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의 언행, 개신교인 86.4% ‘부적절하다’

  • 입력 2019.11.01 09:51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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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제, 사회 이슈에 관해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의 인식 차이를 한 눈에 비교해볼 수 있는 통계 수치가 발표됐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하 기사연)과 크리스챤아카데미, 대한기독교서회 등 세 기관은 공동으로 ‘2019년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를 진행하고 10월31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를 위해 주최측은 7월8~19일 20세 이상 70세 미만 개신교인 1000명과 비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각각 연령, 성별, 지역, 소득/계층, 경제, 사회(젠더), 통일 및 남북관계, 환경 등의 분야에 걸쳐 사회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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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에 대해 소개한 책임연구원 신익상 박사(성공회대 조교수)는 “한국사회의 주요 쟁점들 가운데 특별히 개신교계에서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초래하고 있는 주제를 선별하여 그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 현황을 조사하고 동시에 비개신교인의 인식과 비교함으로써, 일부 개신교 진영으로부터 촉발되고 있는 사회적 갈등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인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본 연구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종교 및 다원화 사회인 대한민국의 특성에 따라 개신교를 포함한 주요 종단 종교인들과 일반 국민들 사이에 존재하는 사회 현안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밝혀내고 그 원인을 개신교인들의 인식을 중심으로 분석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를 통해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이념적, 정치적, 종교적 갈등의 실체를 밝혀냄으로써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 간 화해와 상생을 위해 개신교와 개신교인들이 가져야 할 가치관을 제시하고 변화된 사회적 상황 가운데 개신교와 개신교인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먼저 정치분야다.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 이상철 박사는 ‘한국개신교의 정치의식에 대한 보고서:극우정치와의 관련성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했다.

최근 기독교 내에서 ‘극우’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전광훈 목사다. 전광훈 목사의 언행(문재인 하야발언)에 대해서 개신교인 대부분(86.4%)이 부적절하다고 답했으나, 소수의 지지그룹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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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하야 발언에 대해 개신교인 71.9%가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응답했고, 개신교인 3명 중 2명(64.4%)이 전광훈 목사의 언행에 대해 ‘전광훈 목사는 한국교회를 대표하지도 않고 기독교의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간 전광훈 목사의 언행에 대해 기윤실의 성명, NCCK에서 반박성명, 원로들의 호소문 등이 발표됐고, 기하성 여의도가 한기총을 행정보류하고, CCC가 공식 탈퇴를 밝혔다.

이 박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광훈 목사는 한기총 회장이라는 명함을 지닌 채 극단적인 극우적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이에 대해 2/3가량의 개신교인들은 반감을 보이고 있으나, 13.4%라는 무시 못 할 옹호 세력이 있다”며 “개신교가 극우정치에 휘말릴 수 있는 충분한 잠재적 위험성과 가능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향후 개신교와 극우정치를 주제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대화하고 연구해야 할 필요가 제기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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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의 정치참여와 태극기 집회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높게 나타났다.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이 기독교를 표방하는 정당을 창당하여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개신교인 79.5%가 반대했다. 찬성은 5.2%에 불과했다.

‘태극기부대 집회에 기독교인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74.4%가 부정적이라고 답했으며, 7.5%만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 박사는 “전광훈 목사에 대해 동의를 보내는 13.4%의 교인들, 기독정당에 5.2% 지지를 보내는 개신교인들의 기세가 어떤 형국을 띄게 될는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보아야 할 성질”이라면서도 “태극기와 촛불로 첨예하게 갈린 광장의 양극화 속에서 그들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기세가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런가 하면 현재 대한민국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검찰개혁’을 비롯해 ‘사법개혁’과 ‘5.18 왜곡 금지법’에 대해서는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사이에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박사는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사이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입장의 차이가 없다는 말은 교인들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공공장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사회보편의 인식을 개신교인들이 크게 거역하지 않는다는 말”이라며 “한국개신교가 시민사회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으로 판단해도 될 만한 수치가 아닐까 싶다”라고 평가했다.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의 정치성향에 있어서는 두 그룹 모두 중도 성향이라고 답한 비율이 과반 가까이 나타났으나, 어느 그룹이 더 보수적이고 더 진보적인지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결과를 찾기 어려웠다.

다만 20대 개신교인들에서 눈에 띄는 수치들이 발견되어 눈길을 끌었다. 타자에 대한 정치적 감수성의 문제,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는 의견에 있어 20대 개신교인이 34%로 반대가 가장 많았다. 난민 문제에 있어서도 개신교 20대 청년층이 개신교 평균보다 7% 가까이 높은 30.6%로 개신교 전 세대 중 1위로 올랐다. 이는 비개신교인 20대 역시 평균보다 6% 이상 높은 24.7%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권을 바라보는 시선도 20대에서 유독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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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이 박사는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이 가능할 텐데, 예상되는 답으로는 취업에 대한 어려움과 그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가 작동한 때문이 아닐까 싶다”며 “날로 악화되는 20대 청년취업의 문제를 21세기 자본이 지니는 구조적 문제에서 찾기보다는 시스템 밖에 존재하는 본인들보다 약한 존대에게로 화살을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심층적인 연구가 요청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이 박사는 “지금은 미약하나 극우주의가 일부 개신교인들을 등에 업고 발호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라며 “왜 이렇게 극우주의가 발호하고, 극우적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세계사적 흐름과 비교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에 들어가야 할 때”라고 했다.

또한 “촛불혁명을 가능하게 했던 기운과 분위기가 집권 후 개혁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향한 여정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촛불혁명의 동력이 자칫 부정적인 에너지로 전환하여 역풍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면서 “한국의 근본주의 개신교는 부정적 에너지로 작동하면서 극우정치의 훌륭한 동반자가 됐다. 그것의 효력은 언제까지이고, 그 강도가 어느 정도일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정치분야 설문조사를 통해 그러한 조짐이 일부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게 감지됐다”고 평가했다.

발표에 앞서 인사말을 전한 기사연 윤길수 이사장은 “오랜만에 세 기관이 의욕적으로 조사하여 발표하게 됐다. 내용을 이미 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놀랄 내용들이 많을 것이다. 개신교인들의 수준이 이 정도인가 생각할 수도 있다”며 “조사 결과가 우리의 의식을 전환하고 교회 지도자로서 교인들을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할 것인가 등의 문제에 있어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 자리가 우리에게 더욱 의미있는 발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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