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들의 일그러진 인성문제, 대안은 있다

  • 입력 2014.11.26 16:47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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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연합회장 신상우 목사, 이하 카이캄)에서 목사로 안수받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다면적 인성검사(MMPI)와 성격검사(MCMI).

아무리 필기고사에서 만점을 받아도 MMPI와 MCMI, 심층면접에서 위험성이 있다 판단된 사람은 목사안수가 보류된다.

MMPI는 가장 오래되고 과학적인 검사로써 심리적·정신적 어려움을 척도로 보여준다. 우울 분노, 불안, 정신병 등 임상적인 문제들을 알려주는 것으로 가장 신뢰도가 높아 널리 사용되고 있다.

MMPI는 드러난 척도들을 조합해 성격을 짐작할 수는 있지만 명확히 구체화되지는 않는다. 반면 MCMI는 구체적인 성격 구조를 알 수 있게 데이터로 산출해 보여줌으로써 보다 정확한 판단을 가능케 하여 MMPI를 보완한다.

카이캄 목사고시에서 MMPI와 MCMI 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최은영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상담센타 소장)는 “성격구조는 자기 방어의 산물”이라고 정의했다.

최 교수는 “MCMI는 자신의 부족함이나 한계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어떻게 방어를 하고 살았는지 그 패턴을 보는 것”이라며 “방어의 패턴을 알게 되면 하나님과 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을 볼 수 있기에 MCMI까지 도입해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돈, 여자, 권력 문제 미리 대처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각종 범죄와 윤리적 타락상이 만연되어 있고, 이성 문제, 돈 문제, 지나친 권력욕 등이 교회와 사회 현장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MMPI와 MCMI 검사를 통해 이러한 위험성을 사전에 발견하고 대처할 수 있을까? 대답은 ‘Yes’다.

최 교수는 “이성문제, 권력, 돈 모두 중독성과 관련이 있다”면서 “중독이라는 것 자체가 고통을 직면하지 않으려는 성향에서 비롯된다. 중독 가능성이 점수로 나타나니 지표가 될 수 있고 예방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MMPI에서는 중독가능성 점수로 뭉뚱그려 나타나지만 MCMI에서는 성 중독과 돈·권력 중독을 비교적 정확하게 드러낸다.

검사 결과 ‘경계선 성격구조’를 가진 사람은 관계 속에서 버림받는 것을 두려워하여 목회 현장에서도 이성과의 관계에 집착하게 되고, 절대 자신을 버리지 않도록 조정하면서 성 관계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분석된다.

또 ‘자기애성 성격구조’는 돈과 권력, 힘에 대해 계속 갈망하고 스스로에게 만족을 주기 위해 성공과 인정을 끊임없이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된다.

그렇다면 카이캄 목사고시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문제점은 무엇일까. 최 교수는 “특별한 사람이 되어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자기애성 성격’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자기애는 외현적 성격과 내현적 성격으로 나눠진다. 외현적인 성격은 거만하고 교만한 것이 눈에 띄게 드러나는 사람들이 해당되고, 내현적인 성격은 지나치게 겸손하고 자신을 희생하려 하는 특징이 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상반된 형태를 띠지만 결국 내현적 성격도 자신을 희생하여 ‘내가 이렇게 괜찮은 사람’이라고 드러내고 싶은 심리라는 점에서 외현적 성격과 연결된다.

두 번째는 ‘연극성’이다. 자신에게 집중되는 시선을 즐기고, 관심을 받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은 목회자로서 강단에 올라 자기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형태를 띤다.

목회자의 길을 가려는 이들이 안수를 받기 전에 이러한 자신의 성향과 성격을 미리 파악하게 된다면 자발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발견된 문제점을 항시 인지하고 조심하여 보다 성공적으로 사명을 감당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카이캄의 MMPI 도입 “용기있는 선택”

한국교회에서는 카이캄이 최초로 MMPI와 MCMI를 도입해 목사고시에 활용하고 있다. 최 교수는 카이캄의 이러한 결단이 굉장히 용기있는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목사가 될 사람들에게 인성검사를 한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저항도 있었을 것이고, 면접설문을 작성해 지원자들에게 미리 배포해 서술 답변을 받아야 하며, 검사시간을 따로 할당해 검사를 실시하여 해석을 하고, 위험군으로 분류된 이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한 후 그에 따라 당락을 결정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과 위험부담을 떠안았기 때문이다.

또 “목사로서 자기 점검을 하도록 하여 목사안수를 준비하는 과정에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잘한 결정”이라고 칭찬했다. 목회자가 자기 성격에 대해 안다는 것은 목회자의 자기 이해가 높아진다는 것이고, 자기 이해가 높아지면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알고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카이캄이 검증된 목회자를 안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좋은 목회자들을 양성하는 것에도 주력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부족함 고백하고 하나님께 맡기는 과정

카이캄의 MMPI와 MCMI의 도입은 한국교회에 큰 이슈가 됐다. 사회에 만연한 목회자의 윤리적 타락의 대안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단들은 MMPI와 MCMI를 섣불리 도입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국교회의 문제는 평신도가 아닌 목회자들로부터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이 날카롭지만 목회자 재교육만 강조할 뿐 새롭게 안수받는 목회자들의 검증을 위한 노력에는 소극적인 셈이다.

최 교수는 “무엇보다도 먼저 신학이 보수적일수록 인본주의에 기초한 상담학과 심리학에 대한 불신이 깊어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저항이 있다”고 말했다. 또 “목회자의 권위가 매우 중요한 교회에서 심리학 따위가 목사안수 과정에 어떤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 교수는 “상담학과 심리학은 사람이 만든 학문이 맞지만 타락한 인간의 죄성에 대해 가장 잘 정리하고 있는 것이 심리학이라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면서 “상담사역자들은 성경의 구조 위에서 심리학과 상담학을 다루기 때문에 무조건 인본주의라 배척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목사안수를 준비하는 지원자들 중 일부에서는 스스로의 치부를 알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최 교수는 “모세는 입술이 둔한 자라고 스스로 부족함을 고백했고, 이사야도 입술이 부정한 자라며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없다고 했다”며 “자신의 부족함과 무능함을 철저히 인정하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이 길을 가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 교수는 “사명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고 본인과 하나님의 일대 일 관계다. 우리는 자격이 있다 없다를 판명하려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부족함을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알고 하나님께 맡겨드리는 과정을 밟는 것”이라며 자신의 발가벗겨진 모습을 직면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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