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구 목사 성범죄 징계·감리회 회복 위한 토론회 무산

  • 입력 2020.07.21 18:29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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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과 2시간여의 승강이 끝에 '전준구 목사 성범죄 징계와 감리교회 회복을 위한 토론회' 현장에 진입한 로고스교회 교인들. 현장을 통제하기 위해 경찰이 출동했다. 토론회는 결국 무산됐다.

지난 5월12일 MBC PD수첩의 전준구 목사(로고스교회) 성범죄 의혹 보도는 로고스교회가 속한 서울남연회와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를 넘어 한국교회 전체와 사회에까지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의혹이 보도된 이후 6월19일 감리회 성직윤리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감리교회의 지도자 된 우리는 부끄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다.

위원회는 “이러한 사태에 대해 로고스교회 측은 어떤 사과나 해명도 없이 주일예배 중에 교인 대표가 등단하여 방송 내용이 사실이 아니고, 전 목사는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며, 이런 사태는 전적으로 원로목사 측의 음모 때문이라고 변명했다”고 교회의 잘못된 후속대처에 대해 지적했다.

그간 감리회 산하의 다른 연회에서 목회자의 일탈행위가 드러났을 때는 근신, 정직, 면직, 출교 등의 처벌을 했던 관례가 있었던 반면 전준구 목사가 속한 서울남연회는 단 한 차례의 가벼운 처벌도 하지 않았던 점도 지적돼 개 교회를 치리해야 할 연회의 무책임한 행정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위원회는 “교회 성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 및 지원을 위해 감리교회는 법을 제정하고,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성범죄 피해자 권리 헌장’에 따라 보호하고, 심사하고, 재판할 수 있는 법적 제도 강화와 예방 의무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며 서울남연회에도 전준구 목사에 대한 교회법 위반 고발 사건을 공명정대하게 심사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전달했었다.

그러나 보도 이후 40여일이 지난 현재, 그 어떤 후속조치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감리교회의 자정 능력이 상실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상황.

이에 ‘전준구 OUT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21일 오후 2시 광화문 감리회관 16층 본부교회에서 ‘전준구 목사 성범죄 징계와 감리교회 회복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페이스북 페이지와 감리회 본부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공지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늦장 대응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감리회 목회자와 성도들의 자긍심을 조금이나마 회복하고, 책임 있는 후속대처를 논의하고자 마련된 토론회였으나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로고스교회 부교역자와 교인 100여명이 토론회가 열리기 1시간 전부터 본부교회 앞을 점거하여 토론회가 열리지 못하도록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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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구 OUT 공동대책위원회'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 갈무리. 코로나 확산 저지를 위한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토론회 장소인 감리회 본부교회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입실 인원을 50명으로 제한한 상태였다. 이번 토론회에 참석할 수 있는 인원 역시 50명 내외였다. 주최 측은 “코로나 대응지침 사항대로 충분히 말씀드렸고, 거리유지를 부탁드렸다. 당초 토론회가 오후 2시에 시작이었기 때문에 5분 전에 입장을 시키려고 했고, 입장 전 대기 줄 역시 거리유지를 안내했지만 (교인들이)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미 수용 가능한 인원이 넘어서 주최 측이 통제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인들은 승강이를 벌이며 막무가내로 들이닥쳤다. 질서유지와 코로나 확산 저지에 힘써야 했을 부교역자가 가장 앞에 서서 “그냥 밀고 들어가!”라고 소리쳤다. 체온을 재고, 명부에 이름을 적을 물리적 거리두기도 지키지 않았다.

교인들은 “자기네들이 남의 교회 목사님 뭘 안다고”, “우리 교회 가지고 토론할 필요 없어”, “우리 목사님 말씀 주시는 것 은혜받고 감사하고 축복받고 그럼 됐지, 왜 남의 교인이 난리야. 우리 목사님 말씀하시는걸 봤어? 성추행하는걸 봤어?” 등의 말을 쏟아내며 고성을 질러댔다.

주최 측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 역시 “이런 행사가 있으면 관계자들의 안내에 따라주셔야 한다. 코로나 상황 때문에 거리유지도 해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결국 2시간이 넘는 실갱이 끝에 토론회가 무산됐다. 공대위 측은 “목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여러 여성 교인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전준구 목사의 행동, 이러한 전준구 목사의 범죄를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준구 목사의 편에 서서 피해자의 목소리를 외면한 목사들과 교인들의 모습은 감리교인의 마음에 큰 충격을 줬다”며 “지금이라도 감리교회와 서울남연회가 전준구 목사를 올바르게 치리하고 교회 성폭력에 대한 감리교회의 자정 능력 회복을 위해 정의의 목소리를 내며 적극적인 개혁의 의지를 내야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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