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을 옭아맨 ‘인권보도준칙’…73.4% “영향 받는다”

  • 입력 2020.12.09 15:58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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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보건 관련 공공기관과 의료계에 따르면 동성애가 에이즈의 주된 감염원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국민 예방이 필수적인 가운데, 성소수자를 동성애와 연관짓지 않는다는 ‘인권보도준칙’에 의해 일반 언론들이 침묵하고 있다. 이에 보도의 최일선에 있는 언론인들은 인권보도준칙에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설문조사한 결과가 공개됐다.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1월9일부터 23일까지 15일간 전국 주요 언론사 기사 154명을 표본 추출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여기에 기독교 언론은 제외됐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2011년 인권보도준칙을 제정한 사실에 대해 60.4%가 알고 있다고 답했고, 인권보도준칙 내용 중 ‘성적 소수자 인권’에 대한 내용을 아는 기자는 전체의 37.7%로 낮게 나타났다. 다만 소속 부서별로 살펴볼 때 실제적으로 관련이 있는 ‘생활/문화/종교/과학부서’ 근무 언론인의 경우 51.5%가 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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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성적 소수자 인권’의 내용을 아는 기자들은 10.9%가 관련 기사를 작성할 때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고, 62.5%는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나아가 성적 소수자 관련 기사를 작성할 때 61.0%가 인권보도준칙이 ‘부담된다’고 답했고, 37.0%는 ‘부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77.9%의 기자들이 향후 성적 소수자와 관련된 기사를 쓸 경우 ‘가급적 인권보도준칙을 지키면서 기사를 쓰겠다’고 답했다. 인권보도준칙에 어긋나더라도 사실을 보도하겠다는 응답은 16.2%에 불과해 실제로 인권보도준칙이 기자들의 기사작성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상당수의 기자들이 성적 소수자의 인권을 지켜야 한다고 응답함과 동시에 국민들의 건강권을 위해서는 동성애와 에이즈의 관계를 사실대로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적 소수자와 관련된 인권보도준칙에 있어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않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지켜야 한다’고 76%가 응답했으나, 동성애자와 일반인들의 건강을 위해 동성애와 에이즈의 관계를 사실대로 보도해야 한다는 응답도 60.4%로 나타났다. 절반이 훌쩍 넘는 기자들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는 인권보도준칙이 있음에도 사실대로 보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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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사실은 기자들조차 동성애가 에이즈의 주요 전파 경로라는 것을 절반 넘게 부인하거나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가 41.6%로 가장 많았지만 ‘아니라고 생각한다’가 27.9%, ‘잘 모르겠다’는 회피성 답변도 30.5%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소속 부서가 이 문제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생활/문화/종교/과학부’의 기자들과 경력 20년 이상인 언론인에게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높게 나왔다는 것.

그렇다면 기자들은 ‘성적 소수자’의 범주를 어디까지 보고 있을까. 성적 소수자에 속하는 사람에 대해 중복 응답을 받은 결과 동성애자(96.8%), 트랜스젠더(90.9%), 양성애자(75.3%) 세 그룹은 압도적인 비율을 보인 반면 다자성애자(13.0%), 아갈마토필리아(인형에 성적 흥분을 느끼는 자(9.1%)), 소아성애자(8.4%), 기계성애자(7.1%), 수간자(5.8%), 시체성애자(5.8%)는 비교적 매우 낮은 비율로 나타나 대체적으로 성적 소수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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