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낙태는 죄’라는 입장 견지. 정부 개정안 반대 표명

  • 입력 2020.11.09 15:54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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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14주 이내의 낙태가 전체의 97%, 사실상 전면 허용” 비판

“성범죄·근친혼·모체 건강 사유 외에 사회·경제적 낙태 인정 못해”

대안 입법 위한 종교계·의료계·법조계·여성계 대화의 장 마련 시급

“인간의 자기결정권은 자신 혹은 타인의 생명을 해하지 않는 선에서 허용되어야 하며, 태아는 어머니의 보호 아래 있다 하더라도 별개의 생명체로서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 (사)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이 낙태죄 관련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문을 내놨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형법과 모자보건법의 낙태와 관련된 조항의 법률 개정안이 한국사회에 생명경시풍조를 조장하는 잘못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표명했다.

한교총은 먼저 태아의 생명권이 여성의 자기결정권보다 우선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태아가 하나님이 주신 독립된 생명체임을 부정하며, 산모 신체의 일부라거나 심지어는 세포 덩어리로 보아 그것을 마음대로 제거할 권리를 인정하는 자기결정권 논리는 인간의 오만”이라는 것.

낙태죄 찬반논란을 떠나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임신 14주’ 기준에 대해서도 한교총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한교총은 “의료기술의 발달은 태아가 임신 12주가 되면 뇌와 심장이 완성되어 이미 인간의 완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현재 의료계 통계 역시 임신 14주 이내의 낙태가 전체의 97%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개정안은 낙태의 전면적 허용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사회·경제적 낙태의 개념과 범위가 법리적 관점에서 모호하고, 사유에 대한 충족 여부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지적됐다. 한교총은 “임신이 성범죄 또는 근친혼의 결과이거나, 임신이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는 양해하나 그 외의 사회경제적인 이유에 기인한 낙태의 허용은 인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교총은 대안 입법을 위한 종교계, 의료계, 법조계, 여성계의 대화의 장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교총은 “정부 당국이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지금까지 낙태죄와 같은 인간의 생명에 관련한 중요한 법을 개정하면서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는 진지한 노력을 보여주지 않은 채 형식적인 절차상 요건을 구비하는데 급급한 것은 지극히 유감”이라며 지금이라도 대화를 통해 대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끝으로 한교총은 그동안 낙태를 방조해온 교회의 책임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더했다. 한교총은 “교회는 낙태가 사실상 전면적으로 행해지는 현실에 눈감고 낙태가 ‘죄’라는 성경의 진리를 담대하게 가르치지 못했음을 반성적으로 성찰한다”며 “정부와 우리 사회가 미혼모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아이를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기 바라며, 적극적인 개선방안 마련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주요 교단들도 이 같은 입장에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총회장 한기채 목사)는 예수님의 오심을 기념하는 대림절 첫 주인 11월29일에 ‘생명존중’을 주제로 설교할 수 있도록 2가지 유형의 설교문을 전국에 배포했다. 이를 통해 교단 안에 생명존중운동을 일으키고 생태계, 자살, 낙태 문제에 대한 관심과 기도를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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