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단 하나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 입력 2020.08.26 10:18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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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위기다. 한반도에 복음이 전래된 이래 이처럼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외면받고 질타받은 적이 있었던가. 상식을 벗어난 교회, 세상의 상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교회. 이것이 오늘날 세상이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이미지다.

사랑제일교회와 전광훈 목사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교회의 리더십이 실종됐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전광훈 목사로 인해 한국교회의 이미지가 상당부분 실추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를 대신총회 총회장으로 선출하고,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선출해준 것은 한국교회 목사들이고, 교단들이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리더십의 공백을 처절하게 절감하고 있다. 누군가 모난 돌처럼 튀어나와 잘못된 길로 이탈한다 해도 어느 누구도 바른 말 해줄 사람이 없고, 그만한 존경을 받거나 권위를 가진 사람도 없다. 슬프지만 한국교회 리더십 실종의 현주소다.

일례로 전광훈 목사가 한국교회의 정서와 동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이야기다. 총선을 위해 한기총 대표회장이 됐다고 본인이 밝힌데다 지난 총선에서 한기총이 기독자유통일당의 도구로 전락하는 상황에서도 일부 원로들은 잘한다고 박수를 쳤다. 그게 진심이든 아니든 말이다.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한기총을 대표적인 리더십으로 삼아 뭉쳐왔던 한국교회는 10여년 전 갈등하기 시작했고, 현재의 한교연과 한교총을 낳았다. 대형교단을 중심으로 조직된 한교총은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걷던 한기총의 자리를 쟁취하여 현재 대정부 대사회 관계에 있어 한국교회 대표 연합기관을 자임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교회협이 부각된 것은 사실이지만 대다수 한국교회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기관이 한국교회의 대표성을 가질 수 없다는 점에서, 교회협을 한국교회 대표 리더십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지난 십수년 동안 연합기관들이 서로 다투고 분열하는 가운데 리더십은 완전히 실종됐고, 한국교회는 모래알과 같이 결집력을 잃어버렸다. 작은 바람에도 힘없이 흩어지는, 그 누구도 전체를 아우르거나 컨트롤할 수 없는 집단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한국교회가 맞닥뜨린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는 거대한 이슈 앞에서도 구심점을 찾지 못한 채 지방방송만 난무하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한국교회의 재난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고난은 교훈을 남긴다. 한국교회는 교훈을 얻기 위해 어디까지 고난을 겪어야 할까.

우리나라가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서도 여타 의료 선진국들보다도 빠르고 신속하게 극복해 나갈 수 있었던 까닭은 과거 사스와 메르스로부터 얻은 교훈 덕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메르스를 겪었던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공개 문제로 대응이 늦어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경험했고, 소중한 생명들을 내어주고서야 신속한 감염병 대응체계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코로나19를 맞아 확진자들의 정보와 동선을 신속하게 공유하며 그 어느 나라들보다 감염병을 통제하는데 탁월함을 나타냈다.

한국교회는 지금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가뜩이나 반기독교 정서가 확산되고 있어 전도가 어려워지고 있던 차에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달린 코로나19 방역에 있어 커다란 실망을 안겨줌으로써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가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 대표회장이라는 타이틀로 인해 한국교회 전체가 싸잡아 동일시되고 있는 분위기다.

성도들은 직장과 사회에서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당당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일부 회사들에서는 주말에 교회에 다녀왔을 경우 반드시 상부에 보고하라는 지침이 내려져 주변으로부터 감염병 고위험군으로 취급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로 왜 성도들이 이런 서글픔을 감내해야 하는 것일까. 차제에 인구조사로 확인될 사안이지만 근래에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많은 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교회가 ‘자랑’이 아니라 ‘부끄러움’이 되어버린 현실에,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감염병이 찾아온 것은 막을 수 없지만 코로나19의 위기상황에서 한국교회가 대응에 실패한 것만은 사실이다.

언론은 교회 내 감염이 아닌 사안들도 특정 교회의 이름을 붙여 확진자를 발표하여 마치 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이들의 생업이 끊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고려되는 심각한 위기상황에서도 정부의 비대면예배 조치에 반발하는 교회들이 보도되면서 한국교회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다다른 것으로 판단된다.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으로 집약되는 복음의 본질에서 ‘이웃 사랑’을 잃어버린 교회는 ‘상식에서 벗어난 교회’가 되어가고 있고, 선교의 길은 막혀가고 있다.

다시 돌아가서, 한국교회는 지금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다. 분산된 힘과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 서로 ‘내가 잘났다’가 아니라 서로 세워주고 높여주고 인정해주며 주 안에서 따르는 아름다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한기총과 한교연, 한교총으로 삼분된 연합기관의 구도는 하나로 통폐합되어야만 한다. 진보진영의 목소리로 교회협이 있다면 보수진영의 목소리로 하나면 충분하다. 하나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정부를 상대하고 사회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앞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는 위기가 놓여있다. 이대로라면 한국교회가 아무리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위험하다고, 절대 제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들, 혐오집단이 되어버린 교회가 하는 말을 세상이 귀 기울일리 만무하다. ‘빛과 소금이 되는 교회’가 아니라 ‘상식에서 벗어난 교회’가 되어버리는 순간 한국교회는 힘을 잃어버리고 만다.

한국교회는 한 발자국만 더 잘못 내디디면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제 발에 제가 걸려 넘어지면 아무도 탓할 수 없다. 이 위기상황을 통해 한국교회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단 하나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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