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聖役)’이라는 말 부끄럽지는 않은가

  • 입력 2020.02.13 15:03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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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그렇게 말하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말이 자칭 ‘아무개 목사 성역 몇 주년 기념예배’라는 것 아닌가 한다. 수년 전에도 본 사설자(者)는 이 점에 관하여 논한 바 있거니와 다시 곱씹어 봐도 역시 결론은 이 ‘聖役’이라는 말은 하나님 앞에서 적잖이 불경스러워 보인다. 좀 무리를 해서 많이 양보를 한다 해도 최소한 우리가 만든 이 용어대로라면 ‘종(servant)이 하나님의 거룩한 일을 감당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가 있을 터인데, 그 일 자체는 거룩하다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나, 성경에서도 일렀듯이 그 일을 했다하여 종이 영광을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실로 ‘성역’이라는 말이 오·남용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목도하는 바이지만 흔히 ‘아무개 목사 성역 몇 십 주년 기념예배’라 하면서 정작 그 날의 영광은 하나님이 아닌 목사가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연 인간이라면 누구라 하여 감히 하나님 앞에서 ‘내가 그동안 몇 십 년을 거룩한 일을 하였나이다.’ 하고 드러내어 자기의 공로를 내세울 수 있느냐 하는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일찍이 예수님께서도 “여자가 낳은 자 중에 세례요한보다 큰 자가 없다.”고 칭찬하셨던 세례요한도 결코 자신의 사역(使役)을 일러 성역(聖役)이라 말하지 않았음을 기억했으면 좋을 듯 싶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한 일을 자랑하고 싶은 생각이라면 그것은 곧 자신이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영광도 받고 싶다는 욕심이 아닐까 한다.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행위는 곧 자신이 하나님을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하나님을 위해 사역을 감당해온 것이 아니라 긴 세월 자신의 영광을 위해 일해 왔다는 것밖에는 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혁명에 성공하면 투사는 초야에 묻혀 살아야 한다.’는 세상의 격언도 있듯이 종은 주인이 맡기신 일(사명)을 충실히 감당하였으면 그 이상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뒷자리로 물러나는 것이 옳은 도리가 아닌가 한다. 인간이 자신의 일을 ‘성역’이라 말하면 왠지 부끄러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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