17:06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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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모임에서 혐오 표현 접한 그리스도인 48% 달해

혐오로부터 안전한 ‘쉴만한 물가’ 만들어야 할 한국교회

 

한국사회는 지금, 혐오의 시대다. ‘남혐’ ‘여혐’ 등 성별 간 혐오와 갈등의 골은 이미 깊어질대로 깊어져 있다. 최근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하면서 영화 평점 테러 사태가 발생하는 등 양성 갈등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노령화 사회 속에서 젊은이들과 노인들 사이 세대 간 갈등 또한 만만치 않다. 노인들은 젊은 세대들을 향해 ‘버르장머리가 없다’며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젊은이들은 노인들을 ‘꼰대’ ‘틀딱충’ 등으로 비하하며 무시하기 일쑤다.

이뿐만 아니라 어린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을 향해 ‘맘충’이라고 비난하는 등 현대인들은 자신과 가치관이 맞지 않거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하는 이들을 향해 ‘벌레’를 뜻하는 ‘충(蟲)’자를 붙여 비하하기를 서슴치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목회데이터연구소(소장 지용근)가 19번째 발표한 주간리포트를 통해 ‘혐오의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주제로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의 혐오 실태와 인식 조사에 나섰다.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혐오 표현 대응관련 대국민 인식조사’를 벌여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혐오 표현 및 비하 지칭어는 4년 사이 3배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 간 혐오 표현 사용 빈도는 무려 12배 이상 증가했으며, 분석 대상 텍스트에서 사용된 감정에는 ‘혐오’가 7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조사 대상의 96.3%가 현재 한국사회의 혐오 표현이 ‘심각하다’고 인식했으며, 88% 이상 응답자들이 혐오 표현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고,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었다.

올해 4월 한국교회탐구센터가 ‘혐오 표현에 대한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혐오 표현을 접촉한 경험이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 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타인에게 혐오 표현을 한 경험 또한 그리스도인이 44%, 비그리스도인이 48%로 4%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 데 그쳤다. 혐오의 시대 속 교회 역시 ‘쉴만한 물가’는 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그리스도인의 교회 모임 역시 혐오 표현으로부터의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교회 모임에서 혐오 표현을 접촉한 그리스도인은 48%에 달했으며, 접촉경로는 목사/전도사 67%, 중직자 55%, 서리집사/일반성도 75%, 청년부/주일학교 49%로 다양했다.

그리스도인이나 비그리스도인이나 혐오 표현을 이제는 자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존재했다. 비그리스도인의 69%, 그리스도인의 73%가 혐오 표현을 자제하도록 사회적으로 권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및 캠페인을 실시할 경우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58%의 국민들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지용근 소장은 “혐오 표현은 사회적 차별과 배제의 한 기제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온 세상을 사랑하시고 품으시는 하나님을 믿는 교회는 혐오 표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세 가지 목회적 제언을 전했다. △혐오 표현에 대한 교육 필요 △개인의 존엄에 대한 존중 △공동체 의식 함양 등이다.

지 소장은 “혐오 표현은 차별의식에서 시작되면서 동시에 차별의 기제이다. 만인이 하나님으로부터 창조되었으므로 만인은 모두 존엄하고 평등하다”며 “교회 내부에서의 교육과 함께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운동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지금 우리 사회는 심각한 정치 갈등, 경제적 어려움, 청년 취업의 어려움 등으로 사회 집단 간의 갈등이 촉발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고 지적하면서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포용하는 공동체성 회복이 위기의 한국교회 앞에 주어진 시대적 과제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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