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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조모(2)

기사입력 2020.07.1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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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훈 목사.jpg

임동훈 목사 (예수나라공동체)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84년 한국을 최초로 방문하여 한 말이다. 공자의 논어를 인용하였다. 그는 세계평화와 반전운동에 크게 기여하였으며 1989년 다시 방한하여 남북화해를 위한 평화의 메시지도 전하였다. 그가 2005년 세상을 떠나며 당부하였다. “나는 행복했습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 행복은 내 안에 있다. 자기를 비우면 드러나고 채우면 숨겨진다. 행복과 불행은 한 그릇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얼굴을 달리하고 나타날 뿐이다. 부자와 빈자, 강자와 약자, 노인과 청년 등은 별 의미가 없다. 모든 것이 스쳐 가는 카이로스의 조각이며 누구에게나 있다. 조모는 늦둥이가 임신하자 유산을 시키려고 회충약을 사먹기도 하였으며 밭둑에서 펄쩍펄쩍 뛰어내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애잔한 노력은 다 실패로 돌아가 늘그막에 아들을 낳았다. 그가 바로 내 아버지다. 조모는 43, 조부는 50세였다.

 

맏딸은 출가하여 2살배기 아들이 있었다. 이후 장남도 결혼하여 아들까지 낳았으나 혀가 꼬부라지는 병으로 죽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병석에서 아들까지 잃었다. 그때 오히려 조모를 위로하였다고 한다. “어머니,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제가 아직 젊잖아요!” 전쟁 후 조모는 학교 앞에서 전방을 시작하였다. 10가량의 판잣집으로 하꼬방이라 불렀다. 방 하나 딸린 구멍가게였다. 신작로 옆이라 세찬 바람이 불고 몹시 추웠다. 판자때기에 붙여놓은 신문지가 늘 펄럭거렸으며, 머리맡에 둔 마실 물이 꽁꽁 얼고 방안에 들여놓은 음료수병이 얼어 터졌다. 나는 2살부터 20살까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읍내에서 자취할 때도 할머니가 따라와 살림을 하였다. 6살부터 지게 지고 나무하여 전방 땔감을 책임졌다.

 

하루는 전방 옆에서 10환짜리 동전을 주웠다. 난생처음 맛본 짜릿한 불로소득이었다. 얼마나 가슴이 벅찼는지 소리를 꽥 질렀다. “할매, 나 구리동전 하나 주웠다!” 1962년 화폐개혁이 있었다. 10환짜리 동전이 1원이 되고 1원짜리 붉은 지폐가 나왔다. 하얀 은전도 선을 보였으나 너무 가벼워 돈 같지 않았다. 아버지가 전방 물건을 사러 갈 때 금고를 열었다. 조그만 나무상자로 손톱만 한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위쪽에 구멍을 뚫어 돈을 밀어 넣었다. 그때 우리 집이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로 여겨졌다. 아버지는 1원짜리 종이돈을 100장씩 고무줄로 탱탱 감아 묶었다. 서너 다발쯤 되었다. 두세 번씩 세어 확인하고 책보에 돌돌 말아 허리춤에 찼다. 할머니와 내가 옆에서 지켜보았다. 동전도 조금만 남겨두고 모두 신문지에 쌌다. 전방에서 읍내까지는 6쯤 되었으나 길이 좋지 않아 왕복 하루가 걸렸다.

 

주로 빵이나 과자 등 잡화, 공책이나 연필 같은 문구류를 사왔다. 술과 음료도 가끔 있었다. 우리 거래처는 명성상회였다. 바로 옆에 장춘상회가 있었으나 가지 않았다. 명성상회 주인은 몸집이 뚱뚱한 할머니였다. 나중에 아들이 대를 이었으나 그 체구도 대단하였다. 거기서 사온 물건을 손바닥만 한 송판 진열대에 가지런히 쌓았다. “빈 마음이 본마음이다. 비워야 울림이 있다!” 법정 스님의 말이다. 소유는 나누고 권한은 내려놓아야 행복하다. 지도자는 지배하는 자가 아니라 섬기는 자다. 주님은 섬기려고 세상에 왔으며 지금도 우리 안에 와 계신다. ‘지극히 작은 일에 충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충실하고, 지극히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큰일에도 불의하다.’(누가복음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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