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넷-텔레그램-디스코드로 이어지는 성착취 카르텔

  • 입력 2020.03.24 11:39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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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인격체가 아닌 유희를 위한 도구로 여기는 디지털 성범죄가 계속해서 발생해 한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웹하드 카르텔, 정준영 단톡방 사건으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그간 성착취물을 공유하던 남성들은 해외에 서버를 둔 ‘안전한’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숨어들었다.

여성들을 유인해 신상정보를 받아낸 뒤 협박하며 스스로 성착취 사진과 동영상을 찍게 했고, 이를 텔레그램 채팅방에 유포하는 방식으로 범죄가 확산됐다. 피해 여성들은 가해자들에 의해 ‘노예’로 불렸고, 미성년자들도 다수 포함됐다. 성착취물이 공유되는 수 많은 방들이 만들어졌으며, 수사망을 피해 산발적으로 방을 만들고 없애기를 반복해 ‘n번방’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지난 19일 ‘n번방’ 운영자 중에서도 가장 악랄했던 ‘박사’(20대 조 모씨)가 구속됐고, 공범도 함께 검거됐다. 추적된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의 참가자는 26만 명에 달했고, ‘박사’가 운영하는 대화방에는 최대 1만 명이 참여하는 등 수많은 동조자와 ‘관전자’들이 존재했음이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이렇듯 ‘박사’의 악랄한 범죄를 존재하게 한 이면에는 수 많은 남성들이 존재했고, 이들을 등에 업은 ‘박사’는 끊임없이 활개를 치며 성착취를 서슴없이 자행했다.

한국YWCA연합회는 24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집단 성폭력 가해자인 ‘박사’와 공범자, 관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텔레그램 n번방’의 핵심인 성착취를 죄의식 없이 공유하고 놀이로 여기는 뿌리 깊은 ‘강간문화’를 종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WCA는 그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으로 대처해온 경찰과 가해자에게 감정이입하며 면죄부를 주는 검찰과 법원 역시 강간문화의 공범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적극적인 수사와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양형 기준 강화가 있어야 함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텔레그램 n번방 수사가 진행되자 가해자들은 다른 메신저 ‘디스코드’로 장소를 바꿔 성착취물을 또다시 공유하기 시작했다”며 “디지털 성착취는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살인 범죄’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디지털 성착취 범죄를 종식하고자 하는 수사당국의 강력한 의지, 국회의 조속한 법 제·개정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텔레그램 n번방’은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디지털 성착취 온상인 ‘텔레그램 n번방’을 비롯하여 여성을 대상으로 한 모든 성착취 근절과 ‘강간문화’ 종식을 위해 YWCA는 여섯 가지 사항을 요청하고 나섰다.

 

△경찰·검찰·법원은 디지털 성착취 대화방을 운영하고 성착취물을 생산 및 배포한 가해자를 철저히 색출, 수사하고 신상 공개 △국회는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을 제·개정으로 가해자 처벌과 양형기준 강화,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을 상향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국제 공조수사 체계를 마련 △정부는 디지털 성착취 사건 피해자 보호조치 및 지원제도를 강화 △교육부는 왜곡된 성문화 해결을 위해 형식적으로 진행되던 보건 위주의 성교육을 넘어 현실에 맞는 이슈와 관점이 담긴 ‘성평등 교육’을 의무화 △언론은 선정적 보도로 인한 2차 가해와 왜곡된 보도를 멈추고,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할 것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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