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차별금지법 살펴보니…” 국민 77%가 반대

  • 입력 2020.09.03 17:38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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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의 국민 89% 찬성은 부정적 여론 호도의 나쁜 예

한교총 ‘정부 차원의 중립적인 대국민 공론조사’ 제안

 

코로나19의 엄중한 시국 속에서 9월 정기국회가 개원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권고한 <평등법> 역시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인권위는 <평등법>을 권고하면서 자체 조사를 진행해 우리 국민 89%가 평등법 혹은 차별금지법에 찬성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같은 인권위의 조사 결과에 대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국민 절대다수가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지, 그 내용을 잘 알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인권위보다 신뢰도 높은 방법을 통해 공신력 있는 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2일 ‘차별금지법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한 한교총은 “일반적인 여론조사 성격상 응답자는 상식선에서 사회적 가치가 옳은 방향으로 응답하는 경향이 있어 여론조사에서 ‘차별금지’라는 단어를 제시하면 누구든지 찬성할 수 밖에 없는 반응을 보일 것”이라며 “이런 유형의 조사는 반드시 찬반 의견을 함께 제시하고 질문하는 게 조사윤리인데, 인권위는 이를 무시했다”며 인권위 조사 결과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교총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8월14~17일까지 4일간 온라인 패널조사 방식으로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 ㈜글로벌리서치를 통해 조사한 이번 설문은 95% 신뢰수준 ±2.2%p의 표본오차를 기록했다.

응답자들의 종교 역시 개신교 22.1%, 가톨릭 9.4%, 불교 14.7%, 무종교 52.6% 등으로 다양하게 분포돼 이번 조사 결과가 개신교인의 의견에 편향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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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는 차별금지법을 각 사안별로 나누어 세부내용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으로 눈길을 끈다. 먼저 ‘성정체성’ 문제와 관련해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남성의 여탕 등 여성시설 이용 또는 여성스포츠 경기에 선수로 출전하는 것’에 대해 국민 77%가 수용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유치원/초중고생에게 성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는 65%가, 제3의 성인 ‘젠더’를 법안에 추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53%가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퀴어축제도 열릴 만큼 국민들이 동성애에 관대해진 듯 했으나 실상 동성애·동성혼과 관련한 질문에서도 국민 정서는 아직까지 거부감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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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시했을 때 손해배상을 물게 하는 것’에 대해 63%가, ‘학교에서 동성애를 이성애와 함께 정상적인 것이라고 가르치는 것’에 대해 62%가, ‘자녀의 학교에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나 성전환자가 담임교사로 배정되는 것’에 대해 59%가 각각 반대했다. ‘동성혼’에 대해서도 54%는 반대, 34%는 찬성, 12%는 ‘모름’으로 응답해 반대의견이 훨씬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정의당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을 제시해 법에 대한 양쪽 주장들을 인지시킨 후 종합적으로 찬반을 물은 점이다. 그 결과 차별금지법 제정 찬성 의견이 40%, 반대 48%, 무응답 12%로 반대의견이 찬성의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금지법 찬성의견과 반대의견 각각에 대한 공감도 역시 찬성의견은 42%, 반대의견은 69%의 공감도를 얻어 차별금지법 반대의견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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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응답이 가능했던 차별금지법 대안에 대한 의견으로는 ‘현행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41%, ‘갈등이 많은 법 제정보다는 공익광고와 범국민 문화 운동 캠페인으로 보완하면 된다’는 의견이 37%로, 78%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보다 대안적 의견을 선호했다. 무조건 ‘차별금지법을 이번에 제정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은 28%에 그쳤다. 인권위 조사와는 사뭇 다른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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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차별에 대한 일반적 국민의식이 뒤처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응답자의 89%는 ‘누구든지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90%의 응답자는 ‘평등은 개인의 자유를 훼손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의미가 있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밖에도 ‘정당한 이유 또는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 또는 불평등은 허용되어야 한다’ ‘나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의견도 각각 78%와 79%로 응답됐다. 

이처럼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의 주요 내용들을 세부적으로 살펴봤을 때 입법 취지와 국민 정서 간 어느 정도 간극이 있다고 보여진다. 한교총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며, 정직과 정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인권위가 정직하지 않은 방식의 설문과 분석을 통해 국민의 여론을 왜곡했고, 의도적으로 거짓 정보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는 결과에 도달하게 됐다”며 “첨예하게 의견이 충돌하고 예민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여론조사의 한계가 있는 바, 정부 차원에서 보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대국민 ‘공론조사’를 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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