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비대면 시대, 멈출 수 없는 한국교회의 예배

  • 입력 2020.06.18 09:38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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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은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증유의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엄청나게 빠른 전염성으로 순식간에 ‘팬데믹’(세계보건기구(WHO)가 선포하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이 선언됐다. 준비 없이 맞닥뜨린 사태는 모두의 일상을 마비시켰고, 이 여파는 교회도 피해갈 수 없었다. 한국교회의 연합기관들과 각 교단들은 정부와 방역당국의 권고사항들을 개교회로 전달하고자 고군분투했다. 코로나 확산 초기 신천지를 제외한 한국교회의 대규모 감염 사태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은 교회들이 각자 형편과 처지에 맞게 방역수칙을 잘 지켜낸 덕분이라고 읽힌다. 이제 한국교회는 포스트 코로나를 바라본다. 곳곳에서 코로나 이후의 한국교회에 대해 연구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이론과 현장목회의 사이에는 온도차이가 있지만, 패러다임의 대 전환을 요구받고 있는 한국교회는 슬기롭게 위기를 이겨내고 더 이상의 중단 없는 예배를 드려야 한다. <편집자주>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한국교회 목회현장 어떤 모습이었나?

 

# 올해로 93주년을 맞은 명륜중앙교회(손의석 목사)는 코로나 확산 초기부터 현장예배를 폐쇄하고 온라인 예배를 드린 교회다. 그러면서도 매주 당회원들이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단체 대화방(단톡방)을 통해 ‘코로나 대책위원회’로 모였다. 이들은 한 주간 뉴스를 통해 추이를 지켜보며 각 예배의 온라인 전환 여부, 교회학교 온라인 여부, 소모임과 교회 식당 중단 여부, 방역수칙 및 담당자 선정 등 모든 부분들을 신속하게 결정하여 교인들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온라인 사역의 필요성을 절실히 공감한 명륜중앙교회는 ‘온라인 사역 위원회’를 발족해 보다 다양한 사역들을 온라인으로 감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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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적극 동참하면서도 ‘모이는’ 교회의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대규모 운동장에서 ‘드라이브인 워십’을 선보인 교회도 있었다.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서울씨티교회(조희서 목사)다. 이 교회는 차량 300대 가량 주차할 수 있는 넓은 운동장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드라이브인 워십’을 시도할 수 있었다. 5개의 FM주파수를 활용해 음성 채널을 확보했고, 성도들이 차량을 일정 간격을 두고 주차한 후 안내받은 주파수를 맞춰 단상에서 설교하는 담임목사의 음성을 차 안에서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서울씨티교회가 시도한 ‘드라이브인 워십’은 다소 생경한 방식이었으나 규모와 시설을 갖춘 여러 교회들이 벤치마킹하면서 위기상황의 새로운 형식의 대안예배로 떠올랐다.

# 중·대형교회에 비해 인적·물적자원이 부족한 개척교회나 미자립교회들은 이렇다 할 대비를 하지 못한 채 고비를 맞아야 했다. 상가 지하에서 예배를 드리다 최근 파주로 예배당을 옮긴 늘푸른목천교회(전민재 목사). 우여곡절 끝에 월세 예배당을 벗어나 건물을 구입했지만 매달 은행 대출이자를 내야 하니 월세를 내던 때와 별반 다를 것이 없던 점은 자립대상교회의 애환이었다. 인테리어나 성구들이 하나도 없는 빈 공간에서 마이크도 없이 예배를 드리던 담임목사와 성도들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완벽하지는 않지만 남부끄럽지 않게 예배 공간을 만들었다. 부푼 마음으로 입당 감사예배를 드리기로 하고, 예배위원 섭외 후 노회원들에게 초청장까지 발송한 그날, 신천지 31번 환자를 통한 대규모 코로나 확진 사태가 발생했다. 많은 이들의 우려 속에 결국 입당예배는 드리지 못하게 됐다.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무서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져가고, 경기도지사는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고) 예배를 드릴 시 구상권을 청구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온라인예배가 권고되는 상황 속에서 방송장비도 갖춰있지 않았던 작은교회는 차마 예배를 포기할 수 없어 외부 교인의 출입을 제한한 채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현장예배를 이어갔다.

 

‘사회적 거리두기’ 끝나고도 교인 40%는 현장예배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렇듯 최근 한국교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비대면)라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큰 변화를 겪고 있고, 온라인예배라는 초유의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지앤컴리서치(대표 지용근)는 예장 통합총회의 의뢰를 받아 ‘포스트 코로나19 설문조사’를 실시해 코로나19에 대처하고 있는 교회들의 현재 상황을 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 것인지 방향을 모색했다.

