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허위등록으로 부정 대출받은 직원이 공익제보자?

  • 입력 2020.07.22 16:38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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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이하 서실고) 회계부정 의혹을 제기했던 공익제보자 A씨가 사실은 수억 원대 교직원공제회 부정 대출을 주도한 인물이라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전하고 있다. A씨는 서실고 행정직원으로, 2012년부터 20여명의 지인을 교원인 것처럼 허위 등록한 후 교직원공제회로부터 한 사람당 3000~7000만원씩 대출을 받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 중부경찰서는 지난 1일 A씨가 근무했던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집했했고, 압수물을 분석하고 있다. 아직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A씨가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고, 대출을 받은 사람들과의 공모 여부, 대출을 받아 어디에 썼는지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공제회 측은 부정 대출 받은 8억원 상환 조치에 들어갔다.

서실고는 A씨의 공익제보 이후 40여명의 학생이 자퇴하고, 학부모들이 수업료 납부를 거부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이후 학교의 적극적인 진상규명 노력으로 나머지 학생과 학부모들은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번 부정 대출의 주도자인 A씨가 교육청과 권익위원회로부터 공익제보자로 보호받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 때문에 내부조사가 난항에 부딪힌 상태다.

이런 가운데 서실고 설립주체인 예수마을교회 장학일 목사(서실고 전 교장)와 현 송지범 교장 등은 22일 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상황 브리핑과 함께 빠른 시일 내에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실고는 마을목회를 지향하고 있는 예수마을교회가 지역 주민들과 그 자녀들을 위해 2006년 설립한 기독교 대안학교다.

기자회견에서 장학일 목사는 “학교 설립주체로서 저는 교장 명함만 달고 있었고, 행정은 행정직원들에게, 학교 운영은 교감에게 맡겨놓은 상황이었다. 교장으로서 직무를 태만하고, 관리를 제대로 못한 책임은 제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공익제보 사건으로 인해 학교 설립 후 처음으로 감사를 받게 됐다. 이후 1년 가까이 학교가 겪어온 내용들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해서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며 “학교 내 행정, 인사, 회계 전반을 담당했던 A씨와 동료 B씨가 학교의 첫 감사를 앞두고 전 교장(장 목사)과 교감을 횡령 및 부패 혐의로 경찰과 교육청에 고발한 내용은 거짓”이라고 밝혔다.

장 목사는 “교육청의 종합감사는 A씨와 B씨의 고발내용에 맞춰진 편협하고 일방적인 진행으로, 감사 결과에 대해 현재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전 교장인 저와 교감에 대한 경찰 고발 건은 현재 수사 진행중이나, 교육청은 감사결과 비리 혐의만으로 전 교장과 교감을 중징계하고, 공익제보자인 A씨를 회계 담당으로 유지시키는 한편, B씨는 복직시키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불거진 부정 대출의 주도자로 수사 중인 당사자가 여전히 학교 행정 담당직원으로 근무하고 있고, 교육청이 복직시키라고 강요하고 있는 B씨의 경우 이미 지난 2월29일로 근로계약이 만료된 상태다.

이에 더해 학교 측은 행정직원 A씨와 연관된 수상한 단체 및 행위를 포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내부 자금흐름 조사 중 행정직원 A씨가 임의로 채용한 학교 직원들 다수가 동일한 단체의 회원이고, 소속단체 회원들에게 임의의 자금이 흘러간 정황을 포착했다는 것. 바로 이 조사과정에서 공제회 부정 대출 사건도 발견된 것이고, 이밖에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A씨가 공익제보자로 보호조치를 받고 있어 회계자료 확보가 어려운 상태다.

서실고가 수상한 단체로 지목하고 있는 단체는 BRCM(방인성 부흥 십자군 목회)이라는 단체로, 이 단체 리더 목사의 자녀가 서실고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조직도에 따르면 논란의 중심에 있는 행정직원 A씨는 이 단체가 운영하는 음악학원 대표, 인터넷 국장, 학교 행정사장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 이밖에 A씨의 남편, A씨가 추천해 서실고에 재직했던 다수의 인물들이 이 단체 핵심 인물들로 포진돼 있었다.

학교 측은 “공익제보의 목적은 학교 정상화에 맞추어져야 하는데 행정직원 A씨의 고발 직후부터 학생과 학부모를 동원하여 각종 의혹을 제기하면서 학내 갈등을 부추겼고, 현재는 일부 자퇴한 학생들과 별도로 대안학교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예수마을교회와 학교는 이 단체가 학교를 무너뜨리기 위해 장기간 조직적으로 침투한 것으로 파악하고 경찰에 실체를 밝혀줄 것을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학교는 2021학년도 신입생 모집 등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진행 중이며, 조속한 학교 정상화를 위해 이사회, 교사, 학부모, 외부인사까지 포함된 ‘학교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조직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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