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주일성수의 금칙 뒤흔드는 코로나19

  • 입력 2020.03.02 14:58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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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일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 국내 확진환자는 4212명, 사망자는 22명, 격리해제 환자는 31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만난 한국사회와 교회는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있다. 정부는 예배, 미사 등 종교활동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 가운데 코로나19와 관련돼 개신교인들의 인식은 어떠한지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여론조사에 나섰다.

2월24~25일까지 성인 남녀 개신교인 중 현재 교회 출석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월23일, 평소 교회 출석자 중 57%가 교회에 안 갔다고 응답했다. 이번 신천지 집회와 청도 대남병원 확진자들로 인해 코로나19의 확산 지원지였던 대구 경북지역 교회 예배 참석률은 16%로 전국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다.

교회에 가지 않은 이유로는 ‘본인 및 자녀 감염에 대한 우려’가 각각 25%와 19%, ‘교회에서 안 와도 된다는 공지를 해서’가 23%, ‘예배 중단’이 22% 등으로 조사됐다.

교회에 가지 않은 교인은 ‘집 또는 다른 곳에서 예배를 드렸다’는 응답이 62%였으며, 38%의 교인은 예배를 드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체 예배 방법으로는 ‘출석교회의 온라인 동영상’이 57%로 가장 많았고, 가족끼리 별도의 가정 예배를 드린 응답자는 22%였다.

이번 코로나19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인식에 대한 조사 결과들도 진행됐다. 조사에 응한 기독교인들의 65%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단순한 점염병일 뿐이라고 응답했으나, 28%의 응답자는 ‘나와 우리의 죄를 회개하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다. 이들의 신앙 수준으로 보면, 신앙이 깊은 층은 ‘죄의 회개, 성찰의 기회’라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코로나19 사태는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신앙생활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의 78%는 코로나19 관련 우리나라와 감염자들을 위해 기도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52%의 교인은 코로나19에 대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고민했다고 답했다. 중국을 위해 기도한 교인 역시 56%에 달했다. 그러나 58%의 교인은 아직까지 교회에 가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했다. 앞으로 주일 대예배를 아예 중단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도 71%가 찬성의 뜻을 전했다.

이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일시적인 현상을 넘어 이후 신앙인들의 삶에 적잖이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조 교수는 “주일성수에 있어 철저한 원칙을 고수해왔던 고신교단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경상도 지역에서 전염병이 돌면서 이곳들은 교회 안 간 비율이 훨씬 높았다”며 “아직 분위기를 보고 있었던 교회들이 예배를 중단한다고 선언하고 있고, 교인들의 마음에도 전염병의 여파로 교회를 안 가도 되는 것으로 생각이 많이 바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통해 우리 사회나 교회 역시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절대적으로 생각해왔던 주일성수의 금칙이 무너질 것 같은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주일예배를 어떻게 드리느냐에 대해 각 교단 신학교들도 일제히 입장을 표명해 한국교회에 방향을 제시하고 나섰다.

총신대 신학대학원 위원회는 “주중 모임을 최소화하고, 필요한 경우 선제적인 대응으로써 예배장소를 변경하여 가정에서 혹은 영상송출을 통해 주일예배를 드리도록 하는 <임시적 특별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이는 예배회피나 말씀에 대한 불복종을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의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예배당에서 드리는 공중예배로 즉시 복귀해야 함은 당연하다”고 전제했다.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는 “아주 부득이한 상황 속에서 교회가 공예배 외에 다른 형태의 예배를 시행하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와 같은 예배들이 공예배의 중요성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공예배 폐쇄와 관련해서는 당회의 결정과 감독에 따라 질서 있게 시행해야 한다고 권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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