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대 이사회 재신임 얻은 임성빈 총장, 총회에서는 인준 부결

  • 입력 2020.09.23 16:10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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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임성빈 총장.jpg

“지난 4년 동안 학교 행정책임자로서 교역현장을 섬기며,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고 통일시대를 준비하며 세계교회와 협력하는 장신대를 만들어가기 위해 힘써왔습니다. 이제 변화와 혁신을 통해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장로회신학대학교(이하 장신대) 총장 임성빈 목사가 지난 8월 장신대 이사회에서 22대 총장으로 선출된 후 밝힌 소회다. 장신대 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장로교 루이빌신학교, 프린스턴을 거치며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기독교 윤리학자로 자리매김한 임 목사는 장신대 제21대 총장으로 선출돼 4년의 임기 동안 학교를 섬긴 바 있다.

장신대 이사회는 8월20일 제345회 이사회를 열고 임성빈 목사를 제22대 총장으로 재선출했다. 총장 연임은 곧 재신임이기에 이사들에게 그간의 업무력에 대해 인정 받았다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장신대 이사회는 당초 5월 제342회 이사회에서 임성빈 목사의 연임을 결의했으나 기회의 공정성을 위해 초빙 공고를 내게 됐다. 후보 4인 중 다득표자인 임성빈 목사와 윤철호 교수를 두고 투표가 이뤄졌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재차 투표를 진행한 끝에 임 목사가 장신대 22대 총장으로 최종 선출되기에 이르렀다.

다만 장신대는 통합총회 산하 신학교이기에 총회 인준 절차가 필요했기에, 지난 21일 열린 제105회 통합총회에서 장신대, 호남신대, 한일장신대 등 3개의 신학대학 총장 인준안이 총회 신학교육부 청원으로 올라갔다.

회무진행 중앙본부와 전국 37개 회집교회가 동시에 투표를 진행한 결과 호남신대 최홍진 목사와 한일장신대 채은하 목사는 각각 1217표와 1235표를 얻어 무난히 총장으로 인준됐다. 가장 관심이 주목된 장신대 임성빈 목사는 찬성 637표, 반대 704표로 총장 인준이 부결됐다. 총장 인준을 위해 현장에 자리했던 임성빈 목사는 이내 자리를 떴다.

지난 4년의 임기 동안 학생들뿐만 아니라 이사회의 신임을 얻어 연임에 성공했던 총장이 총회의 인준을 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임성빈 목사가 학내에서 벌어지는 동성애 인권운동을 방임해 그 결과 장신대가 동성애 인권운동의 장으로 방치됐다고 지적한다. 서울북노회(노회장 한봉희 목사)는 이런 취지에서 이번 총회에 임 목사의 총장 인준을 부결해야 한다는 헌의안을 올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11월 ‘제104회 총회 결의에 대한 신학적, 목회적 성찰’이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장신대 세계교회협력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하도록 허락한 점도 총회 총대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당시 통합총회는 세미나가 열리기 전 임성빈 목사에게 협조 요청 공문을 띄우고, “‘명성교회 수습전권위원회 수습안’을 결의한 것은 명성교회와 관련된 사안에 대한 오래 동안 의견의 대립으로 인하여 진통해 온 교단의 갈등과 분열을 피하고 미래의 목회자들의 사역의 안정과 교단의 발전을 위한 것”이었다며 “해당 세미나는 관련 문제해결을 위한 총회 결의와 노력에 저해가 될 우려가 있다”고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같은 총대들의 선택과는 달리 장신대 학생들은 총회 이튿날인 22일, 임성빈 총장 인준 부결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장신대 학생대표기구는 입장문을 통해 “이사회의 결정으로 선출된 총장이 총회에서 인준 거부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본교는 총회 산하 직영 신학대학이기에 교단법에 따라 총회 인준을 받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문제들에 대해 침묵할 수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그동안 총장 인준에 있어 박수로 동의해왔던 총회의 상례와 반대되는 이번 표결에 대해 지적하고, 이사회가 이미 적법한 절차로 총장을 선출했음을 강조했다.

  

학생들은 “학교는 정치로부터 분리되어 학문적, 운영상의 자율성이 담보되어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일부 총대들의 정치적이고 자의적인 결정이 학교를 흔드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며 학교에 대한 모든 외압을 거부할 것과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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