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 되어서는 안 된다”

  • 입력 2020.02.22 19:46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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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회장 윤보환 목사, 이하 교회협)가 2월21일 목회서신을 발표하고 예배 형식을 공적인 유익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함과 동시에, 전염병이 누군가를 향한 하나님의 징벌이라고 주장하며 정죄하는 일은 온당한 태도가 아니라고 자제를 촉구했다.

교회협은 먼저 “코로나19 감염증이 외부 유입 단계를 넘어 지역 확산 단계로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며 “위기 가운데 있는 모든 분들, 특별히 대구와 청도의 시민과 교회에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를 위한 개인위생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자신에게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우리’를 위해 신속하게 정부가 정한 매뉴얼대로 공개적인 조치를 취하시기 바란다”면서 “대재난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는 개인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우리 모두가 상호의존적인 생명의 안전망을 구성하는 마디라는 깊은 생태적 감수성을 가지고 다 함께 극복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교회협은 “두려움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자신과 공동체를 지키라고 주신 선물이지 결코 우리의 신앙의 나약함이 아니다. 다만 두려움이 우리의 존재 전체를 집어삼켜 우리 안의 하나님의 형상을 무너뜨리고 이웃을 향한 혐오와 차별을 정당화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며 “스스로 예방에 힘쓰면서 상대를 배척의 눈이 아닌 상호 돌봄의 눈으로 바라보며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어려움을 나눠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교회협은 “전염병이 하나님의 징벌이라고 주장하며 특정 국가의 기독교정책을 그 근거로 운운하는 분들이 있다. 재난과 위기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책무는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지 누군가를 비난하고 정죄하며 속죄양을 삼는 것이 아니다. 자기 의에 충만하여 선과 악을 가르는 심판자의 위치에 서서 행동하는 것은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는 신앙적 오만에 불과한 것이지 결코 세상을 구하는 힘이 아니”라며 “국적, 인종, 종교, 이념을 떠나 가장 위급한 이에게 가장 먼저 구호를 실천하는 인류공동체의 기본원칙을 되새기며, 혐오와 차별이 아닌 상호 연대와 인류애의 정신으로 대재난을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코로나19의 위기 상황 속에서 교회의 공동체적 정체성의 표현인 집회는 공적 유익을 우선시하면서 재구성되어야 한다. 전염병으로 인해 세상이 고통에 빠진 시기에 우리의 신앙 형식이 세상을 더욱 위험하게 만드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며 “대구지역은 물론 각 발생지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포함하는 모든 집회를 당분간 중지하자는 제안들이 있다. 이런 제안들은 우리의 신앙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교회가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교회협은 “모든 교단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과 지침이 필요하다. 본회 역시 향후 2주간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는 적합한 근무형태를 취하면서 이 위기 상황에 책임적으로 우리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다시 한 번 하나님의 보호하심이 우리 모두에게 임하기를 기원하며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모든 교회가 상호의존성과 자기 비움의 영성으로 함게 동참해 주시기를 호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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