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펌프는 월등한 당뇨병 치료법 맞다” 환자들 나서서 목소리 내다

  • 입력 2020.01.03 19:25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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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한 휴대용 인슐린펌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전 세계에 전파하며 국내에서만도 수만 명의 환자들에게 시술해 희망을 주고 있는 A교수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면허자격정지 10일’ 처분을 받았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그 이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욱이 그는 보건복지부장관상과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상, 대통령상까지 수상했던 인물이라 의아함을 자아내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박양준)는 지난해 12월5일 ‘2018구합85679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 사건에 있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주문했다.

이 소송은 자격정지 처분이 부당하다고 느낀 A교수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것으로 “방송에서 ‘인공췌장기 치료방법을 하게 되면 췌장기능을 회복하니까 완치가 되어서 완전히 낫게 되는 치료방법이지요’라고 발언한 내용은 국내외 다수의 논문과 교과서 등에 기재된 의학적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서, 의료기기에 대한 건강, 의학정보를 거짓 또는 과장하여 제공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그로 인하여 일반 대중에게 오인이나 혼동을 불러일으킬 염려나 국민건강 및 건전한 의료경쟁질서를 해할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부는 “원고가 방송에서 약제나 별다른 치료 없이도 정상혈당을 유지하는 상태를 ‘관해’가 아닌 ‘완치’로 표현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과장된 건강의학정보에 해당하여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른 당뇨병 치료법의 단점과 인슐린펌프 치료법의 장점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마치 인슐린펌프 치료법만으로 대부분의 당뇨병을 완전히 낫게 할 수 있는 것처럼 일부의 사례를 일반화하는 등 부풀려진 내용을 제공함으로써 일반인들에게 인슐린펌프 치료법만이 효과적이라는 오인이나 혼동을 불러일으킬 염려가 있는 건강의학정보를 제공하였다 할 것”이라며 “원고가 인슐린펌프에 대한 건강의학정보를 과장하여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A교수에게 ‘의사면허자격정지 10일’ 처분을 내린 사유는 ‘완치’라는 표현 때문이었고, 이것이 부당하다고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인데, 법원은 애초의 처분 사유가 아니라 다른 발언에 문제가 있다며 청구를 기각한 상황인 것이다.

A교수측은 보건복지부가 문제 삼은 ‘완치’ 발언에 대한 부분만 재판에서 대응했을 뿐 다른 발언에 대해서는 충분히 소명하지 못해 방어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며 즉각 항소를 진행했고, 조만간 2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인슐린펌프 덕분에 당뇨병의 공포에서 벗어나 일상의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환자들이 지난 2일 입장을 밝히고 인슐린펌프가 실제로 먹는 약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스스로 증인이 되어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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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환자들이 인슐린펌프의 탁월한 치료효과를 자필로 기록하여 보내오고 있다.

두 명의 친오빠를 당뇨로 잃고 암과 에이즈보다 당뇨를 더욱 두려워하며 살았다는 B씨는 결국 자신도 당뇨 진단을 받고 말았다고 했다. 날마다 콩과 현미만 먹으면서 열심히 운동했지만 체중이 35kg까지 줄어들어 죽을 것 같은 지경에 처했었다고.

1999년부터 2017년까지 20년 가까이 당뇨병 약을 처방받아 먹어왔다는 B씨는 “지인이 선물해 준 A교수의 책을 읽게 됐고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입원했다. 병원에서는 돼지고기볶음과 쌀밥을 해주며 다 먹으라고 했다. 살 것 같았다. 인슐린펌프 착용 후 사계절 입고 살았던 내복도 벗었고, 환절기에 가끔 감기 걸리는 것 말고는 병원에 가는 일 없이 건강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대로 먹어도 혈당은 정상이고 현재 체중은 50.6kg으로 회복됐다. 초기엔 인슐린 수치가 9단위였는데 지금은 2단위다. 0단위로 내려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기적같은 현실 앞에 감사밖에 없다”면서 “처음에 다니던 병원 선생님에게 인슐린펌프를 달려고 한다고 말했더니 펄쩍 뛰면서 안 된다고 했다. 그렇게 망설이며 5년이란 시간을 더 흘려보냈다.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했다.

B씨는 “A교수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면허 자격정지 10일’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을 듣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면서 “꼭 이 말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또 다른 환자 C씨는 “법원이 완치된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월등한 치료방법이라고 했다는 것이 과장했다고 유죄라는 건데 이게 말이 되는 표현인가”라며 “나는 당뇨병이 발병하자마자 인슐린펌프를 찼고, 10년 정도 지나도록 합병증 없이 잘 살고 있다. 완치는 아직 모르겠지만 월등한 치료라는 것은 내가 증명할 수 있다. 이건 당뇨에 걸려서 인슐린펌프를 차봐야 안다. 가능하다면 법원에 가서 인슐린펌프가 월등한 치료방법이라고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A교수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면허자격정지 10일’ 처분을 받은 것은 일명 ‘쇼탁터 금지법’에 의한 것이다. ‘쇼닥터’란 의사의 신분으로 방송매체에 출연해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는 등 간접, 과장, 허위 광고를 일삼는 의사를 뜻한다. 이러한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기 위해 도입된 법이 ‘쇼닥터 금지법’이다.

A교수측은 국제 논문과 연구결과들을 근거로 인슐린펌프가 다른 치료방법에 비해 월등한 치료효과를 보인다는 점을 들어 해당 발언이 문제없다는 입장인 반면, 법원은 대한당뇨병학회의 의견만을 받아들여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상황에, 실제로 인슐린펌프를 착용하고 있는 환자들이 월등한 치료방법이 맞다고 외치는 대치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존의 치료법을 고수하고자 하는 의료계의 일종의 카르텔이 작동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와 당뇨병 환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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