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회 신촌포럼, ‘목회자 정진경’을 회고하다

  • 입력 2019.11.01 10:08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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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과 목회의 이원화를 극복하고, 양자의 유기적 관계를 모색하는 한편, 기독교인으로서 교회와 사회 주변의 주요한 현안들을 심도 있게 짚어보는 신촌포럼(대표 박노훈 목사)이 10월31일 신촌성결교회 아천홀에서 ‘아천(雅泉) 정진경 목사의 목회와 신학’을 주제로 41번째 포럼을 개최했다.

아천 정진경 목사(1921-2009)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 한기총 대표회장,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장, 한국세계선교협의회 대표회장, 월드비전 이사장,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호서대 이사장 등을 지낸 개신교계의 대표적인 원로목사다. 특히 온유와 겸손을 표방하는 목회철학으로 미자립 교회 지원, 극빈가정 돕기 등 교회 연합과 구호사업을 전개했다.

그의 10주기를 맞아 한국교회 곳곳에서 그의 삶과 사역을 회고하고, 돌아보는 가운데 열린 이번 포럼은 더욱 의미가 깊다.

첫 강의는 박종현 박사(한국교회사학연구원 원장)가 맡아 정진경 목사의 영성신학과 윤리목회에 대해 조명했다. 박 박사는 “정 목사는 목회 사역 내내 목회의 가장 기본적인 원동력을 영성이라고 보아 교회와 목회자의 영성훈련을 일관되게 강조했다”며 “그는 한국사회의 변화를 면밀하게 관찰했고, 이에 기독교회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연구했다”고 전했다.

당시만 해도 ‘영성’이라는 개념이 개신교계에는 낯설었으나 신자들의 더 깊은 영적 요구에 목회자들이 부응하지 못하는 점을 안타까워하던 정 목사는 지식전달의 목회나 설교가 아닌 영적으로 성장하고 성숙하는 신앙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고 끊임없이 외쳤다.

박 박사는 정진경 목사가 캉 융의 분석심리학을 이용해 설명한 ‘영성훈련의 네 단계’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첫 단계는 분열과 공허로 가득한 개인의 내면을 회복하는 ‘침묵과 명상의 훈련’이고, 둘째 단계가 침묵과 명상으로 미워진 마음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채우는 ‘영적 고전 독서 단계’”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셋째 단계는 ‘성례전 참여’다. 이는 내적 연합의 단계로, 정 목사는 성례쩐의 영성을 강조했다. 마지막 네 번째 단계는 사회적 영성의 단계로, 세 번째 단계까지가 수직적 관계였다면 네 번째 단계는 수평적 단계로서 섬김과 환대의 영성을 지칭하고 있다. 절제운동, 생명 생태 환경운동 등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영성은 앞선 세 단계의 필연적 귀결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목회자의 사회적 일탈, 도덕·윤리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정진경 목사의 윤리목회를 재조명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정진경 목사는 목회자에 대한 성서적 개념을 탐구하면서 그의 책 ‘목회자의 지성과 인격’을 통해 “목회자는 양들을 돌보고 지켜주는 목자처럼 교회와 교인을 지키는 이로 정의된다. 목회자는 또한 선포자이다. 하나님의 왕국을 선포하고 회개를 요청하며 하나님의 구원을 선포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 목사가 제시한 ‘목회자가 목회 현장에서 준수해야 할 규정’ 또한 오래도록 회자되며 목회자와 기독교인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 그는 △심방 △상담 △환자 방문 △유가족 △감옥이나 죄수 방문 등 구체적인 상황들을 적시하며 필요한 행동 규범을 강조했으며, △전임자에 대한 후임자의 윤리 규정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행해야 할 윤리 규정 △담임 교역자와 부교역자 간 윤리 규정 △지역 및 교단 목회자 사이의 윤리 규정 등 목회자 사회에서의 윤리 규정 또한 제시해 목회 현장에서 윤리의 필요성을 제고하기도 했다.

정 목사는 ‘교회 세습’ 문제에 대해서도 그의 논설집을 통해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찬성과 반대의 견해를 고르게 검토한 후 “어느 한 쪽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으며 전반적인 상황과 결과를 검토한 후에 판단한 필요가 있다”며 “현재 한국에서 나타나는 부자세습은 부정적 요인이 더 크기 때문에 축소 또는 금지시켜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2강으로 ‘정진경 목사의 교회연합과 공교회 위한 헌신’을 주제로 강의한 박종화 목사(국민문화재단 이사장)는 정진경 목사의 수많은 진면목 가운데 몇 가지를 청중들과 함께 나눈 후 “그의 신학적 혜안은 겸손하며 부드럽게 펼쳐져 있었고, 그의 목회자적 열정이 질서 있는 감동을 만들어냈다. 뾰족한 찌름이 없고, 몰아붙이는 강요도, 널뛰는 변덕도 없이 그저 평안과 위로, 격려의 허스키 보이스, 그래서 조용한 ‘혁명’의 사신으로 부르고 싶은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박 목사는 “우리 각자가 느끼는 대로 그분과 함께 대화하고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인자한 분이기에 사양은 하지 않으실 것이다. 한국교회와 한국사회가 아쉬워할 만한 분”이라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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