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동성애와 진화론을 배격하면서 정체성을 찾는다?

  • 입력 2020.02.04 13:16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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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신학의대화와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소가 공동주관한 ‘개신교 근본주의가 반진화론과 창조과학에 빠진 이유’ 포럼이 1월28일 새물결아카데미 대강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는 성공회대학교 신익상 교수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김현준 연구원이 발제자로 나서 ‘근본주의 신앙관’과 ‘창조과학’에 대해 발제했다.

문제는 한국교회 절대 다수가 믿는 ‘성서무오설, 비기독교인의 멸망, 예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 승천, 그리고 심판을 위한 재림, 예수를 믿는 자들과 천국에서의 영생 등’을 근본주의적 교리로 치부했다는 점이다. 성서무오설과 예수의 부활과 재림, 영생은 대다수 교단에서 목사안수를 받을 때 서약하고 확인받는 주요 내용이기도 하다.

신익상 교수는 “이러한 교리를 배타적으로 확인하고 강조하는 일은 공동체의 정체성이 외부의 어떤 요인들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하는 위기감에서 비롯되는 법”이라면서 진화론과 공산주의를 언급했다. 또한 성서무오설은 성공적인 시대정신인 진화과학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성서문자주의를 내적 확신의 근거와 수단으로 삼았다고도 했다.

나아가 신 교수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근본주의의 전략은 보통 두 방향에서 진행된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교리의 확립을 통해 자기 확신을 강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지는 외부의 적을 배격하는 것”이라면서 “한국의 개신교는 전반적으로 내적 긍정보다는 외적 부정의 요소들을 토대로 하는 근본주의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근본주의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내적인 신앙의 확신이 아니라 외부의 적”이라면서 외적 부정의 대상으로는 진화론, 공산주의, 동성애, 이슬람을 들었다.

마찬가지로 김현준 연구원은 “창조과학은 현대사회 속에서 겪는 신앙적 위기에 대한 변증적 성경을 지니는 종교적 담론”이라면서 “창조과학이 창조과학적 연구활동을 통해 보존하고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독자적인 과학이론이라기보다는 창세기에 대한 문자주의적 해석이나 특정한 개신교파의 신앙적 에토스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사실상 창조과학자들의 ‘유사과학종교’활동은 과학 자체에 헌신되어 있다기보다는 신앙의 변증에 헌신되어 있다”며 “이러한 변증적 성격이 과학을 잘 알지 못해도 과학을 논하면서 신앙심을 고양시키는 신자들의 이해관심에 부합한다”고 했다.

특히 김 연구원은 “과학사가 로널드 넘버스에 의하면 근본주의적 개신교인들은 ‘문자적 창조를 포기한다면 다음에는 그리스도의 육체적 부활과 같은 중심적 문제들을 재고하게 될 것을 두려워했다’. 즉 창조과학과 근본주의적 신앙의 확산은(소위 자유주의 신학으로 통칭되는) 모더니티와 과학주의(실증주의), 역사비평학(고등비평)에 대한 저항인 것”이라고 치부했다.

또한 “보수개신교인들은 사랑이나 ‘창조-타락-구속’과 같은 개신교의 거대서사를 만들었다기보다는 거대한 ‘공포서사’를 만들어냈다. 이 공포서사는 영적(문화) 전쟁의 승리를 위한 전제로 작용한다”며 “최근 한국의 우익개신교세력은 이 프레임을 혐오선동과 극우정치 국면을 전개하며 영적 전쟁의 적을 동성애, 페미니즘, 젠더퀴어이론 등으로 확장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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