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확정…합법적 병역기피의 길 열다

  • 입력 2020.02.17 20:12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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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종교의 신념에 따라 병역의 의무를 거부한 ‘여호와의증인’ 신도 111명에 대한 무죄가 대법원에서 확정되어 우려와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대법원 3부(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13일 병역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 등 111명의 상고심에 있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란 종교적이거나 양심적 동기에서 나오는 신념에 따라 군 복무나 전쟁, 무력 행위 등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양심적’이라는 의미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면서 그동안 종교적인 이유에 따른 집총 거부행위는 인정받지 못했다. 때문에 2018년 7월 기준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로 처벌받은 사람은 약 2만여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1월 ‘진정한 양심적 병역 거부’ 기준을 제시했고, 이번 대법원의 무죄 판결은 그 첫 사례가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집총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한다면서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라며 “진정한 양심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병역 거부자들이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입영 거부 이후 종교활동을 중단했다거나, 세례받은 이후 입영을 거부하기까지 기간이 지나치게 짧은 경우, 군복무를 시작한 이후 전역을 요청하는 경우 등에는 추가 심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박씨 등은 지속적으로 종교활동을 해온 점 때문에 ‘진정한 양심’으로 인정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특정 종교의 신념을 계속해서 따른다는 이유만으로 특정한 공동체만이 국민의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판결은 헌법 조항을 위배한 것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헌법상 규정된 국민의 6대 의무는 국방의 의무, 납세의 의무, 교육의 의무, 근로의 의무, 공공복리에 적합한 재산권 행사의 의무, 환경보전의 의무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한민국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 이의를 가질 수 없어야 한다. 특정한 집단만이 의무를 면제받는다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도 위배될뿐더러 공동체성을 깨뜨리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근래 양심적 병역거부로 징집을 기피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인터넷 상에서는 여호와의증인에 입교하는 방법을 묻는 등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진정 종교의 교리를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병역을 기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리 종교를 선택하려는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사례들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의 새로운 병폐가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데도 대한민국의 대법원은 특정종교의 병역거부를 무죄로 확정함으로써 ‘대법원 판례’를 만들었고, 이에 따라 수많은 합법적 병역기피자가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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