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반성한 독일이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

  • 입력 2020.10.13 11:14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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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성위원회(위원장 민숙희 사제)가 13일 입장문을 통해 소녀상 설치 허가를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여성위의 ‘독일 베를린, 미테구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에 따른 입장문’에는 미테구의 결정을 반역사적인 결정이라고 규탄하며 분노와 당혹스러움이 담겼다.

여성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한국을 비롯한 식민지 여성들을 강제로 동원해 ‘군 위안소’를 만들었고, 성폭력범죄를 자행하며 여성들의 인권을 유린했다. 연구자들을 통해 발견된 기록과 할머니들의 용기 있는 증언은 일본의 만행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제대로 된 공식사죄와 배상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주장하면서 외교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참담한 현실”이라면서 “하지만 우리는 이런 상황을 넘어 평화의 소녀상(평화비)을 설치하면서 세계 곳곳에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전시 성폭력의 종식과 과거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한 기억의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인권과 평화를 염원하는 많은 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지속되고 있으며, 평화를 염원하는 열린 교육의 장으로서 운동이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우리는 미테구가 소녀상 설치 허가를 갑자기 철회하고 7일 내 철거를 명령한 것, 일본이 외교전의 성과라며 자축한 것 등을 보며 전쟁범죄역사를 덮으려는 일본의 압박적인 외교력에 매우 큰 분노와 상실감을 느낀다”면서 “특별히 베를린은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과오를 스스로 반성하고 추모의 공간을 ‘반전, 인권, 평화’의 가치를 역사문화예술로 승화시킨 정부와 민간 차원의 경험이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미테구가 잔인한 성폭력 희생자로 고통당한 위안부 할머니(현재, 한국정부 등록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 16명)들을 두 번 저버린 반역사적 결정을 철회하여 소녀상 설치 허가를 그대로 유지하고 보존할 것을 간절히 바란다”고 촉구하면서 “우리는 전쟁범죄의 재발을 막고 할머니들의 인권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국내외 적극적인 연대를 통해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며,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는 일에 마음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교회협 여성위는 위 입장문을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전달하고, 독일개신교교회협의회(Evangelische Kirche in Deutschland, EKD)에도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함께 벌여줄 것을 서신을 통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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