통합총회 소속 담임목회자 1135명에게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전에 주일예배 시 온라인을 활용하지 않았다는 비율이 72.7%로 높게 나타난 반면 온라인 중계는 하지 않고 예배 후 설교 영상만 제공했다는 비율이 21.0%, 현장예배와 온라인 중계를 동시에 해왔다는 비율은 6.3%에 그쳐 한국교회의 예배 시 온라인 활용도는 그리 높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했던 3~4월동안 주일에는 40.6%가 현장예배를 드렸고, 21.3%가 현장예배와 온라인예배를 동시에 드리고 교인들이 선택하게 했으며, 19.3%는 온라인 예배로, 13.5%는 순서지를 통해 가정예배로 대체했다.

교회 규모별로 99명 이하 소형교회의 경우 현장예배 비율이 가장 높고, 500명 이하 대형교회는 온라인예배로 대체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자립교회가 미자립교회보다 온라인을 활용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타난 것.

예배 참석 교인 수 역시 코로나19 이전을 100%로 본다면 코로나가 급증한 3~4월에는 42.4%의 교인만이 예배에 참석했으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5월24일 주일 예배 참석자는 61.8%로, 코로나19 급증 시기보다 19.3% 가량 회복됐으나 코로나19 이전의 60%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금 역시 68.8%의 교회가 ‘줄어들었다’고 응답했다. 변화 추이가 없는 교회는 30.1%로 집계됐으며, 온라인예배를 병행하거나 온라인예배로 대체한 교회는 헌금이 줄어든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현장예배와 가정예배를 한 교회에서는 ‘변화없음’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 역시 주목할 만한 변화다. 특히 자립교회보다 미자립교회의 헌금 감소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재정 감소로 인해 우선적으로 조정에 나선 지출은 교회 행사비와 운영비가 60.2%로 가장 높았고, 목회자와 직원의 급여 및 활동비 조정이 20.9%로 뒤이었다. 다만 이 부분 역시 자립교회에서는 ‘교회 행사비와 운영비’ 응답률이 높았으나, 미자립교회에서는 ‘급여 및 활동비’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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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 통합총회 ‘코로나19 이후의 한국교회 대토론회’ 자료집 중 ‘통계로 보는 한국교회’ 설문조사 결과 자료 발췌

총체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교회의 가장 어려운 점은 ‘교인들의 주일성수 인식 및 소속감 약화’가 39.0%로 집계됐으며, ‘재정 문제’(20.8%), ‘다음세대 교육 문제’(15.3%), ‘온라인 시스템 구축 어려움’(10.1%) 등의 고민이 뒤이었다. 이 역시 자립교회는 ‘주일성수 및 소속감 약화’와 ‘다음세대 교육 문제’를 더 걱정했고, 미자립교회는 ‘재정 문제’를 더 염려했다.

불투명한 ‘코로나 종식’, 깊어지는 교회의 고민들…

코로나19 감염증이 급증하기 시작한 3월부터 6월 현재까지 한국교회는 ‘경험해보지 못한’ 어려움을 헤쳐나가면서 자연스럽게 ‘포스트 코로나’를 고민했다. 위의 설문조사 결과처럼 예배에 참석하는 교인 수가 코로나 이전으로의 온전한 회복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가 위기를 극복하고 쇄신할 수 있을 것인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더군다나 세계적으로 북반구에 비해 늦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 남반구를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와 온도의 상관관계 역시 명확히 규명된 것이 없어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 겨울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종식될 수 있으리라는 예측이 어렵다.

환절기 감기나 폐렴 등 호흡기 질환, 독감 등 유행성이 강한 질환이 코로나19와 겹치면 증상의 구별도 쉽지 않아 가을께 코로나19가 재유행할 가능성 역시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2차 팬데믹이 찾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설문조사에 응답한 49.2%의 교회들은 코로나19 종식 후 출석교인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고, 40.8%의 교회들은 ‘변화가 없을 것 같다’고 응답했다. 출석 교인 수 500명 이상 교회에서 ‘감소 예상’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29명 이하 교회에서 ‘변화 없을 것’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점으로 보아 교인수가 많은 중·대형교회들이 교인 이탈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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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 통합총회 ‘코로나19 이후의 한국교회 대토론회’ 자료집 중 ‘통계로 보는 한국교회’ 설문조사 결과 자료 발췌

코로나19 종식 이후 예상되는 한국교회의 변화도 응답자의 29.6%가 ‘교회 출석 교인수의 감소’를 꼽았다. 이밖에 ‘소형교회 어려워짐’(16.7%), ‘온라인예배/온라인 컨텐츠 강화’(15.3%), ‘교회학교 학생 감소 가속화’(9.9%) 등의 변화들을 예측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들도 제기됐다. 목회자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느낀, 한국교회가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 1순위는 ‘예배의 본질에 대한 정립’(43.8%) 이었으며, 그 다음으로는 ‘교회 중심의 신앙에서 생활신앙 강화’(21.2%), ‘교회의 공적인 역할’(12.9%), ‘온라인 시스템 구축 및 다양한 콘텐츠 개발’(6.9%) 등의 순으로 의견들이 나왔다.

