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다

  • 입력 2019.11.08 08:55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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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양 목사
[프로필]
◈시인 

◈임마누엘교회 담임목사

 

시작노트

언젠가 차를 타고 여름이 지난 해수욕장에 간 적이 있습니다. 한때는 사람으로 가득했던 곳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바다는, 해변은 조용한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왠지 저 바다가 쓸쓸해 보여서, 제가 그 바다의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누구도주목하지 않는 대화이지만, 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고, 마음을 전했습니다. 나도 삶을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 힘든 일도 있었습니다. 짜증도 났습니다. 그런데도 바다는 아무 말 없이 나의 모든 고민들을 받아주었습니다. 바다는 말이 없지만, 내 이야기를 모두 받아줄 만한 깊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2000년 전 부활하신 주님께서도 그렇게 하셨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주님을 모른다고 부인했던 제자들이었습니다. 인생의 허무에서 불러내주셔서 가르치시고, 먹여주시고, 좋은 친구가 되어주셨는데도, 주님이 잡혀가실 때 도망갔던 제자들 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아무 말 없이 그들의 인생 속으로 입장하시고, 아침 식사를 차려주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들을 용서하시고, 사랑하시고, 새로운 미래와 사명의 길로 보내 주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 그분 자신이 허무한 인생을 살던 제자들에게 넓은 축복의 바다가 되어 주셨던 것입니다. 오늘도 인생의 현장에서 부지런히 땀 흘리며 소망의 그물을 내리고 있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온갖 방법을 다 써 봐도 아쉬움과 허무를 거두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제 인생을 더 깊은 곳에 내려야 할 때가 왔다는 것입니다. 아무 말 없이 당신을 받아주시는 긍휼의 깊이, 믿음으로 그물을 내리면 내 잔이 넘치도록 채워주시는 사랑, 어떤 고민과 염려를 하소연해도 다 이해하실 수 있는 인내하심 그 모든 것이 가능한 예수 그리스도의 바다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크신 주님의 손을 잡고, 이 가을의 바다를 산책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참 아름답습니다.

나 홀로 카페에 앉아

오래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습니다

떠나간 님이 그리워

사무치는지

기타 반주에 밀려오는

노래는 눈물 바랜 편지입니다

여름의 발자취는 하나 없고

모래사장에 밀려오는

바다의 노래는 단순해도

바라볼수록 설래는 풍경이 있어 좋습니다.

밀려오는 파도의 손을 잡고

해변가를 걷다 보면

하늘을 날던

갈매기 우리의 대화가 궁금한 듯

물결을 걸어 다가오고

우리 서로 사랑한다고

함께 웃어주니

부끄러운 듯 물속으로

머리를 숨깁니다

바라기는

붉게 가을 머금은

저 나뭇잎처럼

우리의 사랑은

저 푸른 바다처럼

넓고, 깊고, 한결같이

하늘과 맞닿아 있음을

날개 치며 하늘에 오를 때마다

내 아버지께 전해주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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