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이후 100년, 한국교회는 어떻게 평가하고 기억해야 하나

  • 입력 2019.11.05 10:14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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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 민족운동의 현장에서 한국교회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기능했는가.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지난 4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국교회와 항일 민족운동’ 심포지엄에서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총무 이재천 목사와 근대문화진흥원 원장 이효상 목사가 발제자로 나서 근현대사 속의 기독교와 2019년의 기독교를 조명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재천 목사는 먼저 “기독교가 이 땅에 수용된 과정부터 우리의 시각이 확장될 필요가 있다. 한민족의 기독교 수용은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현상이었다”라며 “기독교는 이 땅에 빛으로 왔다. 그 빛을 자발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 땅의 민(民)들의 역사를 우리가 제대로 인지하고 평가할 때, 오늘 한국교회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특히 이 목사는 초기 기독교 전래와 관련해 이데올로기적인 해석이 고착되어 버렸다고 지적하며 “민족해방 운동의 관점에서 초기 교회가 3·1운동 이후에 탈정치화를 경험하는 것에 대한 준엄한 비판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목했다. 아울러 “한국교회의 초기 역사를 항일 민족운동과 관련지어 볼 때 기독교의 탈정치화를 통해 탈세상화, 개인 신앙화로 기독교의 일면성을 부각시키는 이데올로기적인 해석은 편협하다.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목사는 “조선 후기, 식민시대에서 현대국가로 넘어오는 한국 근현대사회를 형성하는과정의 기독교의 역할에 대한 객관적 진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 목사는 “우리나라는 왕권이 몰락하고 불과 36년 만에 공화제로 이행되는데 아무런 이의가 없었던 정말 신기한 나라다. 전 세계 기독교 국가를 보면 영국을 비롯해 어느 나라도 왕권의 상징성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왕조를 포기했다”면서 “이것이 가능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실제 역량이 있어야 가능하다. 한국기독교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국기독교가 해방 이후에 나라를 건설해 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끝으로 이 목사는 “우리 기독교가 스스로 제국에 반하는 복음의 본질을 버리고 제국에 편드는 신학, 신앙, 교회로 전락한 것이 현실의 모습이다. 초기 교회의 복음의 순수성을 벗어난 아픈 모습”이라고 자성하면서 “이 부분을 극복하는 것이 우리 항일 운동과 기독교의 모습을 비추어 보아 그 속에서 미래를 발견할 수 있는 숙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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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발제한 이효상 목사는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역사왜곡에 분노하고 있지만 우리의 근현대사가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서 “자신의 역사를 은폐하고 왜곡하는 사회에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과거를 보는 우리의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고 문제의식을 꺼내들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교회의 모습들을 짚으며 소개한 이 목사는 “수많은 선교사들이 이 땅에서 생명을 바쳤지만 그들의 사역에도 공(功)과 과(過)가 있다. 선교사들 덕분에 한국교회가 자주 독립의식과 항일의식을 갖게 되었다고 보는 태도는 지나친 해석이며, 선교사들의 우월감과 친일형태에 동의하는 것과 같다”면서 정확한 역사인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거를 통해 오늘을 투영한 이 목사는 “3·1운동 정신으로 민족의 중심을 바로잡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100년을 열어가야 할 시점에, 이런 기회를 분열과 갈등으로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은가”라며 “교회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교회의 시대적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교회다움, 목회자다움, 성도다움을 회복하고 교회 밖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목사는 “3·1운동 당시 교회는 나라와 민족을 먼저 생각하고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그 의무와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기에 민족화합을 이루는 일에 적극적이었다. 우리 민족의 공공성에 대한 의무를 감당하는 일에는 교파를 초월하여 물론 타종교인과도 연대하고 협력했다. 그렇게 하며 복음과 정의를 위해 고난에 참여하는 것을 진정한 축복으로 여겼다”며 “이런 점에서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는 개인주의와 개교회주의로 변질되어 분열된 모습을 극복하고, 어떤 이유로도 하나된 모습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100년의 기다림, 지금이 기회다. 한국교회와 연합기관, 그리고 각 교단이 하나된 모습으로 8000만을 섬기며 복음통일의 시대를 열고 다시 도약하는 희망의 불꽃을 피우는 계기가 있기를 소망한다”며 “거룩한 교회로,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다짐하고 도약하는 원년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100년 앞을 내다보는 시대적 과제가 있다면, 3·1운동의 바람을 다시 불어오게 한국교회가 나서야 한다. 3·1운동의 정심을 함양하고 고취시키고 계승하는 일에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며 “3·1운동의 정신은 단순한 애국심에서 비롯된 내용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다스리심으 갈망하던 신앙인들이 십자가 지고 순교의 피를 흘리며 지킨 정신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기독교한국신문 창간 7주년을 맞아 마련됐다.

발행인 유달상 장로는 “삶의 현장에서 곤고한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며 하나님 나라 운동을 펼치면서 7년을 달려왔다. 함께 동역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기를 기대하고 소망하면서 심포지엄에 참여해 달라”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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