특히 교회가 감당해야 할 공적인 역할은 사회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위한 돌봄과 미자립교회 지원 등으로 응답됐다.

이같은 고민의 결과로 목회자들은 ‘코로나19 종식 이후 목회 중점 사항’에 ‘성도간의 교제 및 공동체성 강화’(41.4%), ‘설교력 강화’(29.9%), ‘예식, 예전/모이는 예배 강화’(24.9%), ‘교회 공공성/지역사회 섬김’(22.2%)를 두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Before 코로나 한국교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지난 15일 서울 서빙고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에서는 예장 통합총회 주최로 ‘코로나19 이후의 한국교회 대토론회’가 열렸다. 연세대 김호기 박사(사회학과)는 ‘코로나19 이후의 한국사회’ 제하의 강연을 통해 ‘이중적 뉴노멀 시대로서의 팬데믹’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뉴노멀’이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열린 새로운 불확실성의 지구적 경제 질서를 지칭하는데, 저성장이 일상화되고 구조화되는 시기가 곧 뉴노멀 시대다. 김 박사는 “뉴노멀은 이전에 비정상적인 것으로 생각되던 일들이 이제는 상식적인 현상들로 변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예외적인 것들이 일반적인 것들로 변화하여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국면이 바로 뉴노멀 시대”라고 설명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안해진 ‘뉴노멀 시대’를 맞은 한국사회 역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고 그는 예측했다. 김 박사는 “코로나19 광풍이 그치면 우리가 돌아갈 자리는 옛날의 자리가 아닌 ‘제3의 자리’일 것”이라며 “그 제3의 자리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연결이 강화되고, 온라인과 온프라인이 더욱 중첩되는 공간으로 특징지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위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목회자들이 ‘한국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으로 제기한 ‘예배 본질의 정립’과 ‘성도들의 생활신앙 강화’가 더이상 교회의 성전과 기도의 골방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도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의 나아갈 길’에 대한 여러 가지 제안들도 이어졌다. 장신대 총장 임성빈 박사는 “교회의 소명은 변하지 않지만 새로운 일상을 예상하며 새로운 교회를 준비해야 하는 것은 코로나 시대의 중요한 교회론적 전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적 예배에 대한 신앙적 신학적 의미에 대한 인식 회복 △교회 안 조직응집력 유지를 위한 대안 모색 △재난 시 대처 교회 매뉴얼 구비 필요성 증대 △디지털 역량 격차 해소를 위한 섬김 △소형 교회들을 위한 협력 지원체계 구축 등을 실천적 목회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

‘코로나19 이후의 한국교회에 바란다’ 제하의 발제를 한 김기태 교수(호남대)는 △교회의 공교회성, 공공성 강화 △교회의 대사회적 소통과 공감 능력 제고 △신천지 등 이단집단을 차단,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 △가정, 가정교육, 가정예배의 회복과 이에 대한 교회의 적극적인 대책마련 △온라인 소통, 온라인 예배 등 디지털 시대에 맞는 사역에 보다 힘을 쏟을 것 △작은 교회, 미자립교회를 지원하고 높이 세우는 일에 적극 나설 것 △교인 개개인의 건강한 영성을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필요 등의 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학자들의 방향제시에 이어 현장 목회자의 목소리도 더해졌다. 이상화 목사(서현교회)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예배의 병행이 진행되면서 예배 신학 재정립의 현실적 요청이 제기됐고, 재난의 신학적 정립과 함께 교회론에 대한 신학적 이해 등 신학적 제반 영역을 다시 논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더불어 신학교육에 대한 새로운 접근 또한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 “만남 자체를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와 비대면의 일상화 속에서 공동체성은 질적 양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서로의 삶에 자연스럽게 관여할 수 있는 친밀한 관계의 소그룹 사역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목사는 재난상황에 정부 행정당국과 소통할 수 있는 한국교회의 창구 마련과 지역사회 대응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국교회는 위기 극복 DNA를 가지고 있다. 사회의 어려운 고비마다 온정의 손길로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고, 기도로 위기들을 극복해왔다. 일부 교회와 목회자, 성도들의 일탈행위로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가 하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한국교회는 복음의 진리를 수호하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강인한 믿음을 지녔다.

 

그런 한국교회가 코로나19 재난을 만나 더욱 연대하고 긴밀하게 소통하며 위기를 극복해나가야 할 필요성을 온 몸으로 체득했다. 위기상황에 어떻게 해야 중단없이 예배를 드릴수 있을지 신학적 정립과 대응지침 마련이 시급하다. K-방역으로 전 세계의 귀감이 된 한국사회처럼 한국교회도 위기 앞에 신속한 연대와 소통으로 한국사회와 세계교회에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본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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