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공론만 해서는 안 된다

  • 입력 2020.10.08 11:12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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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전부터 논의가 있어 온 일이기는 하지만, 근자에 들어 또 다시 수면 위로떠오른 ‘목사의 이중직’에 관하여 서로할 말이 많은 듯하다. 아마 장기화 되고있는 코로나19 감염증의 확산 여파가아닌가 하는 짐작이다. 아무래도 이로인한 교회들의 재정 악화가 심각해지고있는 탓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상을해본다. 예년 같았으면 여기저기서 갖가지 명분을 내걸고 요란하다 할 정도로 각종의 집회를 열었을 단체들이 조용해진 것만 봐도 그렇다. 실상 ‘목회자의 이중직’이라 하는 말자체부터 우리가 바르게 사용하고 있는 말인지조차 명확하지는 않아 보인다. 이중직(二重職)이라 함은 두 개의 직업을 가졌다 함을 뜻하는 말인데, 앞뒤가 안 맞는다고 보는 것은 목회자들 스스로 자신의 목회사역을 세상이 말하는 여러가지 ‘직업’ 중의 하나가 아니라고 지금까지 말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이중직’이라고 말해버리면 지금까지 전념해오던 목회도 하나의 직업임을 인정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중직’이라는 말이 주는 어감 자체가 거부감이 드는 것은 아닐까 한다. 목회자가 목회가 아닌 다른 일을 더하는 것을 문제 삼자면, 애초부터 각각의 교단은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생계비 지원에 관한 대책을 먼저 세워 놓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목사의 이중직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주로 자립교회 목사들을 중심으로 흘러나온 것이사실이다. 그리고 그 주장의 근거인즉 ‘목양에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옳은 말이기는 하나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을 설득하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신학적으로도 그리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 것이 중세의 수도사들이 져야 했던 노동의 짐은 무슨 의미였느냐하는 점과 교회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텐트 메이커(tent maker)로 일을 했던 사도 바울의 노동은 가치가 없었다는 말이냐 하는 의문 때문이다. 지금 시대는 오히려 교회 안에서의 목회도 중요하지만 삶의 현장에 나가 세상과 접촉점을 찾는 목회가 더 중요하지 않느냐하는 것을 염두에 두면 좋을 것 같다. 탁상공론만 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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